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76] 10. 나, 너, 우리
매년, 스무 시간 정도의 시간 정도를 할애하여 성취기준을 묶어 '나, 너, 우리'라는 주제로 통합하여 운영하고 있습니다. 에듀콜라에도 이미 이에 관련된 글을 매년 두드려 왔습니다. 그래서, 4년째 두드려야할까 생각하다가, 그래도 아카이빙은 소중하니까, 또 다시 기록을 묶어봅니다.
<주제열기> 내 친구 감자 이야기 - 교실 배움 (이 내용은, 앞선 글인 '[576] 3. 첫 시간'과 중복되는 내용입니다)
첫 시간은 '내 친구 감자 이야기'라는 주제로, 도덕 교과의 성취기준을 가지고 와서 배움을 구성하였습니다. 어린이들에게 사회적 거리를 유지하며 모둠을 구성하도록 한 후, 뒤에 앉은 어린이들도 잘 볼 수 있도록 화면영상기를 통하여 감자를 보여줍니다.
이번에 산 감자는 정말 비슷비슷합니다. 조금 큰 녀석이 하나 있지만, 대부분은 비슷하여 저는 어떤 것이 어떤 것인지 구분도 되지 않습니다.
이렇게 시작합니다. '여러분에게 감자 친구가 찾아왔습니다. (어린이들 웃음) 이제 여러분들 모둠으로 감자 친구들을 모시고 갈까 합니다. 아무나 한 사람 나와서 감자 친구를 데리고 가세요.'
서로 나오겠다고 안달이 납니다. 그리고는 흙 묻은 감자를 조심스레 손에 들고 모둠으로 돌아갑니다. 교실에 흙알갱이가 굴러다니지 않도록 이면지를 함께 들려 줍니다.
이제 감자를 보면서 이 감자의 라이프 스토리를 만들어 봅니다. 감자의 이름은 무엇이고, 감자는 어디에서 왔으며, 어떤 꿈을 가지고 있는가 등등등. 즐겁고 신나게 뒤집어지는 모둠이 있는 반면, 한 어린이가 공책을 잡고는 다른 어린이들이 불러주는 것을 받아적는 모둠도 있습니다. 한 모둠은 하필이면 어린이 하나가 가정학습을 신청한 때문에 한 명 적은 수로 이야기를 나누느라 어찌할 바를 모릅니다. 급기야 어떤 모둠은 감자 포장지 뒷면을 보며 감자의 출생지와 감자의 아버지(생산인) 등을 적으며 깔깔거리기도 합니다.
아뿔사. 그러나 이 활동은 이야기를 만드는 것이 목적이 아닙니다. 급하게 어린이들을 주목시킨 후 하지 못한 이야기를 건넵니다. '지금부터 감자의 생김새를 유심히 보세요. 여러분의 친구인 감자가 어떤 모양새를 가지고 있는지 모둠원들과 함께 이야기 나누어 봅시다.'
이 활동은 이제 감자를 다시 앞으로 가지고 온 후, 자신 모둠의 감자를 찾아보는 것으로 이어지게 됩니다.
여전히 저는 어떤 감자가 어떤 것인지 구분하지 못하지만, 어린이들은 자기 모둠의 감자를 다 알아봅니다. 어떤 생김새와 어떤 모양을 갖고 있는지 유심히 보았거든요.
인디스쿨 햇반 아이디를 쓰시는 선생님의 아이디어를 가지고 와서 벌써 몇 년째인지도 모르게 하는 이 활동은, 어린이들에게 다음과 같은 메시지를 전해주기 위한 활동입니다.
처음에는 다름을 구분할 수 없었던 감자들이었는데, 잠깐동안 두고 유심히 본 덕에 이제 자신의 감자를 골라내며 '우리 감자'라고 말하게 되었지 않은가. 감자도 그러할진대, 1년 동안 함께 지내는 우리 반 친구들은 얼마나 친밀하고 소중한 존재가 될 것인가. 그 마음 잃지 않고, 1년간 반 친구들에 대해, 담임 선생님에 대해, 스스로에 대해, 감자를 대한 태도 그대로 실천하길 바래.'
연말에 '가장 기억에 남는 배움'을 이야기하라면 감자와 함께 한 수업을 이야기하는 어린이들이 꽤 많습니다. 올해 어린이들은 어떨지 모르겠습니다. 많은 어린이들이 에피소드를 적어 내는데 그쳤는데, 한 어린이만 아래와 같이 적어 주었습니다. 처음에 스토리 만드는 것을 먼저 강조한 것이 활동의 의미를 반감시키지 않았나 싶습니다. 내년에는 감자를 오래오래 살펴보면서 꼼꼼하게 확인하는 것을 더 강조해야겠습니다.
<소주제 1, 나> 나 알아보기 - 2차시, 교실 배움
연이어 주제통합수업을 이어갔습니다. 주제는 '나 알아보기'. 첫 시간 감자를 통하여 두고두고 살펴보는 관계에 대한 이야기를 했으니, 우선 자신에 대해 꼼꼼하게 살펴보는 활동으로 준비하였습니다. 도덕 교과와 국어 교과의 성취기준으로 구성한 활동.
자기 자신을 설명할 수 있는 요소를 이야기해보자, 라는 말이 처음에는 어려웠나 봅니다. 그런데 알아들은 한 어린이가 '성격'이라고 말하면서 일이 쉽게 흘러갔습니다. 어린이들이 이런저런 요소를 이야기해 주어 어느새 칠판이 가득 찼습니다.
