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
‘날아라. 새들아 푸른 하늘을
달려라. 냇물아 푸른 벌판을
오월은 푸르구나. 우리들은 자란다.
오늘은 어린이날 우리들 세상‘
(어린이날 노래 가사 중 일부)
5월.
날이 따뜻해지고, 꽃과 나무들이 가득한 계절, ‘봄’이다.
맑고 푸른 하늘 아래에서 실컷 뛰어노는 아이들을 바라볼 수 있었던 것이 당연했다.
하지만, 지금은...
'맑고 푸른 하늘을 본 지가 언제였더라?', '원래 봄 하늘은 어떤 모습이었지?' 싶은 생각들이 점차 가득해져간다.
또지가 뱃속에 있을 적만 해도 거의 매일 저녁을 짝꿍과 함께 기분 좋은 산책을 했었다. 하지만 또지가 태어나고 한참 뛰어 놀아야 할 지금은 매일 아침 하늘을 보며 대기 상태를 자가진단해보고, 각종 미세먼지 어플과 기상 정보 등으로 그날의 정확한 대기 상태를 확인한다. 환기와 외출을 꺼리는 날들이 점점 많아졌다. 뿐만 아니라 그 날의 대기 상태는 하루의 기분을 좌지우지하기 시작했다.
언제부터 우리의 삶이 그랬었나?
언제까지 이렇게 살아야하나?
나는 그렇다 치고, 앞으로 살아가야할 날이 훨씬 많은 우리 아이들은 어떻게 해야 하나 싶은 걱정이 커져 갔다. 어려서부터 이런 환경에 노출된 우리 아이들이 장차 어른이 되었을 때 어떤 모습일지, 어떤 질병이 유행일지 예측할 수 조차 없어서 속상하고 답답할 뿐만 아니라 두려워지기 시작했다.
지난밤 뉴스 일기예보에서 오늘의 미세먼지가 '보통' 수준일거라고 예측했다. ‘좋음’ 상태는 이제 바라지도 않는다. ‘보통’일 것이라는 예보를 들은 날이면 다음날 또지랑 바깥 공기를 맡으며 뛰어놀 수 있을 거라는 생각에 잠들면서부터 설레기 시작한다.
오늘 아침 하늘을 확인한 순간, Wow!!!
맑다, 맑아!!!
심지어 미세먼지 '좋음'상태이다!!!
새벽부터 환기를 하고, 빨래와 청소를 시작했다.
어쩐지 이런 날은 집안일도 덜 힘들게 느껴지는 것 같다.
집안에 상쾌한 공기가 맴돌고, 빨래가 뽀송뽀송하게 마르는 것을 보면 괜히 내 기분까지 뽀송해진다.
아침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또지의 식사 시간과 낮잠 시간을 제외하고는 온종일 밖에서 뛰어놀았다.
길바닥의 돌멩이,
지나가는 개미,
날아다니는 참새,
길가의 풀과 나무 그리고 꽃,
지나다니는 버스,
언제나 즐거운 놀이터,
하나하나가 아이에게는 신선한 자극이었고, 장난감이었다. 돌멩이가 버스가 되기도 하고, 애착돌이 되기도 하고, 간혹은 이웃에게 되는 선물이 되기도 하고……. 정형화된 형체의 장난감이 아닌 아이의 무한 상상력을 자극하는 살아있는 놀잇감이었던 것이다. 집에 있는 그 많은 장난감이 무용지물이 되는 것 같았다.
그리고 일단 실컷 놀고 나니 잠도 푹 자고, 밥도 맛있게 먹는 거 같다. 당연 신체적 능력도 좋아질 것이다. ‘아이들은 잘 먹고 잘 놀고 잘 자면 건강하다.’라는 어른들 말씀이 경험으로 와 닿는 순간이었다. 그야말로 에너지 발산을 충분히 하고 나니 아이들의 신체 리듬의 '선순환'이 이뤄지는 것 같았다. 그리고 다시는 날씨 탓에 찾을 수밖에 없었던 많은 실내 키즈카페로 다시 들어가고 싶지 않았다.
정말 당연한 것이라고, 언제나 그럴 것이라고 생각했던 일이 새삼 고맙고 꼭 지켜내고 싶은 것이 되고 말았다. 잃어봐야 그 소중함을 안다고 했던가? 오늘의 하늘을 절실히 붙잡아 놓고 싶은 마음이었다.
아이와 하늘의 구름을 보며 이야기를 나눌 수 있어서 참 행복했던 하루였다. 신나게 뛰어놀며 생기 넘치는 웃음을 볼 수 있어서 정밀 고마운 하루였다.
그만큼 엄마도 피곤했지만 내일도 하늘이 맑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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