[수업활동, 뭘하지?]전천후로 쓰자, '칠판나누기'
교실에서 필자가 과목, 단계 할 것없이 가장 많이 사용하는 활동의 이름, '칠판 나누기'.
원래는 협동학습의 한 구조로 사용되던 방식인데,
수업에 별다른 '근본없는' 저는 그냥 제 마음대로 변형해서 씁니다.
그러나 가장 효과적이기도 하고, 가장 만만하게 쓰기 좋다로 생각해요.
오늘은 몇가지 사례를 들어 칠판나누기 활동을 소개해보겠습니다.
#1. 칠판나누기가 뭐야?
뭔가 이름이 거창해보이지만,
사실 '칠판나누기'는 아이들이 칠판에 자신의 생각을 자유롭게 쓰는 활동이에요.
일종의 '브레인스토밍'과 비슷하지요.
본래 칠판나누기는 협동학습에서 사용되는 구조로 알고 있어요.
협동학습의 칠판나누기는
칠판을 모둠 수만큼 구획나누고, 모둠이 협의해서 내린 결론을 기록하는 활동입니다.
제가 사용하는 칠판나누기 역시 이와 비슷하지만,
협동학습의 것과 근본적으로 차이나는 특징을 꼽는다면,
모둠의 생각이 아니라 '개인의 생각'이라는 점입니다.
때로는 어떤 '개념어'를 제시하고, 그 개념어에 대해 떠오르는 이미지, 연상되는 것을 쓰기도 하고,
때로는 어떤 글을 읽고 자신의 생각을 한 문장 정도로 쓰기도 해요.
때로는 새롭게 알게 된 것, 궁금한 점을 쓰기도 하지요.
쓰는 '내용'은 달라도,
기본적으로 칠판에 자신의 생각을 공개적으로 쓴다는 점에서 같아요.
그리고 이렇게 칠판에 자신의 생각을 쓰는 활동을 제 나름대로 이름붙이길, '칠판나누기' 라고 하였습니다.
#2. 예를 든다면?
1) 도입활동으로서의 칠판나누기
제일 만만하게 쓰기 좋은 것은 바로, 단원이 시작될 때, 혹은 수업의 도입 부분에서
주제어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나누기입니다.
칠판 가운데 부분에 주제어를 쓰고,
아이들이 돌아가면서 이 주제어에 대해 떠오르는 자신의 생각, 연상되는 것, 알고있는 것 등을
자유롭게 기록하는 것이지요.
단원/수업의 시작 부분에서 칠판 나누기 활동을 하면
아이들의 사전지식과 관심사를 한 눈에 파악할 수 있어요.
뿐만 아니라, 아이들이 가지고 있는 오개념도 들어와요.
이 활동을 통해 자연스럽게 교과에서 제시하고 있는 학습목표와 연결짓기가 용이하지요.
저는 '버섯'에 관한 칠판나누기를 마치고,
"아, 우리는 버섯하면, 먼저 '먹을 수 있는 것'과 '먹을 수 없는 것'이 떠오르네요.
식용버섯과 독버섯의 차이, 독버섯의 위험성에 대해서도 우리 함께 공부해보면 좋을 것 같네요."
와 같은 말로 연결짓기를 시도했었어요.
2) 원활한 토론을 위한 칠판나누기
토론을 하기 전, 칠판나누기를 하면 토론이 더 깊어져요.
이 사진은 6학년 2학기, 국어 7단원에서 했던 '디지털교과서 찬반 토론' 수업의 장면이에요.
(자세한 수업 소개: http://blog.naver.com/thecall1/220538531567)
토론이 잘 되기 위해서는 토론주제에 대한 사전 조사가 필수지요?
그렇게 사전조사한 내용을 서로 공유하는 차원에서 칠판나누기를 해보았어요.
각자 조사한 장점과 단점, 각각의 근거를 간단히 1문장 정도로 축약해서 칠판에 써요.
그리고 실제 토론할 때에는 이렇게 칠판에 나눈 근거를 누구나 활용할 수 있답니다.
학급 전체 규모의 토론을 하다보면, 때로 말을 독점하는 사람이 발생하게 되지요.
모두가 고르게 참여했으면 좋겠는데 한마디도 하지 않는 아이를 보는 교사의 마음도 답답해집니다.
토론에 참여하지 않는 까닭으로는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그 중 하나는 '자신이 조사한 근거가 바닥났거나, 아는 것이 없거나' 하는 이유에요.
그러나 이렇게 미리 칠판나누기를 통해 근거를 서로 공유하게 되면
누구나 한마디, 입을 보태는 것이 어렵지 않게 됩니다.
3) 수업내용과의 연결을 위한 칠판나누기
#3. 활동 방법은?
준비물: 최대한 많은 수의 분필(혹은 보드마카), 최소한 모둠에 1개 돌아갈만큼!!
