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지야, 놀자! _ '미술 놀이'편
내가 교사로서 가장 많이 했던 고민이 무엇이었을까?
‘내일 수업 시간에 무슨 활동하지?’
교육과정과 연계된 의미 있고 즐거운 활동을 계획할 때면 많은 고민과 설렘이 있었다. 그리고 수업 시간에 학생들과 함께 활동에 몰입하고 학습 목표에 다다를 때면 표현할 수 없을 정도의 만족과 희열을 느꼈다.
그럼 육아휴직을 한 엄마로서 자주 하는 고민은 무엇일까?
‘또지랑 뭐하고 놀지?’
또지와 함께 할 수 있는 것들이 늘어나면서, 그 시간을 더욱 유쾌하고 실속 있게 보내고 싶은 엄마의 욕심이 생기고 있었다.
그래서 오늘은 다양한 놀이 중 <또지와 함께 하는 미술 놀이>에 대해 이야기해보려 한다.
< 자유롭게 그림 그리기 >
말 그대로 아이가 원하는 대로 자유롭게 그려보는 것이다. 처음부터 정해진 틀을 주기보다 다양한 재료와 도구를 제공하되, 마음이 가는대로 표현해볼 수 있는 기회를 주었다.
‘롤스케치북에 그리기’
준비물: 도화지(롤스케치북), 싸인펜, 색연필
가장 처음 해봤던 미술 놀이였다. 사실 ‘놀이’라고 하기에 부끄러울 만큼 쉬운 활동이다. 하지만 아이 스스로 본인의 의지로 여러 가지 색을 골라 그려보고, 그것이 무엇인지 적극적으로 의견을 표현하는 시간을 가졌다. 단순히 그림을 그리는 즐거움을 뛰어 넘어 엄마와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소재가 될 수 있음이 더욱 반가웠다. 조금 변형하여 검은 도화지에 파스넷으로 그림그리기를 해보았다. 재료와 도구가 달라지면, 그림이 표현되는 느낌도 달라지기 마련이다. 다양한 느낌을 경험해보고 대화하며 그 시간을 즐기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의미있다.
‘쿠킹호일에 그림그리기’
준비물: 쿠킹호일, 유성매직
동일한 주제(자유롭게 그림그리기)일지라도 미술 재료와 도구가 달라지면 또 다른 느낌을 주지 않을까 싶었다. 그래서 고른 것이 쿠킹호일! 처음에는 있는 그대로의 쿠킹호일에, 그리고 나중에는 구겨진 쿠킹호일에 그리기를 했다. 새로운 촉감을 경험해보고, 사용이 끝난 쿠킹호일은 공으로 만들어 던지고 받기 놀이도 할 수 있었다. 종이호일, 위생팩 등 부엌 서랍 속에 있는 재료들을 미술 재료로 활용해보는 것은 어떨까?
'다양한 재료와 도구로 그림 그리기'
준비물: 물티슈, 키친타올, 싸인펜, 검은 도화지, 파스넷 등
주제 그대로 주변에 있는 다양한 재료와 도구를 활용하여 그림을 그려보는 활동이다. 다양하게 표현되는 결과나 질감 등을 경험해볼 수 있다.
< 색모래 그림 그리기 >
준비물: (흰/검은) 도화지, 색모래, 물풀, 상자
상자 안에 도화지 위에 물풀로 그림을 그린 후, 여러 가지 색모래를 뿌려 흔들어 준다. 색이 섞이는 과정에서 아이도, 부모도 ‘우와!’를 외치며 더욱 적극적으로 신나게 상자를 흔든다. 도화지는 꼭 흰색과 검은색, 모두를 사용해보길 권장한다. 각각이 주는 느낌이 다르기 때문이다.
< 구슬 굴려서 표현하기 >
준비물: 구슬, 물감, 상자
상자 안에 종이를 깔아준다. 아이가 스스로 원하는 색깔의 물감을 짜고, 구슬을 상자 안에 넣어준다. 상자를 흔들어주면 구슬이 굴러가면서 물감을 흩트리게 된다. 여담이지만, 그간의 많은 미술 놀이 결과 중 가장 작품성이 높아 보이는 작품이었다.
< 실로 표현하기 >
준비물: 도화지, 실, 물감
수채화 물감을 묻힌 실을 이용해 도화지에 표현하는 것이다. ‘실’이기 때문에 가늘고 길게 표현될 것이라고만 예상했었다. 하지만 실을 끌고 이동하면서 넓게도 표현되고, 실 끝에 매달려있던 물감이 떨어지면서 표현되기도 했다.
< 자동차 장난감으로 표현하기 >
준비물: 도화지, 물감, 장난감 자동차
아이와 함께 다니다보면 작은 크기의 장난감 자동차들이 많이 생긴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쌓인 자동차들은 잊혀지고, 방 어딘가에 보관만 하고 있는 경우도 있다. 그래서 바퀴에 물감을 묻혀서 표현해보았다. 바퀴마다 색을 다르게 묻혀 표현해보기도 하고, 싸인펜으로 도로를 그려주면 도로 위를 달리는 자동차 놀이를 해보았다.
