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교사하다]첫번째 이야기, 변화
3년의 휴직을 끝내고 복직을 했습니다.
다시, 교사로서의 일상에 돌아왔지요.
휴직기간동안 에듀콜라에 글을 쓰면서 갈증이 있었습니다.
아무래도, 학교 바깥의 이야기는 서로간에 '붕~뜨는' 느낌이 있으니까요.
생생하게 살아 움직이는 교실 이야기, 학교 이야기를 쓰고 싶었더랍니다.
그래서, 아직 앞의 연재들이 미완의 상태로 남아있지만, 학교 얘기를 하기로 결정했습니다.
그래서 제목이 [다시, 교사하다]입니다.
소소하지만, 그동안 넘나 하고 싶었던 학교 이야기, 수업 이야기, 교실 이야기.
여러분, 들어주실래요?
그럼, 시작하겠습니다.
첫 번째 이야기 주제는 '변화'입니다.
첫번째 변화는 호칭입니다.
3년간 '가*이 이모', '해* 이모'로 불리다가,
요즘엔 다시 '선생님'이라고 불리고 있지요.
(가*/해*는 저희집 아들딸래미 이름입니다.
주로 만나던 사람들이 저희집 아들딸 친구들과 그 엄마들이다보니,
호칭이 저랬습니다. ㅎㅎㅎ)
아이들에게 말을 걸때도,
"이모가~~" 로 시작하던 말이, 이제는 "선생님이~"로 바뀌었습니다.
문제는, '이모가~'가 너무 익숙해진 나머지,
한번씩 교실에서도 '이모가~' 라는 표현이 문득문득 나온다는 거지요.
아이들에게 뜻밖의 큰 웃음을 선물해주는 중입니다.
또 있습니다.
지난 3년간, 주변의 자주 만나던 성인들을 부르던 호칭은 '언니' 였습니다.
이젠 주로 만나는 주변 성인들을 '선생님'이라고 부르고 있지요.
하지만...
동네 엄마들과 친해지고, 커피숍에서 수다를 떨면서,
서로서로를 '언니' 등으로 부르던 습관이 어디가겠어요?
한번씩 동학년 선생님들을 향해 자꾸, '언니'라고 부르려는 혓바닥을 제어하느라,
매일매일 곤욕을 치르는 중입니다.
이 또한, 의외의 개그 캐릭터가 되어가는 중입니다...
얼마 전엔, 교실 인터폰을 받으면서
"네! 1학년 2반, 아니, 4학년 4반, 아니, 6학년 5반입니다!" 라고,
3번만에 제대로 말했더랍니다.
... 눈치채셨죠?
1학년 2반, 4학년 4반은 저희집 아들딸래미네 반입니다.
제가 요즘 이래요. ㅎㅎㅎ
혹시, 주변의 복직하신 분들이 저같은 증상을 보이신다면,
아직 적응 중이려니, 하고 고운 시선 보내주세요. ㅠ_ㅠ
휴직을 처음 시작하던 해,
한달간 민낯으로, 추리닝 모드로 아이들 등하교를 챙겼습니다.
한달쯤 지났을 때, 좀 친해진 한 엄마가 슬며시 다가와서 얘기해줍니다.
"가* 엄마, 아무리 그래도 옷 좀 챙겨입고 다녀. 화장도 좀 하고...
다들 보는 눈이 있는데..."
아... 엄마들 세계 역시, 나름의 드레스코드란게 있었던 겁니다.
그렇다고 직장다닐때처럼 너무 정장 모드로 입고 다니는 것도 아니랍니다.
'엄마' 스타일.
그 적정 수준을 익히는데 1년이 꼬박 걸렸더랍니다.
그러다 다시 복직한 첫날,
한참을 옷장 앞에서 서성였습니다.
그동안은 도대체 뭘 입고 다녔던거지? 싶어서요.
3년 사이에, 제 옷장은 '엄마 스타일'로 가득찼고,
뜨문뜨문 나가던 강의에서 입던 몇 안되는 옷은
넘나 '강사 스타일(원피스에 자켓류)' 이었거든요.
2주째, 여전히 학교 스타일에 대한 감을 찾지 못하고 헤매는 중입니다.
하지만, 아침마다 나 자신을 단장하고 어딘가로 출근한다는 기분은 참 좋습니다.
마지막 변화, 그리고 2주가 지난 지금도 적응되지 않는 것이 바로 생활패턴입니다.
휴직기간동안 게을렀던 건 아니었습니다.
나름대로 바쁘게 살았습니다.
아침에 일어나서 아이들 아침 챙겨 먹이고, 등교 시키느라 폭풍같은 시간을 보냈지요.
하지만, 매 시간, 매 분, 매 초를 다투면서 살진 않았고,
무엇보다 잠이 좀 모자라더라도 보충할 시간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잠 잘 틈이 없네요.
매일매일 부진아처럼 쌓여있는 학교의 행정적 일들과 수업준비에,
매일매일 허덕거리며 하루살이 모드로 살고 있지요.
밤잠이 절대적으로 부족한데, 보충을 못하니, 온 몸이 비명을 지릅니다.
휴직 때엔 아이들이 학교에 가면, 업무(?)에서 놓여나 휴식시간이 있었는데,
(적어도 아이들이 하교하기 전까지는)
지금은 아침에 출근해서 저녁에 퇴근을 못하고, 다시 집으로 출근합니다.
집으로 출근해서 열~심히 집안일을 돌보고,
아이들이 자면 집안일은 퇴근하지만, 그때부터는 내일 수업준비하러 재택근무를 시작합니다.
점점 느낍니다.
이건, 절대로 '지속가능하지 않다!' 라고요.
이상합니다.
분명, 휴직 전에도 이렇게 살았는데,
왜 지금은 이렇게 더 많이 허덕거리는걸까요?
하... 생활패턴의 변화에 적응하려면, 아직도 한참 걸릴 것 같습니다.
그래도, 어떻게든 잘 되겠지요?
사람은 '적응'의 동물이라고 하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