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화이팅#3. 아이들과 함께 한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2021화이팅 #3. 아이들과 함께 한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얼마 전 아이들과 함께 ‘가족’, ‘주인공의 마음 짐작하기’, ‘공감하기’ 주제로 통합과 국어 교과를 연계해서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을 감상하고 이야기 나누어 보았습니다.
이 애니메이션을 처음 본 지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엄청난 시간이 흘렀습니다. 지브리 스튜디오 미야자기 하야오 감독이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이라는 애니메이션을 제작한 지 벌써 20년이나 되었습니다.
이 애니메이션이 나올 때의 분위기란 예전 아날로그 감성에서 디지털 감성으로 넘어갈 즈음으로 기억을 하고 있습니다. 많이 사람들이 그러했듯 나 역시 컴퓨터를 통해 CD로 된 영화를 봤었고 TV 프로그램이었던 출발!비디오여*, 종이영화잡지책 KIN*, 씨네**을 통해 영화에 관한 많은 이야기들을 알게 되었던 때로 기억합니다.
하지만 요즈음은 굳이 영화관을 가지 않더라고 집에서 혹은 편안한 장소에서 다양한 경로를 통해 간단히 파일로 사서 볼 수도 있고 지인에게 메일이나 드라이브로 받아 바로 볼 수 있어 영화에 대한 접근성은 예전과 비교할 수가 없을 정도로 수많은 영화들이 또 엄청난 통로들이 열려 있습니다.
그럼에도 이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이라는 애니메이션이 20년이 지난 지금까지 성인뿐 아니라 어린이들까지 모르는 사람을 찾기 어려울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하는 생각을 해보게 되었습니다.
참고로 이 영화에는 미야자기가 너무도 좋아하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의 이야기도 밑바탕에 깔고 있다고 합니다.
부모님과 함께 새 집으로 이사를 가는 도중 이상한 터널을 지나게 되고 폐허가 된 놀이공원을 발견하고는 안개 너머의 이상한 마을을 경험하게 된 치히로. 음식 냄새에 이끌려 주인의 허락도 없이, 음식 값도 지불하지 않은 채 마구 음식을 먹다가 엄마와 아빠가 돼지로 변해버리는 일이 발생하게 됩니다. 그런 상황 속에서도 치히로는 자신을 잃지 않고 원래의 세계로 돌아갈 수 있는 방법을 찾으려고 노력합니다. 즉 하쿠의 도움으로 여관에 잠입, 온천장의 주인인 유바바와 계약을 맺고 온천장에서 일해야 부모님과 함께 원래의 세계로 돌아갈 수 있는 방법을 찾을 수 있다는 조언을 듣게 됩니다. 그의 조언에 따라 온천에서 일을 하며 이상한 존재들을 만나며 기이한 경험들을 하게 되는 주인공 치히로.
치히로가 욕탕에서 맞이한 첫 손님, 인간들이 강에 버린 쓰레기 때문에 자신의 모습을 잃어버리고 말 그대로 전신이 오물과 악취로 뒤덮힌 오물신, 하지만 온천에서 치히로 덕분에 원래 자신의 모습을 찾게 됩니다.
얼굴 없는 가면으로 나오는 가오나시. 모 영화해설프로그램에서 변영주 감독은 가오나시를 현대인의 속성들을 유사하게 지니고 있다고 말한 적이 있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가오나시는 SNS적 소통을 원하고 대면보다는 비대면, 익명성의 보장이라는 현대인의 속성 너무도 잘 표현해내고 있었습니다. 또한 가오나시의 채원지지 않는 허기를 현대인의 욕망과 공허를 나타내고 있다고 덧붙여 말했습니다. 이런 외로운 가오나시에게 베푼 치히로의 작은 친절은 가오나시의 마음도 열게 해주었습니다.
작품의 배경이 되는 신들을 위한 온천의 경영자로 사람이나 요괴 등 여러 존재의 이름을 빼앗아서 지배하는 유바바. 거의 창씨개명 수준으로 이름을 빼앗긴 사람의 본명에 대한 기억까지 없앤다. 외모와 같이 괴팍하고 음험하며, 돈을 엄청 밝히는 성격을 가졌지만 아기에게만은 한없이 무너지는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치히로가 이름을 잊지 않고 집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도와주며 두 번이나 생명의 은인이었고, 이때의 인연으로 본인 역시 치히로에게 구원을 받고 본래의 따뜻한 자아를 찾게 되는 하쿠.
