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학년 보드게임] 06. Minivilles
지금까지 아이들에게 소개해 준 보드게임이 게임의 한 라운드가 짧고 룰이 어렵지 않아 쉬는 시간 같은 짧은 여윳시간에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보드게임들이었다면, 이번 주에 소개한 Minivilles 미니빌 보드게임 그리고 Splendor 스플렌더 보드게임은 게임의 호흡이 길어서 여윳시간에 꺼내기는 조금 어려운 보드게임입니다. 그런만큼 게임이 가진 재미는 아기자기하여 아이들이 지금까지 간단하게 즐기던 보드게임에서는 느끼지 못했던 또다른 즐거움을 느낄 수 있게 되리라 생각합니다.
아직 교실에 아이들 전체가 플레이할 수 있는 만큼의 개수가 갖추어져 있지 않아, 미니빌 보드게임과 스플렌더 보드게임을 함께 돌렸습니다. 원래 보드게임을 소개하기 전에는 이 다음 시간에 둘을 바꾸어서 진행할 생각을 가지고 있었는데, 플레이 후에 생각보다 반응이 좋아서 많은 아이들이 짬시간동안 즐겁게 돌리고 있습니다. 그래서 막바로 다음 차례의 보드게임 플레이를 진행할 수 있을 듯 합니다.
Minivilles - 2014 초등학교 보드게임 프로그램 열 여섯 번째 시간
보드게임의 규칙이나 관련 이야기들은 위 링크를 타고 확인하시면 될 듯 싶습니다.
Minivilles 미니빌 보드게임의 특징
1. 무언가를 만들어가는 재미가 있는 보드게임이다.
초등학교에서 아이들과 함께 지내다보면, 아이들은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활동을 참 좋아합니다. 초등학교 6학년 교실에서도 마찬가지로, 심지어 저희 반 어떤 여자 어린이는 교실에서 종이를 만든다고 매일 잘게 썬 종이를 조물락조물락거리고 있기도 합니다.
미니빌 보드게임은, 가장 간단한 수준에서 즐길 수 있는 마을 건설 보드게임입니다. 레고 블럭도, 건담 미니어처도, 유튜브 동영상도,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작업이라면, 미니빌 보드게임도 자신의 마을에 필요한 이런저런 건물들을 사들이면서 내 마을을 꾸미고, 무엇보다 돈을 만들어서 쓰는 재미를 느낄 수 있도록 해주는 보드게임입니다.
그게 무슨 의미가 있는가 생각하실 수도 있겠지만, 초등학생들이 부루마블 같은 게임에 그렇게 큰 호감을 보여주는 이유를 미루어 짐작해본다면 다른 방향으로도 생각해 볼 수 있는 것입니다. 돈이라는 요소가 개입되면, 그리고 그 돈으로 무언가를 사는 경험은, 초등학생에게는 생소하지만, 항상 부모 혹은 주변의 어른들에게서 익숙하게 보아가는 과정이기도 합니다.
미니빌 보드게임은, 수입과 구매라는 요소를 통해 아이들이 무언가를 만들어가는 재미를 느낄 수 있는 보드게임이라고 생각합니다.
2. 최적의 조합을 찾아야 한다.
제가 테크트리라는 단어를 처음 들었던 것은 PC게임인 스타크래프트 1을 하면서였습니다. 예컨대, 저그 유저가 해처리를 하이브로 업그레이드하려면 퀸즈네스트를 지어야하는데, 이렇게 해처리를 하이브로 업그레이드하면 사용할 수 있는 유닛이 많아지게 됩니다. 테크트리는 더 나은 기술력을 통해서 더 나은 생산력 혹은 지배력을 행사하는 것을 일컫는다고 할 수 있습니다.
미니빌 보드게임에도 그것이 존재합니다. 수입을 단순하게 벌어들이는 건물들이 있는 반면에, 더 크고 더 넓게 수입을 벌어들일 수 있는 방식이 있습니다. 그것을 위해서 함께 지어서 유지해야하는 건물들의 조합이 있는데, 그런 조합, 그리고 그 뒤에 숨겨진 테크트리를 발견할 수 있다면 다른 플레이어들보다 더 원활하게 진행할 수 있습니다.
이 지점에서 루미스/리코셰 로봇 보드게임 또는 러브레터 보드게임 같은 게임들과는 다른 지적 능력이 필요합니다. 효율화인데요. 가진 자원 - 돈 - 을 가장 효율적으로 운영하여 다른 플레이어보다 짧은 기회 동안에 승리 조건을 만족하는 경험을 할 수 있다면 더 좋겠지요.
