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책을 만나다.] 누구에게나 한번씩 찾아오는 질풍노도의 시간, 호밀밭의 파수꾼
《호밀밭의 파수꾼》(The Catcher in the Rye)은 J. D. 샐린저의 소설이다.
세상이 불안하고 더럽다고 느껴질 무렵 (지금은 그 시기를 사춘기라고 명명했다.)
나는 종교에도 심취해 보고 외계문명에도 관심을 가졌다.
세상은 무너질 것 처럼 불안하고,내가 살기에 온통 거짓으로 가득차 있으며
언제나 내가 이 소굴에서 더럽혀지기를기다리는 위선적인 어른들이 있다고 믿으며
"스무살까지만 살고 싶다!"
라고 당당히 말하고 다닌그 때의 나를,
(물론, 타임머신이 있다면 그 때로 당장 날아가 그 말을 하고 있는 '나'의 주둥아리를 쳐 줘야 겠지만)
더욱 불타게 만든 한 권의 책이었다.
홀든 콜필드는 나였고, 내가 곧 홀든 콜필드 였다.
콜필드는 영혼의 구원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저 더럽혀지고 위선적인 세상으로 들어가는 순수한 영혼을
붙잡는 '호밀밭의 파수꾼'이 되기를 원했다.
나 또한 그랬다. 내가 세상의 보루였고,
내가이 혼탁한 세상의 파수꾼이 되기를 원했다.
그것이 '바보같은 짓인 줄은 알고 있지만 말야' 라고 생각하면서...
그렇게 세상을 정면으로 맞서면 파수꾼이 되고자 했던
나의 스무살과 학창시절은 지나갔다.
삶은 그럭저럭 안락했고,
좋은 사람들을 만나게 되었다.
어떻게 된 일일까?
안경의 도수가 몇 번 바뀌는 동안
나의 불타던 그 '파수꾼' 은 더 이상 느껴지지 않는다.
그렇게,
내가 다짐한 세상에 대한 한줄기 주먹 같았던 소설과
나의 사춘기는 그렇게 바스라져 갔다.
그리고,
어느새 나는 나의 학생들에게 사회에 더 적응할 수 있는 방법을 가르치려고 하고,
공부가 인생을 바꿀 수 있다는 믿음을 설파하기 위해 노력하는 '어른'이 되었다.
항상 생각한다. 누구나 한번쯤 이 세상의 파수꾼이 되고 싶을 때가 있을 것이라고,
비록 나는 파수꾼의 의무를 저버렸으나,아직 순수한 저 어린 눈빛들에서 그것들이 읽혀질 때
내가 그 때에 투쟁해 마지 않던어른들 보다는 좀 더 나은 어른이 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