영화 속 치히로의 나이는 10살로 나옵니다. 예전 아주 오래전에 영화잡지에서 미야쟈기 감독이 했던 인터뷰를 본 기억이 납니다.
"10살은 자의식이 생기기 시작하고 ‘타인’의 존재를 알고, 자신의 주변에 펼쳐진 사람들의 사회와 세계를 발전해 가는 나이지만 혼자서 무언가를 하기엔 어리고 무력한 존재라고 밝히며 이사를 가면서 친구와 헤어지게 되자 짜증을 내는 치히로는 결국 상상조차 할 수 없는 낯선 세계에 떨어지지만, 그 세계 안에서 따뜻함과 아름다움을 알게 된다고 했습니다. 미야자키 하야오는 자신의 테두리 안에 갇혀 변화하거나 나아가는 것에 대한 두려움을 갖고 있는 아이들을 위해 영화를 만든 것이다" .
이라고 설명했던 내용이 어렴풋이 기억이 납니다.
또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은
"10살을 경험한 성인들에게는 새로운 의미를 전달하고자 했다. 세월의 흐름으로 기억하지 못하는 순수의 세계와 어린 시절의 꿈을 돌아보게 한다. 결국 누구나 경험한 적 있는 순수의 세계, 동화의 세계를 이 영화를 통해 다시 한 번 보여주고자 한 것이다".라고 말하며 제작의도를 전해주기도 했습니다.
그래서인지 영화 속 인물들은 치히로를 만나면서 치유의 과정을 거치는 듯 보여집니다. 즉 영화 속에 등장인물과 그들의 관계를 통해 온천을 찾은 기이한 존재들은 모두가 그들의 세계에서 혹은 다른 세계에서 다른 존재로부터 상처를 받았던 존재임을 알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그들은 그 상처들로 인해서 원래 자신의 모습을 잃어버리고 기이하고 보기 싫고 악취나는 모습으로 변하게 되었고, 온천에서 치히로라는 순수하고 따뜻한 마음을 지닌 캐릭터를 만나게 되면서 그의 따뜻한 손길과 마음을 통해 그들이 받았던 상처가 치유되게 되고 본래 자신의 모습을 되찾게 된다는 영화 속 깊은 의미들을 찾아볼 수 있습니다.
아이들과 영화를 보면서 이런 의미들을 중간 중간 묻고 답하고 묻고 답하고를 반복하며 계속 소통을 했습니다. 아이들은 이 영화 속의 품은 의미들을 다 이해하고 느끼고 있을지가 궁금하기도 했었고 요즘 한창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표현하는 것에 날개를 달아 성취감을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조금 더 자극을 주고도 싶었기 때문입니다. 감상 후 주인공의 마음 짐작하기 활동시 만들었던 활동지도 함께 첨부해봅니다^^
생각보다 많은 뜻을 이해하고 있다는 것에 저 스스로도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습니다. 사소한 대사를 기억하는 아이부터 반응은 정말 다양하게 나왔습니다. 이 영화를 꿈이 아니라 실제라고 생각하는 아이들이 반 10명이 넘었습니다. 어려서가 아니라 그 세계가 비유하는 것을 이해하고 느끼고 있었기 때문이었을거라고 생각해봅니다.
말 그대로 3월 정신도 못 차릴 만큼 정신이 없었고 4월 5월을 지나 지금의 6월을 생각해보면 정말 한 달 한 달이 정신이 없었고 기력이 모자라는 느낌이 가득했던 것 같은데 아이들, 그 사이 훌쩍 자란 느낌이 듭니다. 늘 자기의 이야기가 너무 하고파 언제 어디서나 선생님 선생님하며 계속 불러대는 모습이 코웃음이 나지만 이렇게 이야기를 나누고 보니 이젠 함께 나누는 것도 잘하네 싶을 만큼 자랐네 싶은 생각이 듭니다. 이런저런 힘듦이 많았지만 이렇게 자라고 있는 것을 보니 참 다행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오늘과 내일은 다르지 않은 것 같은데 지난 달과 이번 달은 정말 다르네요.
2학기는 더 많이 달라지겠죠?^^
이렇게 또 내 하루를 응원하고 위로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