이런 경험들이 연결되는 보드게임으로, 개인적으로는 카탄의 개척자 보드게임 그리고 도미니언 보드게임을 생각하고 있습니다. 둘 다 효율화의 측면에서 접근할 수 있는 보드게임인데요. 카탄의 개척자는 거기에 트레이드 요소가 있어서 게임의 면모가 더 풍부해지는 것이겠고, 도미니언은 효율화된 덱을 운용할 때의 최적화된 플레이를 통해 성취감을 얻을 수 있게 되는 면이 있습니다.
3. 저렴하다.
처음 나왔을 때보다는 요즘이 조금 더 저렴한 듯 싶습니다. 보드게임 제작사의 나름대로 마케팅 전략이라고 생각합니다.
일반적으로 보드게임의 최소 인쇄 수량은 1천 카피라고 합니다. 미니빌 보드게임의 최초판 같은 경우에는 조금 더 찍었을텐데, 제작사는 보통 초기 인쇄 비용을 지출해야하는 어려움이 있습니다.
그리고 손익분기가 있는데, 일정 정도의 수량을 팔아 손익분기에 도달하면, 그 다음부터는 조금 더 빠르게 재고를 소진하는 방식으로 마케팅을 진행하는 듯 싶습니다. 이후의 이익을 재투자하여 새로운 소득원을 창출해야하기 때문일텐데, 미니빌 보드게임도 어느 시점부터 그러한 마케팅 전략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꽤 저렴하게 구할 수 있는 보드게임입니다. 코코너츠 보드게임보다는 싸고 러브레터 보드게임보다는 조금 비싼 정도? 저렴하게 구해서 많은 아이들과 즐길 수 있는 보드게임입니다. 다만.
제 경험상 4학년 이하 어린이들에게는 조금 접근성 또는 리플레이성이 떨어지는 것이 확연합니다. 재미있게는 즐기는데, 다시 찾지는 않습니다. 조금 어려운 탓일 수도 있겠는데요. 그러나 저희 집 아이들의 경우에는 초 3 큰 아이와 초 1(실제로는 7살이었던) 둘째 아이가 자기네들끼리 룰북을 보면서 플레이한 경우도 있으니 룰의 어려움 탓은 아닐 것이라고 생각은 하고 있습니다.
미니빌 보드게임이 교실에서 가지는 의미
위에서도 내내 두드렸지만, 앞서 교실에서 소개한 보드게임들과는 다르게 미니빌 보드게임이야말로 확연한 (하지만 지나치지는 않은 정도의) 복잡성을 가지고 있는 첫 보드게임이 되어줍니다. 흔히 '잔룰'이라고 하는데, 게임의 기본적인 규칙은 간단하지만 - 주사위 굴림, 수입, 지출 - 그에 수반된 다양하고 세세한 규칙들을 신경쓰면서 게임을 해야하기 때문에 복잡성이 앞선 보드게임과는 사뭇 다른 양상을 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초기 세팅 또한 그런 요소입니다. 달무티 보드게임은 그냥 카드를 섞어서 골고루 나누어가지기만 하면 게임을 시작할 수 있습니다. 루미스 보드게임은 게임판 놓고 자기 색깔의 블럭을 가지고 가기면 하면 게임을 시작할 수 있습니다. 리코셰 로봇 보드게임은 판 깔고 로봇 놓고 목표 마커만 제끼면 게임 시작입니다. 그런데 미니빌 보드게임은 건물 보드게임을 순서대로 깔아야 하고, 밀밭과 빵집 카드를 가지고 와야하고, 자신이 건설해야할 주요 시설 카드를 가지고 와서 건설중 상태로 두어야 하고, 심지어는 3원을 가지고 와야 합니다. 그리고 수입도, 파랑 건물과 초록 건물, 빨강 건물과 보라 건물이 내는 수입원이 다릅니다.
이런 복잡성이 놀이를 통해서 주어진다는 것은, 아이들이 수학의 복잡함은 거부하면서 PC 게임의 복잡성은 충분히 받아들이는 것과 같은 현상이라고 볼 수 있을 것입니다. 놀이이기 때문에 아이들이 이런 번거로움을 감수할 수 있는 것입니다. 그리고, PC 게임과는 다르게 보드게임은 사람과 어울려서 하는, 인간적인 놀이입니다. 교실에서 수학 과목의 학습을 통해 아이들의 논리성을 키워주는 것이 쉽지 않다면, 즐거운 놀이를 통해 아이들이 스스로 승리를 위해 최적화된 방식으로 자신의 상황을 운용하는 경험을 제공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굳이, '이 보드게임을 통해 너희들의 논리성과 판단력이 자랄거야'라고 말할 필요는 없습니다. 그런 말들이, 아이들의 어른들에 대한 의심 - 또 뭘 시키려고 그러는거야 - 을 부채질할테니, 그저 놀게만 해주고 즐겁게만 만들어주면 충분하리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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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보드게임 사용 설명서 (12) 본격 보드게임 세계로의 첫 관문 - 미니빌 보드게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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