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업활동, 뭘하지?]복습도 놀이처럼, '숙제릴레이'
#1. 어떤 대화
"이 그래프가 선생님께 교사로서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설명해주실 수 있으시겠어요?“
"이 그래프는 에빙하우스의 망각곡선에 대한 것입니다.
학습 후, 10분 뒤부터 망각이 시작되기 때문에
망각을 예방하고 학습효과를 높이기 위해서는 '정기적인 복습'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할 수 있지요."
"그렇다면, 선생님께서는 어떤 복습방법을 아이들에게 제안하고 계신가요?"
"저는 복습공책을 활용합니다.
학기초에 코넬식 공책 정리 방법을 아이들에게 가르쳐주고,
매일 자신이 배운 것을 1쪽 정도로 정리해오는 과제를 내고 있습니다."
#2. 하지만...?!
배움이 잘 일어나기 위해서는 교사의 질좋은 수업도 필요하지만,
동시에 학습자인 학생의 노력도 반드시 필요하다.
아무리 교사가 질좋은 수업을 제시한다한들,
학생이 아무런 노력을 하지 않고 수동적으로 수업을 '받아먹는' 것에 머무른다면,
학습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그렇기에, 학생들이 지식을 재구성하고 배움을 정리하고 자신의 언어로 표현하는 복습공책은
그 자체로 무척 유의미하다.
하지만, 복습공책은 많은 부작용(?)도 낳는다.
몇몇 아이들은 '죽어라고' 절대 하지 않는다.
벌을 주든, 남기든, 점수를 깎든, 크게 개의치않고 끝까지 꿋꿋하게 안한다.
몇몇 아이들은 불평한다.
시간이 너무 많이 든다고, 이미 학원도 다니는데 시간이 너무 부족하다고.
몇몇 교사들은 착각한다.
글씨가 예쁘고, 깨끗하게 정리가 잘 되고,
적절하게 컬러를 섞어쓴 학생의 공책정리가 우수하다고.
이런 공책은 대부분 여학생이고,
남학생들은 내용의 이해 수준을 떠나, 글씨, 색깔 사용 등등의 부족으로 '마이너스' 를 받기도 한다.
이와 똑같이, 학생들도 착각한다.
공책 정리를 잘 하고 나면, 그것으로 '공부'를 했다고 말이다.
정말 그럴까?
깔끔한 공책 정리, 색깔의 사용이 '진짜 학습'을 보장해주는 증거일까?
현재 쓰고 있는 '요점정리' 중심의 복습공책 작성이
아이들에게 '진짜' 복습과 학습의 기회를 주고 있을까?
#3. 새로운 복습공책
필자 역시복습공책을 과제로 낸다. 그러나 방식은 전혀 다르다.
코넬식 공책정리? 마인드맵? 몰라도 된다.
필자가 요구하는 복습공책의 방식은 '문제내기' 다.
그날 그날, 수업 시간에 배운 것을 바탕으로, 가장 핵심이 되는 학습내용을 문제로 만들기.
그렇게 5개의 문제를 만들것을 요구한다. (과목별 5개 아니고, 하루에 5문제!!)
다만, 문제가 그날 배운 학습적인 것과 관계가 있어야 한다는 것,
그리고 가급적 OX / 객관식 / 단답형 / ( )넣기 / 서술식 등,
다양한 형태의 문제를 만들 것을 요구할 따름이다.
가끔 필요하다 싶은 날엔, 특정 과목에서만 문제를 만들것을 요구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수학의 곱셈/나눗셈 같은 연산 단원, 원기둥의 겉넓이와 부피 구하기 같은 도형 단원처럼 반복 숙달이 필요한 경우에는, 교과서에 나온 것과 비슷한 문제를 '숫자만 바꿔서' 새로 내볼 것을 제안한다.
아이들은 단순히 '글로 쓰는 것'이 아니라, 문제를 만들어야 하기 때문에
좀더 '핵심'적인 것을 고민할 수 밖에 없다.
그리고 문제로 만들고, 자신이 직접 문제를 푸는 과정에서
미처 수업 중에 발견하지 못한 '오개념'과 '착각'을 바로잡아갈 수 있다.
교사 역시 아이들이 만들어온 문제의 수준을 살펴보다보면,
글씨나 공책의 깔끔함을 넘어, 이 아이의 이해와 응용력 수준이 한 눈에 보인다.
#4. 활용
우리반 교실에서는 단순히 '문제'를 만들어오는 것이 복습공책의 끝이 아니다.
복습공책을 문제로 만들었기에 할 수 있는 활동이 바로 '숙제릴레이'다.
말 그대로, 서로 문제를 내고, 답을 맞추면서 이어가는 릴레이퀴즈 활동.
먼저, 교사가 1명의 학생을 지목하면,
해당 아이가 일어서서 자신이 만들어온 문제 중 1개를 아이들에게 읽어준다.
(만약 칠판에 써야 하는 문제라면, 칠판 이용도 자유롭다.)
아이들은 문제를 잘 듣고 답을 알 경우에는 손을 든다.
출제자는 손을 든 친구 중 1명을 지목하고, 지목 받은 아이는 일어서서 답을 말한다.
답이 맞았을 경우에는 이어서 자신이 내온 문제를 친구들에게 내는 과정을 이어간다.
(만약, 틀렸을 경우에는 다른 친구에게 기회가 넘어간다.)
숙제릴레이는 학급의 전체가 1번씩은 다 참여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그렇기에 특히나 '쉽다고 생각되는' 문제가 나오면 손이 경쟁적으로 올라간다.
(심지어 6학년마저도, 학급의 2/3 이상이 번쩍 손을 드는 기적을 경험할 수 있다!!)
그리고, 틀렸다 하더라도 야단을 맞거나 하지 않기 때문에,
거기에 교사가 낸 문제가 아니라 친구들 사이에서 묻고 답하는 것기에,
좀더 편안한 마음으로 문제를 푼다.
숙제릴레이 활동을 마무리하고 나면 교사가 공책을 걷어서 오류가 있는지 한번 짚어주고,
특별히 좋은 문제는 복사하거나 사진을 찍어서 학급 게시판과 밴드에 올려주고,
그 문제를 활용하여 단원 형성평가를 치룬다.
아이들은 자신이 만든 문제가 진짜 '시험'이 되어 나타나길 기대하면서 가슴 설레여한다.
복습공책의 목적은 말 그대로, 아이들의 '복습'을 통한 '학습효과' 증진이다.
그렇다면, 그 형태가 어떻든,
최대한 아이들에게 '자주' 반복할 기회를 주는게 더 효과적이지 않을까?
문제 만들기와 숙제릴레이 활동은 아이들이 지루하지 않으면서도
여러 사람의 입을 통해 내용을 정말 '여러번' 반복할 수 있게 돕는다.
혼자 스스로 문제를 내는 과정을 통해,
친구들에게 문제를 내는 과정을 통해,
그리고 친구가 낸 문제를 푸는 과정을 통해서 말이다.
거기에 '퀴즈'활동이다 보니 재미까지 있다.
공부나 학습이 재미있게 느껴지기 시작한다면,
그것만으로도 아이들에게 가치있지 않을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