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시작하기 #2. 지금 학부모상담을?
다시 시작하기 #2. 지금 학부모상담을?
‘우리 반’ 교실이라는 곳이 아직 아이들에게는 큰 의미를 가지지 못한 상태입니다. 이 말은 우리반 친구들이 아직 담임선생님, 책상, 칠판, 사물함 우리반 교실과 우리반에 있는 어떤 물건과도 마주하지 못한 상황이라는 뜻이기도 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내가 마주한 이번 과제는 바로 ‘학부모상담’ 이었습니다. 아이들의 말과 행동을 관찰하기는 아이들의 얼굴도 한번 보지 못한 상태에 학부모상담이라... ‘휴..이 과제를 어떻게 해나가야 하지..’하고는 그냥 피식하는 웃음만이 나올 뿐이었습니다.
각 학생의 학부모님께 학부모상담기간을 안내하는 전체안내문자를 발송하자마자 30분도 채 지나지 않아서 상담을 신청하는 학부모님이 열 분...정말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습니다. 새학기 시작하고 개학이 두 번 세 번 연장이 되어도 지금까지 이런 속도로 답장을 보내온 적은...없었습니다. 다들 학기초라는 상황과 코로나로 인한 개학 연기라는 상황이 겹쳐져서 염려가 커지신건가 하는 추측외엔 어떤 것도 짐작할 수 없었습니다.
온라인개학 준비로 정신이 없긴 하지만 그래도 약속한 상담시간을 잊지 않고 나름 한 분 한 분 신경 써 가면서 학부모상담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전화를 받으신 학부모님들께서는 이런저런 아이들에 대한 정보를 건네주셨습니다. 나도 모르게 머릿속에선 어느새 그 정보들에 대한 수용 여부를 재빠르게 가늠하고 있었습니다. 아이의 성격, 교우관계, 학습정도, 관심정도, 필요한 도움정도 등 여러 가지 정보를 쭉~~건네주셨습니다. 내가 마주하지 못하고 경험하지 못한 아이에 대한 정보..그 순간도.. 지금도 생각이 많습니다. 어디까지가 객관적인 정보가 될 지에 대한 고민과 함께.... 하지만 한 가지 명확한 것은 나도 학부모님도 우리가 생각하는 것은 올 한해 아이의 적응과 행복이라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였는지 통화중 어느 순간 내가 정보에 대한 판단을 뒤로하고 깊게 경청하고 공감하는 것에 집중하고 있었음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네... 그래서? 당연히 한 통화당 30분이라는 시간을 넘기게 되었습니다. 학부모님께서 하고 싶은 말씀도 염려되시는 부분들이 많았나 봅니다. 그저 듣고 공감해주는 것만으로도 너무도 고마워하셔서 오히려 내가 몸둘바를 모를 정도였습니다. ‘선생님들도 요즘 많이 정신없고 많이 힘드시죠? 일도 많고 바쁘실텐데 상담도 이렇게 해주시고 감사합니다. 선생님도 건강 잘챙기세요. 올해 우리 ㅇㅇ이 잘부탁드립니다.’ 이런 마무리 인사들도 다들 잊지 않고 챙겨주셨습니다.
말 한마디가 뭐가 다르냐 할 것 같지만 지금 같은 시기이기에 이런 말들이 더 없이 고맙고 큰 힘이 되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인지 부모님의 따뜻한 말 한마디에 내피곤함에 지쳐있던 의욕이 우뚝 솟는 느낌이 드는 건 어쩌면 당연한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우려했던 것과는 달리 비대면유선의 학부모상담은 이렇게 서로에게 따뜻함과 함께 소통의 힘을 심어준 시간이 되었습니다.
. 급할수록 또 걱정이 될수록 좀더 편안하게 그리고 좀더 자연스럽게 상황을 마주하는 힘이 필요한 때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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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온라인개학 고생많으셨습니다. 오늘도 선생님을 응원합니다!! 힘드시겠지만 조금만 더 마음의 여유를 챙길 수 있길 바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