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킹맘의 넋두리
3월.
새로운 학교, 새로운 교실. 새로운 동료 교사들. 새로운 우리 반 학생들...
많은 선생님들이 ‘새로움’이 주는 설렘과 긴장이 가득한 3월을 맞이하는 와중에 나는 절대 오지 않을 것만 같았던 마음 아픈 ‘첫 분리’를 준비하고 있었다.
너무나 익숙했고, 당연했던 그 곳으로 약 2년 5개월 만에 돌아왔다. 그 짧고도 긴 시간동안 내 삶의 가장 의미 있던 공간 중 하나였던 그 곳은 조금 낯설고 두려움이 감도는 곳이 되어버렸다.
정식 출근을 앞둔 2월의 전직원 출근일.
출근 준비와 더불어 또지의 어린이집 등원 준비도 함께 해야 했기에 정신없이 바쁜 아침이었는데, 혼자 침대 위에 조용히 앉아있는 또지의 어깨가 괜히 축 쳐져보였다. 만사 재껴두고 또지 곁에 앉아 물었다.
‘엄마 또지 옆에 앉아서 이야기해도 돼?’
‘응.’
또지의 힘 빠진 대답에 곁에 앉아 이야기를 시작했다.
‘또지야, 이제 할머니가 어린이집에 데려다주시고 끝나면 데려오고 하실거야.
엄마는 이제 학교에 가서 언니오빠들이랑 공부하고 올게!
다녀와서 엄마랑 더 재미있게 놀자!’
복직을 앞두고 그동안 꽤 여러 차례 이야기해왔고, 오늘도 가만히 듣고 있기에 나의 말을 이해한 줄 알았다.
그런데 또지가 갑자기 눈물이 가득 고인 눈으로 날 바라보더니,
‘엄마, 가지마요~ 학교 가지마요~ 아가랑 같이 있어요!’
하며 와락 매달려 안기는 것이 아닌가. 평소 그런 적이 없던 아이였기에 더욱 안쓰러웠고, 그 순간 눈물이 왈칵 쏟아지면서 처음으로 ‘일하는 엄마’라는 사실이 한없이 미안해졌다. 이 상황에서 딱히 덧붙여 해줄 수 있는 말이 떠오르지 않았다.
‘또지야, 엄마가 또지 많이 사랑해. 정말 많이 사랑해!’
라는 말과 함께 한 번 더 꼭 안아주는 것뿐이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그러더니 또지는 날 위로하듯 한마디 말을 던지며 내 품에 쏙 안겼다.
‘아가가 엄마 사랑해.’
‘아가 쑥쑥 많~이 컸지? 아가 이제 어른이야!’라고 말하던 우리 또지는 아직 엄마의 사랑과 손길이 더 필요한 ‘아가’다. 그래서 어린 아이를 두고 나가는 ‘워킹맘’들의 발걸음과 마음이 그리도 무거웠었나보다.
하지만 믿는다. 부모가 아이에게 사랑과 소속감을 심어주고 신뢰와 안정감을 키워줌으로써 부모와 자식 간에 아주 강한 유대관계를 맺고, 그 관계 속에서 아이는 ‘안정 애착’을 형성한다는 것을. 여지껏 이 건강한 관계를 맺기 위해 노력해온 나도, 그리고 또지도 변화한 우리의 생활 속에서 더욱 잘 해내고 적응할 것이다.
무엇보다 ‘워킹맘’이라는 이유로 아이를 슬프고 안타까운 눈길로 보거나 내 삶을 버거워하고 싶지는 싫다. 단지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 안에서 내 역할에 열정을 가지고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주며 함께 성장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