1) 칠판 가운데 '주제낱말' 혹은 '주제'를 제시한다.
2) 각 모둠에게 분필을 1개씩 나눠준다.
3) 주제에 대해 30초 정도 생각할 시간을 준다.
4) 교사가 '시작' 이라고 신호하면,
각 모둠의 1번(혹은 교사가 지명한 번호)부터 칠판에 나와서 자신의 생각을 쓴다.
5) 다 쓴 사람은 자리로 돌아가서 모둠의 다음 사람에게 분필을 건네주고,
분필을 받은 사람은 나와서 쓴다.
6) 차례가 되었는데 정 생각이 나지 않는다면, '패스'할 수 있다.
하지만, 마지막 차례에는 꼭 써야 한다.
7) 내가 쓰려고 한 아이디어가 이미 누군가에 의해 써져 있어도, 자신만의 언어로 표현해서 기록한다.
(반드시 새로운 생각이어야 할 필요는 없다!)
저는 이 과정을 보통, 2~3싸이클 정도 실행합니다.
즉, 모둠 1~4번까지 한 차례씩 다 칠판나누기를 했다면, 다시 1번부터 시작하는것이지요.
왜냐하면 아이들이 보통, 처음 떠올리는 생각은 무척 즉각적이고 반사적인 것이라면,
싸이클이 반복될수록 좀더 깊이있고, 연상이 필요한, 의미있는 내용이 나오기 때문이지요.
아이들이 칠판에 쓰기를 마친 뒤에는 반드시 '함께 살펴보는' 과정이 필요해요.
교사도, 아이들도, 다른 아이들의 생각을 보면서 의문나는 것을 확인하고 묻고 답하는 것이지요.
한 예로, '발'이라는 주제어를 칠판에 제시했더니, 한 친구가 '고생'이라고 적었더랍니다.
"여기에 '고생'이라고 쓴 친구가 있네요. 누구인가요?"
" **아, 왜 발이라는 말을 들으면 고생이 떠오르는지 이야기해줄 수 있어요? "
"매일 걸어다니느라 힘드니까요."
#4. 왜 하필, '칠판'에?
제가 소개해드린 방법은 사실, 많은 선생님들께서 사용하고 계십니다.
특히, 주로 '포스트잇' 등을 활용하시는 경우가 많지요.
하지만 전, 가급적 포스트잇보다 칠판을 선호해요. 그 이유는...
첫째, 포스트잇을 아낄 수 있어요.
교실에서 포스트잇... 자주 쓰다보면, 하루 100장도 우스워요.
학습준비물을 넉넉하게 준비해주는 학교면 모를까, 포스트잇 구매 비용도 만만찮고,
또 그렇게 일회성으로 사용되고 버려지는 포스트잇 역시, 종이이다 보니,
나무를 베어내고 또 가공하는 과정에서 환경훼손의 우려도 커요.
그러나 칠판은 거의 무제한 재생해서 쓸 수 있으니, 이 어찌 좋지 않을까요? ^^
둘째, 글씨가 잘 보여요.
포스트잇은 우선 크기 자체가 작고, 또 아이들이 대체로 '연필'을 사용해서 적다보니,
내용을 전체가 함께 보기엔 무리가 있어요.
하지만 칠판에 쓰게 되면, 큰 글씨로 쓰게 되어,
뒤쪽에 있는 아이들도 일어서거나 앞으로 나오지 않고도 한 눈에 확인할 수 있게 되지요.
셋째, 아이들의 생각이 더 넓어져요.
칠판나누기는 개개인의 생각이 전체적으로 공개되기 때문에,
다른 사람의 생각을 엿보고(?), 이를 참조하여 자신의 생각을 확장시키기에 용이해요.
새롭고 창의적인 생각과 아이디어의 탄생은
다른 사람의 생각과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만들어진다고들 하지요?
칠판나누기는 다른 사람이 쓰는 것을 보고, 이에 자신의 생각을 덧붙일 수 있다는 점에서
아이들의 생각을 촉진하고 확대시킬 수 있어요.
넷째, 교사의 확인이 쉬워요.
아이들의 오개념, 생각, 집중되는 관심사...
포스트잇에 적혀있다면, 유목화작업을 따로 해야 하지만,
칠판에 적혀있으면 그 자체로 한 눈에 들어와요.
그리고 그 자리에서 바로 내용 확인, 수정, 질의응답 등의 후속 활동으로 이어가기에 쉽답니다.
다섯째, 어쩌면 이 활동을 시작하게된 가장 큰 이유인데,
아이들의 심적 부담이 줄어든다는 점이에요.
자신의 생각을 친구들 앞에서 이야기하는 것을 부담스러워하는 내향적인 아이도
칠판에 기록하는 것은 덜 부담스러워해요.
의외로 '말'로는 잘 표현하지 않던 아이들이 더 속깊은 생각을 칠판에 나눠주는 경험을 하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