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모가되어 학교를 보다]#7. 방학을 앞두고 진도빼기.
방학이 2주 앞으로 닥쳐온 지금,
우리 아들래미 반은 아직도 수학이 2개 단원이나 남아있는 상태다.
과연 방학때까지 진도를 마칠 수 있을것인가가 엄마들의 최대 관심사가 되어버렸다.
만나면 이 주제로 농담도 한다.
“이러다가 방학에도 등교해야 하는거 아니야?”
“그럼 우리는 좋은거 아니야? 큭큭.”
“그거 그냥 엄마들이 가르쳐야 할지도 몰라...”
"나 그럴 자신은 없는데, 어쩌지? **엄마, 원래 교사잖아? 애들 좀 모아서 가르쳐줘봐."
"쉬려고 휴직했는데, 저한테 왜 이러세요. ㅠ_ㅠ"
뭐 이런 내용이다.
교사일 때는 ‘진도 따위’라고 생각했었고,
남들보다 진도가 늦는다는 것이 약간 걱정은 되긴 해도 큰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교과서에 있는 걸 꼭 다 하지 않아도 된다는 걸 잘 알고 있었고,
그리고 교과서가 아닌 다른 방식으로도 학습목표는 충분히 달성한다는 것도 알고 있었고,
또 교과서가 의외로 다른 과목 등등과 겹쳐지기 때문에
이 과목 수업시간에 다루지 않았더라도 이미 다른 과목이나 기타 계기 수업 등으로 했음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학부모의 입장이 되니, 진도의 문제는 꽤나 큰 문제로 다가온다.
학부모는 교육과정 전체의 흐름을 모른다.
당연히 교과서가 어떤 구조로, 어떻게 겹쳐지는지도 모른다.
교과서가 아닌 다른 방법으로 학습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는 사실도 모른다.
그러니, 당연하게도 학부모의 입장에서는 교과서 진도가 ‘수업의 전부’로만 보이는 셈이다.
교과서 진도가 안끝나면, 수업을 안한 것처럼 여겨지는 셈이다.
이렇게 정보 차이가 존재하는 상황에서,
교사는 당연하게 여기는 ‘교과서 꼭 다 안해도 된다’는 생각이
학부모의 입장에서는 ‘교과서도 안가르치는’ 것으로 보여질 수 밖에 없다.
진도의 문제는 사실, 학부모 인식의 문제만은 아니다.
과도한 학습량이 가장 1차적인 문제라는 건, 두 번 말하기도 입아플 정도.
하지만, 적어도 학부모의 인식만큼은 그들의 잘못이 아니다.
기본적으로 놓여있는, 접근 가능한 정보량의 차이 때문이다.
그러니, ‘교과서 다 안나가도 걱정하지 마세요’라던가,
‘교과서가 전부가 아니에요’라는 말이 아니라,
어떤 점에서 교과서가 전부가 아닌지를‘설명’해주어야 하지 않을까?
적어도, '구성된 교육과정’-페이퍼워크 결과물 말고- 을 학부모에게 제시하고,
어떤 과목의 어떤 단원이 왜 생략될 수 있는지,
혹은 어떻게 대체되고 있는지를 간략하게나마 제시한 뒤에야,
그 걱정과 우려를 없앨 수 있지 않을까 싶다.
교사가 학부모에게까지 그래야 하느냐고?
학부모가 교실 수업, 진도나 활동에 관여하는 것은 교권침해 아니냐고?
교실에서 수업을 어떻게(방법, 활동내용, 속도 등등) 할지를 결정하는 것은
전문가인 교사의 영역이자 '가르칠 권리', 교권일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그것을 학부모에게 설명하는 것은 당연히 해야만 하는 '의무'라고 생각한다.
왜냐면, 그것은 학부모로서 당연히 알아야 할 '알 권리'이기 때문이다.
학부모는 학생의 교육을 함께 해나가는 '파트너'이지,
교사가 이끄는대로 무조건 따르기만 해야 하는 '부하'가 아니다.
만약, '별 걸 다 알려줘야 해?' 라고 생각한다면,
교사와 학부모 사이는 영원히 평행선을 그을 수 밖에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