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교사하다]두번째 이야기, 감
복직을 앞둔 어느 날,
휴직 후 복직과 관련한 글들을 인*** 등에서 찾아보았습니다.
제일 많이 보인 글, 문장이 하나 있었는데, 그게 바로 '감 떨어졌다'는 말이었지요.
... 솔직히 기분 나쁘더랍니다.
"까짓, 휴직 좀 했다고 감이 떨어졌다니, 어떻게 저런 말을 쉽게 하지?
난 그렇지 않을거야!"
난 그렇지 않을 거라고,
괜한 자존심을 내세워봤습니다.
3월 1일자로 복직을 하고, 3주가 지났습니다.
지난 3주간의 생활을 돌아보니,
아.. 많은 사람들이 저렇게 말하는데는 이유가 있었습니다.
진짜 감이 떨어졌다는 말은 사실이었습니다.
하지만, 보통 흔히 생각하는 그 '감 떨어졌다'와는 조금 다른 결의 '감 떨어짐' 이었습니다.
그래서, 오늘의 이야기는 '감 떨어졌다' 입니다.
제일 먼저 '감 떨어졌다'고 느꼈던 부분은 '말'이었습니다.
편한 '언니들'(이라 쓰고, 동네 애들 친구 엄마들이라 읽는다)과 편하게 '수다'떨듯 하다가
'아차!' 싶은 순간들이 몇 번 있었습니다.
그때 깨달았지요.
"아... 맞다.
학교는 하고 싶은 말을 다 하면 안되는 곳이었지..."
학교 사회의 '두루뭉실한' 표현과 말투가 어느 순간 낯설어졌나 봅니다.
무엇보다, 내 감정과 생각을 다 보여주거나 드러내면 안된다는 사실을 잊고 있었더랍니다.
요즘, 다시 그 말투를 연습 중입니다.
아니, 그냥 웬만하면 말을 안하는 것을 선택하는 경향도 있습니다.
문득 궁금해졌습니다.
왜 학교에선 자유로운 말과 생각이 어려운 것일까요?
그것들을 표현하면 '이상한' 사람처럼 취급받게 되는것일까요?...
두 번째 감떨어졌다고 느낀 부분은 '메신저'입니다.
학교의 메신저는 친구들이랑 수다떠는 공간이 아니라, 업무 지시를 위한 것.
다른 말로, 놓치거나 대충 흘려버려서는 안되는 것이었다는 사실을 깜빡했더랍니다.
하루에도 수십건씩 쏟아지는 온갖 업무 메신저를 하나하나 챙겨보고,
적어두었다가 체크해야 하는데,
그걸 자꾸 놓칩니다.
수업하면서 짬짬히 업무 관련 처리를 하던 스킬이 사라졌습니다.
수업 시간엔 정말, 수업에만 집중하는,
그래서 회신해야 할 것을 자꾸 놓치고 한번 더 독촉을 받는 그런 '이상한(!)' 교사가 되어버렸습니다.
돌이켜보면, 이 또한 이상하게 느껴집니다.
왜... 학교에서 교사가 수업시간에 수업에만 집중하고 메신저 확인을 안하면
뒤쳐지는 기분이 들게 되어버렸을까요?...
마지막 떨어진 감은 수업시간을 관리하는 감각입니다.
분명, 예전에는 이 정도 수업내용과 흐름을 세우면 딱 40분에 맞게 떨어졌었는데,
왜 지금은 자꾸 한 가지 정도를 못하고 끝나게 되는 것일까요?
생각해보니, 전과 달라진 점은
제가 아이들의 대답과 반응 하나하나에 온히 몰입하고 있다는 것,
그리고 컴퓨터나 대형 TV를 관리하는 것에 자꾸 버퍼링이 걸린다는 점입니다.
아이들의 대답이 재미있고 하더라도 적당히 끊으면서 좀 몰고 가야할 필요가 있는데,
아이들과의 얘기가 재미있어서 막 웃다가 지난 시간에 화들짝 놀랍니다.
예상치 못하게 컴퓨터가 버벅거리는 장면, 그리고 TV가 말썽을 부리는 순간이
전보다 훨씬 더 치명타로 느껴지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집에서 상대적으로 성능 좋은 컴을 쓰다가 학교 컴에 적응을 못하는 것 같습니다.
... 이 또한 이상합니다.
어쩌면, 아이들의 대답과 반응에 몰입해서 시간을 자유자재로 쓸 수 있어야하는데,
수업의 내용과 흐름에 따라, 소요되는 시간은 조금씩 다른게 정상일텐데,
40분 단위로 분절된 수업 시간에 반응과 흐름을 맞춰야 한다는게 어색하게 느껴집니다.
학교의 기자재는 최신의 좋은 것들을 사용해서 효율을 높일 필요가 있을텐데,
여전히 학교의 컴은....
말하기도 부끄러운 과거의 유물같습니다.
요즘은 떨어진 감을 줍는데 많은 노력과 에너지를 쓰는 중입니다.
3월 지나기 전, 감들을 다시 다 찾을 수 있을까요?
아니, 전 과연, 그 감을 다시 찾고 싶기는 한 것일까요?
잘 모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