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이 격려하기
‘아이가 스스로 할 수 있는 일이라면 절대 대신해주지 말라.’ - 루돌프 드라이커스
아이는 자신만의 경험, 그리고 실수와 해결을 통해 많은 것을 배워나가며 자신의 능력에 대한 믿음을 얻는다. 이때 아이 스스로 충분히 가치 있는 존재임을 인식해가며 자존감을 형성해간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부모와 아이 모두 시간과 노력이 매우 많이 필요하다. 그것이 힘들어 포기해야 할까?
만 2세인 또지는 요즘 자신의 힘으로 할 수 있는 일들이 급격하게 늘어났고, 자신의 의사와 의지가 매우 뚜렷해졌다. 이는 부모로서 매우 반가우면서도 피곤한 소식이다. 모든지 본인이 하려하기에 그만큼 실수도 많아졌고, 자신의 뜻을 고집부리는 일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또한 아이의 성장 과정에 있어서 큰 가르침의 기회가 아닌가?
어느 날 우유가 담긴 컵을 손에 쥐고 마시던 또지는 컵을 놓쳤고, 우유가 바닥에 쏟아졌다. 기회가 왔다.
‘또지야, 우유가 바닥에 흘렀네. 어떻게 해야 할까?’
‘엄마, 여기!’
어디서 본 것이 있었던 걸까? 화장실 앞에 있던 수건을 들고 와 나의 손에 들려주는 것이 아닌가.
‘또지야, 우유 닦으려고 수건 가져온거야? 고마워! 그런데 이 우유는 또지가 흘렸으니, 또지가 닦아보는 건 어떨까?’
빤히 내 얼굴을 보던 또지는 내가 내민 수건을 가지고 기대했던 것보다 야무지게 닦아냈다.
‘또지야, 열심히 닦아줘서 고마워. 덕분에 바닥이 깨끗해졌어. 다음에는 컵을 꼭 쥐고 마셔보자.’
사실 이런 과정 없이 ‘잠깐만 비켜 있어봐. 엄마가 닦을게!’라고 말하고 부모가 나서서 행동하면 훨씬 빠르고 완벽하게 닦을 수 있다. 하지만 일의 속도보다는 또지의 성장을 택했다. 또지는 문제 ‘상황’을 파악하고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지 스스로 판단했고, 자신의 힘을 해결할 수 있다는 것까지 배웠다. 아이는 이러한 경험이 쌓이며 자존감을 형성해갈 것이다. 이때 부모가 할 수 있는 것은 아이가 할 수 있다고 기다리며 믿어주는 것, 그리고 적절한 격려이다. 자존감은 부모가 아이에게 물려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오롯이 아이 혼자 부딪히는 시간(경험)이 필요하고, 이를 통해 스스로 자존감과 성취감을 키워나갈 수 있다. 아이에게 중요한 것은 ‘성공적인 결과’가 아니라 ‘혼자만의 도전 경험’이기 때문에 의미 있는 기회를 주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매주 주말, 또지는 아빠와 함께 ‘쓰레기 원정대’가 된다. 처음에는 아빠와 함께 따라나서는 것 자체가 즐거움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문득 비닐을 모아놓은 분리수거 봉투를 보며 또지도 한 사람의 몫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또지야, 엄마가 지연이에게 비닐 분리수거를 부탁해도 될까?’
‘...네!!!’
또지의 당찬 목소리와 고사리 같은 손으로 비닐 쓰레기를 꽉 움켜쥔 모습에서 강한 자신감과 의지가 느껴지는 듯했다.
‘그래, 엄마 부탁을 들어줘서 고마워. 잘 부탁해!’
‘빠이빠이!’
당당하게 손을 흔들어 인사한 후 쓰레기 원정대는 출발했고, 성공적으로 주어진 도전 과제를 마치고 들어왔다.
‘또지야, 분리수거 하러 가는 길이 멀고 힘들었을텐데 포기하지 않아줘서 고마워. 덕분에 엄마한테 너무나 큰 도움이 되었어!’
또지에게 진심을 가득 담아 말하며 꼭 끌어안아주었다. 또지는 새로운 도전에 직면하고 성공을 경험하면서 자존감과 성취감이 굳건해지고 있으리라 생각된다. 또한, 가족 내에서 의미 있는 역할을 수행하면서 점차 돌봄을 받아야 하는 ‘아기’가 아니라 가족의 한 구성원으로 자리 잡으며 진정한 소속감을 느꼈을 것이다.
하지만 아이의 자존감 형성을 위해서 부모가 주의해야 하는 것도 있다.
무조건적으로 ‘넌 할 수 있어!’라고 응원하는 것은 주의해야 한다. 부모의 전폭적인 지지와 응원이 있기에 아이가 도전할 수 있는 강한 동기를 얻을 수 있다. 하지만 아직 ‘아이’이기 때문에 분명 힘이 부치거나 마무리를 짓지 못하는 상황이 있을 수 있다. 막무가내식의 ‘넌 할 수 있어! 포기하지 마!’는 아이에게 심리적인 강압과 부담이 될 수 있다. 그렇기에 언제든 도전을 해보되, 어려울 때는 도움을 청할 수 있는 여지를 남겨두는 것이 좋을 듯하다.
또한, ‘우리 또지 정말 착하다! 참 잘했어! 정말 똑똑해!’와 같은 과도한 칭찬은 오히려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 다시 말해 칭찬이 아이의 성장에 도움이 안 되지는 않지만 우리의 기대만큼 긍정적인 효과를 불러일으키지는 않는다. 아이가 주어진 과제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했을 때 칭찬을 하는 경우가 많다. 즉, 부모의 판단 기준에 맞춰서 ‘좋은’ 행동을 했을 때 ‘좋은’ 아이라는 인식을 심어줄 수 있기 때문에 아이는 부모를 실망시키지 않고 그 기준에 다다르기 위해 행동할 것이다. 과연 그 판단 기준은 누구의 것일까? 그리고 부모의 칭찬을 받기 위한 맹목적인 행동이 과연 아이의 성장을 진정 이끌 수 있을까? 칭찬이 가지는 실효성에 대해서는 깊이 생각해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여전히 또지는 많은 것에 도전하고 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물론 그 과정이 평탄하지는 않겠지만 해보고자 하는 야무지고 올찬 표정을 보면 강한 지지와 격려, 기다림과 애정으로 지지할 수밖에 없지 않을까?
오늘도 나는 실수를 통해 깨닫고, 반성을 통해 배우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