< 데칼코마니 >
준비물: 도화지, 물감
‘데칼코마니’는 많이 알려진 미술 표현 방법의 한 가지이다. 종이 위에 물감을 바르고 이를 두 겹으로 접거나 종이 위에 다른 종이를 덮어서 표현하는 방법이다. 또지와는 이 활동을 하면서 도형(동그라미, 네모, 세모, 하트 등)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나누어 보았다. 뽀로로 얼굴 반쪽만 그려 접은 후 펼쳤을 때의 아이의 표정을 상상해보아도 좋을 것 같다. 해보고 싶은 마음은 가득했지만, 그림 연습을 더 해야할 것 같다.
< 비밀 편지 쓰기 >
준비물: 도화지, 흰색 크레파스, 물감
연애할 때도 안 해보았던 비밀 편지 쓰기를 또지와 함께 해보았다. 엄마가 흰색 크레파스로 글씨와 그림을 그리고, 아이가 붓에 물감을 묻혀 메시지를 찾아보는 것이다. 물론 그 역할은 바뀌어도 좋다. 몰래 적은 메시지를 놓고 이야기를 나누며 함께 웃는 그 시간이 정말 즐거움 그 자체였다.
< 셀로판지로 유리창 꾸미기 >
준비물: 셀로판지, 유리창, 분무기, 절연테이프(마스킹테이프)
해질녘 창가의 느낌이 좋아서 준비해본 활동이다. 유리창에 분무기로 물을 뿌리고, 여러 가지 모양으로 자른 셀로판지를 붙여보았다. 절연테이프 혹은 마스킹테이프를 활용하여 창문에 고래 혹은 나무줄기 등을 표현하고 셀로판지로 꾸며보는 활동을 해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 모양 찍기 >
준비물: 도화지, 물감, 휴지심
또지와 다양한 모양(동그라미, 세모, 네모)에 대해 나오는 책을 읽고, 모아두었던 휴지심을 활용한 활동이다. 다 쓴 휴지심을 세모, 네모, 동그라미로 모양을 잡아준 후, 물감을 묻혀서 찍어보았다. 단, 아이가 휴지심을 잡은 힘 때문에 휴지심 모양이 흐트러질 수 있기 때문에 안쪽에 휴지로 채워주면 활동이 끝날 때까지 모양을 유지할 수 있다. 이 놀이는 야채(당근)를 모양내어 찍어보는 것으로 변형할 수도 있다.
< 소금 뿌리기 >
준비물: 도화지, 수채화물감, 붓, 소금
에듀콜라 금요일 필진이신, 김보법 선생님의 ‘수채화프로젝트’를 참고한 미술 놀이를 해보았다. 사실 물감은 그동안 많이 활용해보았는데, 그 위에 소금을 뿌려보는 것만으로도 또지가 너무 흥미로워했다. 특히, 먼저 칠한 수채화물감 색에 따라 소금색이 변하는 것, 그리고 수채화물감이 마르면서 소금도 함께 붙은 채로 말라 눈꽃 무늬(얼음)의 느낌이 나는 것 등에서 아이와 엄마 모두 색다른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 가을 나무 표현하기 >
준비물: 도화지, 휴지심, 물감, 붓, 목공용 풀
날이 추워지면서 나무 색이 변하고 길가에는 낙엽이 떨어지는 모습을 보며, 가을 나무 색이 참 매력적이라는 생각을 하며 해본 미술 활동이다. 아직 또지는 개월수가 어려서 나무를 표현하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에 휴지심을 얕게 잘라서 목공용 풀로 붙여서 나뭇잎을 표현했다. 휴지심(나뭇잎) 안에만 가을 색으로 물감칠을 하면 멋있는 한 그루의 나무가 완성된다. 이날 이후로 또지는 산책길에서 나무를 보면 ‘아가 나무’라고 말할 정도로 기억에 남는 활동이 되었던 것 같다.
이 글에서 또지와 함께 했던 미술 놀이들은 나의 완벽한 창작물은 아니다.
단지, 또지와 함께 놀고 싶은 마음에 여러 매체(인터넷, 책, SNS 등)를 찾아보고, 변형하여 재구성한 활동들이다.
하지만 수업(혹은 학습 활동)도 그러하듯 주어진 교육과정보다 어떻게 해석하고 재구성하느냐가 더욱 중요한 것 아닐까?
사실 미술 놀이는 아이의 실제 활동 시간에 비해 준비하고 정리하는데 소비하는 시간이나 에너지가 많다.
하지만 미술 놀이를 하며 아이와 함께 즐기고, 아이와 부모 사이에 다양한 이야깃거리가 추가될 수 있음에 감사했다.
그리고 놀이 중 아이가 보여주는 해맑은 미소를 볼 때면 머릿속에서는 벌써 다음 미술 놀이에 대한 고민을 시작하게 된다.
그런데 오늘은 뭐하고 놀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