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당학, 학당교]#4 삶을 사는 학생, 경영하는 교사 - 2. 민주적 학급살이의 시작
최근 들어 선생님들에게 첫 만남에 대한 관심과 중요성이 증폭되면서 '첫 만남 프로젝트'나 '3월 황금의 주'라고 해서 나름의 교육관과 교육 방법을 프로그래밍을 해서 학생들에게 적용시키고 있다. 이것은 무척 고무적이고 긍정적인 방향이다. 학생의 감정을 살피고, 학교에서 즐거움과 소속감을 느낄 수 있는 첫 단추를 공들이는 일이기 때문이다.
첫 만남에서 '우리 학급이 어떤 학급이 되었으면 좋겠나'라고 학생들에게 묻는다면 자연스럽게 존중, 배려, 경청, 행복, 행복 등의 키워드를 뱉어낸다. 아이들은 알고 있다. 학교 교육에서 수 없이 들은 말이 아니겠는가? 그런데 정말 그 뜻을 알고 이야기하는 것인지 아니면 그동안 무수히 들어온 이야기 중에 하나이기 때문에 그 말을 하는 건지 알 수가 없다. 게다가 이런 낱말들을 당연히 내가 수행하고 이행해야 과제처럼 느낄지도 모른다.
가령, 왜 존중이 필요한지, 존중이라는 것이 진정 어떤 의미인지는 묻는 다면, 의미는 잘 알지 못 한 채, "일단 교실에서는 존중해야 해, 배려해야 해"라고 이야기하게 되는 것이다. 존중이라고 하는 것은 나를 인간답게 만드는 가치를 표현한 낱말 중 하나이다. '인간이기 때문에' 귀하게 대접받는 존재로 무조건 인정해주는 것이다.
이것은 권리다. 경청, 배려, 행복 또한 같은 속성의 낱말이다.
내가 이 세계에 존재하기 때문에 당연히 받아야 할 권리가 무엇인가?(이것을 표현하는 낱말은 바로 인권이다.) 1년 동안 학급의 목표를 '존중하는 학급'으로 세웠다고 가정해보자. '왜 나보다 공부도 못하고, 혹은 키 작고, 혹은 능력이 부족한'학생들도 존중해야 할까?, 왜 배려해야 하지?'라는 궁금증을 가진 학생은 없을까? 칠판에 쓰여있는 학급의 목표는 그저 낱말일 뿐이고, 내 생각에는 변함없을 뿐이다.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나는 왜 존중 받아야 하지? 왜 배려 받아야 하지?'라고 묻는다면 아이들은 어떤 대답을 하게 될까? 혹시 이런 가치들이 무의미하게 반복되면서 아이들은 어른들의 잔소리나 주입식 학교교육의 산물로 느끼지는 않을까?
그러므로 이런 추상적이고, 가치가 듬뿍 담긴 낱말을 이야기하기 전에 근본적인 질문과 대답을 해야 한다.
학급살이를 시작하는 삶의 다른 공간으로써 교실에 모인 '인간' 학생과 '인간' 교사의 권리를 이야기를 해보자. '학생인 나'가 교실에서 누릴 수 있는 권리는 무엇인가? 교사의 경우는 어떨까?를 이야기해 보아야 한다.
"존중받을 권리가 있어요"라고 이야기하는 학생이 있다면 그 이야기는 조금 기다려보자고 이야기한다. 좀 더 기본적이고 소소한 이야기부터 시작해야 한다. 진짜 삶과 직접적으로 닿아 있는 생명, 안전, 교육, 행복, 참여, 청구와 헌법에 보장된 기본권 등을 쉽게 풀어내어 이야기를 시작하는 것이다.
"안전할 권리가 있어요, 화장실에 갈 권리가 있어요. 웃을 권리가 있어요."와 같이 어쩌면 당연히 생각하고 있던 것들에 대한 낱말과 문장들을 함께 공유하고 권리에 대한 감수성을 높여 가는 것이다. 나의 권리를 보호하고 다른 이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한 약속도 이야기해 보자. 나의 권리와 다른 이의 권리가 충돌되는 경우도 이야기해보자. 이것은 의무가 될 것이다. 이렇게 하면서 우리가 누려야 할 권리와 지켜야 할 의무를 마구 쏟아내고, 덩어리를 분류하고 이것이 의미하는 낱말을 추상해 간다.
이런 방식 없이 낱말만 나열하면 국어책과 도덕책에 나오는 죽은 낱말이 될 뿐이다. 그러므로 학급의 목표, 학급의 가치를 세우기에 앞서 교사와 학생이 지금 이 교실에서 함께 누릴 수 있는 권리와 의무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것이 먼저다. 그것을 서로 동의 하고, 낱말에 대한 감수성이 높아지면 그때서야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가치가 무엇인지를 이야기할 수 있고 간단한 문장으로 만들어 지침과 규칙으로 삼으면 된다. 존중과 배려, 평화에 담긴 나의 권리와 의무가 결합되어 특별한 의미로 학생 되게 되어 다가갈 것이다.
앞으로 학생들이 '존중해야 해요, 배려해야 해요.'라고 할 때는 '왜 우리는 서로 존중해야 하지? 왜 서로 배려해야 하지?'라고 되물어보아야 한다. 그 질문에 대한 답으로 우리는 인간이고 인간으로서 누릴 수 있는 권리와 권리를 지켜 주기 위하여 의무를 이야기해보아야 한다. 그리고 더 나아가 권리와 의무는 도대체 무엇을 위한 것인가도 각자의 생각도 들어본다. 답은 다양할 것이다. 나는 교사로서 '서로의 행복을 위해서, 서로가 추구하는 가치를 위해서 존재해야 함'을 아이들과 이야기해 보고 싶다. 그리고 나서야 학생들은 '이렇게 행동하고, 이렇게 말함'으로써 지킬 수 있는 권리와 의무를 깊이 있게 이해할 것이라고 믿는다.
'나는 너를 존중해.'라는 문장은 나는 네가 인간으로서의 권리를 누릴 수 있다는 것을 알고,
그 권리를 지켜주겠다는 의무가 된다. 나의 폭력성으로 부터 안전하고 건강할 권리,
화장실에서 나보다 먼저 줄을 섰다면 먼저 사용할 권리가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것을 알게 하는 것이 목표다.
왜 이런 과정들이 필요할까? 학급을 경영의 관점이 아닌 '살이'로 보기 위한 첫 단추는 '나는 언제 행복한가' '나는 왜 존중받아야 하는가' 와 같이 교실이라는 공간 안에 존재하는 학생과 교사에 초점을 맞추는 것으로 시작해야 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