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단'과 '행동관찰', 당신의 선택은?
이 물잔을 보고 어떤 말을 하게 될까?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도 있지만,
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이나' 혹은 '밖에'는 나의 '판단'이 들어간 표현으로 볼 수 있지만, '정도'는 상황을 있는 그대로를 표현했다고 볼 수 있다.
아이를 키우면서도 이 같은 상황이 적지 않다.
어느날 또지(딸아이의 애칭)가 놀고 있는 중 손에 들고 있던 과자통을 거꾸로 엎어버렸다.
당연히 통 속 과자는 바닥에 쏟아졌다.
이 모습을 지켜보며 잠깐 심호흡을 하고, 그 찰라에 머리속에서는 정말 많은 생각들이 오갔다.
그리고는
'지연아, 과자통을 거꾸로 들었네.'
라고 말하였다.
이날 또지 아빠는 적잖이 놀란 눈치였다.
아마 이렇게 말할 지 상상조차 못했던 것 같다.
과자통을 '엎었네!' 혹은 '쏟았네!'라고 말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거꾸로 들었네.'라고 말한 까닭은 나의 감정이나 판단을 최대한 배제하고, 행동 자체를 정교히 관찰하여 표현하고 싶었다.
조금 다른 상황을 이야기해보려 한다.
아이가 방에 들어가는 데 방문이 쾅! 닫혔다.
'너 누가 그렇게 방문을 쾅 닫고 들어가래? 뭐가 불만이야?'
'쾅 닫은 거 아닌데요?'
'어디서 말대구야!'
과장된 설정이긴 하지만 충분히 있을 법하다. 잠시 주변을 살펴보자. 어쩌면 열린 창문에서 세찬 바람이 불어 문이 닫혔을지도 모른다.
엄마의 판단 섞인 말 한마디에 자녀는 비난이나 야단의 느낌을, 혹은 상처를 받았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이는 부모와 자녀 사이의 대화를 멈추게 하는 길로 이어진다.
'(엄마가 보니까,) 너~~한거지?'와 같은 판단표현을 사용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마치 궁예가 되어 관심법을 쓰는 것처럼. 하지만 이는 아이와의 관계를 틀어지게 하는 고속도로 위에 안착한 것과 같다. 차라리 '엄마 생각에는 평소보다 문 닫는 소리가 컸던 것 같았는데, 엄마 생각이 맞아?'라고 물어보았다면 아이의 반응이 조금 달라졌을까?
엄마는 누구보다 아이의 마음을 민감하게 눈치챌 수 있다. 하지만 신은 아니다. 내가 앞서서 판단하고 결론을 내릴 필요는 없다. 아이의 행동이나 말을 있 그대로 관찰해 표현하려 의식적으로 노력해보자.
부모의 '판단' VS 아이의 행동 '관찰', 당신의 선택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