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아이의 '마음의 소리' 듣기
‘우당탕탕!!!’
바닥으로 캔디 통이 떨어지면서 쏟아졌다. 그 옆에 눈치를 보며 서있는 또지에게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순간 많은 생각이 오간다.
나는 가게 주인아주머니께 사과의 눈짓을 먼저 한 뒤, 또지의 두 손을 잡고 눈을 바라보며 이야기했다.
‘지연아, 사탕이 모두 쏟아져서 많이 놀랐어?’
또지는 ‘아~!’ 하더니 내 몫을 감싸 안고 울기 시작했다. 자기 행동의 의도치않았던 결과에 놀랐는데, 엄마가 자기 마음을 알아주니 갑자기 서러워졌던 것 같다.
이런 상황에서는 부모도 당황할 수밖에 없다. 집이 아닌 다른 공간에서 우리 아이가 저지른 실수라니……. 부모는 순간의 당황스러움이나 민망함을 감추기 위해 아이에게 소리를 지르거나 모진 말로 화를 표현하기도 한다. 어른들은 아이들이 공공장소에서 예의 있는 행동을 하길 바라고 그것이 옳다고 믿는다. 하지만 어린 아이들의 머릿속에도 어른과 같은 생각이 확실히 자리 잡혀 있을까?
‘아이고, 너 때문에 못 살겠다!’
‘왜 그러는 거야?’
‘너 왜 이래?’
부모가 평가나 비판의 말을 먼저 내뱉으면 아이는 낯선 상황에서 믿고 기댈 버팀목이 사라지는 현상을 경험할 수 있다. 그리고 이미 혼이 난 상황에서 자기 행동이 옳은 것인지 아닌지 제대로 판단할 수나 있을까?
‘당황했겠구나.’
‘깜짝 놀랐겠다.’
부모가 아이의 감정을 읽고, 진심어린 공감을 표현해준다면 아이의 마음은 한결 편안해질 것이다. 나아가 엄마는 나의 마음을 알아주는 든든한 내 편이라는 생각에 아이와 부모의 애착 관계는 더욱 깊어질 수 있다.
옳지 않은 행동에 대한 이야기는 그 뒤에 해도 괜찮다. 그리고 다음에 같은 일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아이와 함께 이야기해보면 되는 거다. 어린 아이와 그런 의미 있는 대화가 가능하겠냐고 의구심이 들 수 있지만, 믿는다. 아이는 부모와의 대화를 통해 자신의 행동에 대해 스스로 깨닫고 비슷한 상황에서 어떻게 행동해야하는지 알아갈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 경험이 차곡차곡 쌓여서 아이의 큰 자산이 될 것이라고.
‘또지, 우리 것이 아닌 물건을 내 마음대로 만지는 건 옳은 행동이 아니야. 우리 사탕 원래대로 정리해 놓을까?’
또지와 함께 쏟아진 사탕을 다시 정리해 담고, 주인아주머니께 사과의 인사를 했다.
또지와 이번 일을 겪으면서 교사로서 가장 부끄러웠던 순간이 생각났다.
급식을 먹고 교실로 돌아온 아이들은 교실 안에서 공 던지기 놀이를 시작했다. 그때 날아가던 공에 맞은 벽시계는 바닥에 떨어져 깨졌다. 그 장면을 목격한 나는 한껏 격양된 목소리로
‘누가 그랬어? 교실에서 공놀이 하면 안 되는 거 알아? 몰라?’
지금 다시 생각해도 얼굴이 화끈거리는 순간이다. 당황했을 아이들의 마음을 어루만져주지는 못할지언정 아이들의 행동을 탓하기 바쁜 담임선생님의 모습을 보며 아이들은 얼마나 기가 죽어 있었을까? 먼저 아이들의 놀란 마음을 알아차려주지 못한 그 때 이후로 아이들의 ‘감정’에 더욱 집중할 수 있었다.
그 때로 돌아간다면 다시 말해주고 싶다.
‘벽시계가 떨어져서 진짜 놀랐겠다. 다친 곳은 없니?’
교사로서 그리고 부모로서 아이의 마음을 진심으로 들어주는 것, 그리고 아이 스스로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볼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 어쩌면 가장 어려운 일 중 하나가 아니지 않을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함께 노력하며 성장해가는 이 길이 참 행복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