하도 오랜만에 칠판에 어린이들이 말하는 것을 적어서인지 실시간 유목화에 실패하였습니다. 그래서 지저분. 하지만 어린이들이 다양하게 이야기해 준 덕에 많은 요소가 모였습니다.
이 요소를 외형과 내면, 환경으로 구분하였습니다. 그런 다음 위 요소를 보면서 자신을 가운데 두고 마인드맵으로 그려보게 하였습니다.
이 때 어린이들에게 다음과 같은 안내를 하였습니다. 여러 친구들이 이야기 한 여러 요소들에 대한 답을 적는 시간이 아닌, 자신을 잘 설명하고 드러낼 수 있는 요소를 구체적으로 적으면서 나를 꼼꼼하게 살펴보는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다. 친구들이 이야기 해 준 것은 예시일 뿐, 나를 설명하고 드러낼 수 있는 요소는 자신에 대해 깊이있게 생각해보면서 발견할 일이다.
어린이들은 개개인의 수준차가 있었지만, 나름대로 자신을 설명할 수 있는 요소들을 적어 주었습니다. 마인드맵을 다 적은 후에, 가운뎃 부분에 나는 어떤 사람인지 한 단어 혹은 한 문장 정도로 표현해보도록 안내하였습니다. 다 적은 친구들의 것은 뒤에 게시하고 다른 친구들의 것을 둘러보도록 하였습니다. 저도 같이 둘러보며 특징적인 것을 살펴보려고 하였습니다.
활동 중간에 어린이들과 자연스레 나누게 된 이야기가 하나 있습니다.
여러 요소를 이야기하던 중, 한 어린이가 '좋아하는 것'을 이야기 하였습니다. 초등학생들답게, 바로 '싫어하는 것', '잘 하는 것'이 나왔고, 연이어 '못 하는 것'에 대한 이야기도 나왔습니다. '못 하ㄴ'까지 쓰다가 불현듯 든 생각을 이야기 해 주었습니다. 선생님은 어린이들에게 '못 하는 것'은 없다고 생각한다. '안 해 본 것'이 있을 뿐. 너희들에게 주어진 어떤 것이든, 시간과 노력을 들이면 못 할 것은 하나도 없다. 그런데 해 보질 않으니 그걸 못 한다고 생각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못 한다고 하지 말고 일단 최선을 다해서 해 본 후에, 할 수 있게 되었지만 잘 하진 못한다, 정도로 이야기 할 수 있는 6학년이 되었으면 좋겠다, 고 말해 주었습니다.
<소주제 1, 나> 나 돌아보기 - 2차시, 원격 배움
도덕 교과와 미술 교과의 성취기준을 바탕으로 '나 돌아보기' 활동을 실시간 쌍방향 원격 배움으로 진행하였습니다. 지난 시간에는 나의 외형과 내면, 환경을 구체적으로 되돌아보며, 나는 어떤 사람인지 표현하기 활동을 진행하였습니다.
그러나 그 활동에서 자신의 속내를 드러낼 수는 없었습니다.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자신이 느꼈던 감정을 표현해 보는 것, 오늘은 학토재의 '느낌' 카드를 보면서 자신이 느꼈던 감정과 구체적인 경험을 발표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화면에서처럼 교사가 감정 카드를 보여주면, 어린이 중에 감정 카드와 관련된 에피소드가 있는 학생들은 손을 들고 자신의 경험을 말하였습니다. 잘 모르는 수학 문제를 가르쳐 준 친구에 대한 고마움, 심한 장난을 친 사촌 동생에 대한 미움과 복수 이야기, 놀이공원에서 자신의 뒤를 따라오는 낮선 이에 대한 두려움 등등등. 어린이들은 다양한 경험을 이야기하면서 수업에 참여하였습니다.
발표를 한 어린이는 더이상 발표하지 못하였습니다. 모든 어린이가 발표해야 Zoom에서 탈출할 수 있다고 한 덕에 모두의 발표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발표를 마친 후, 미리 나누어 주었던 캘리그래피 엽서 종이를 이용하여 감정을 나타내는 단어에 대한 자신의 구체적 경험을 그림으로 표현하는 활동을 진행하였습니다. 어린이들에게 감정 카드를 주욱 보여주며 자신의 마음에 와 닿는 단어 세 개를 고른 후 인사하고 줌에서 나간 후, 그림을 그려 제출하도록 하였습니다.
아래와 같이 그려서 제출하였습니다. 잘 그릴 것을 굳이 요구하지 않았기 때문에 어린이들은 편하게 그려서 제출하였습니다. 재미있었다는 반응들이 많았습니다.
다만, 처음에 이 활동을 구상할 때는, 어린이들이 미처 드러낼 수 없었던 속내를 드러내면서 카타르시스를 느낄 수 있도록 하는 것이었는데, 생각보다 어린이들의 감정 정도가 풍부하진 않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무래도 학구가 아파트라서인지, 아무래도 삶의 양상이 평준화된 까닭이 아닐까 판단하고 있습니다. 혹은 담임 교사에게 드러내는 것을 조심하는 것일지도...
이 시간은 Zoom으로 활동하였습니다. e학습터 화상수업 툴은 아무래도 교사 일방향의 콘텐츠 제공 쪽에 조금 더 강점을 가지고 있는 바, 자유로운 커뮤니케이션에는 약점이 있습니다. 특히 어린이들의 마이크를 모두 켜면 하울링이 심하게 나거나 어린이들의 소리가 너무 크게 오디오로 들어옵니다. 줌의 경우에는 마이크를 모두 켜도 어느 정도 자유롭게 의사소통할 수 있는 정도인데... 따라서 지금처럼 모두가 발표하는 배움에는 아무래도 줌이 조금 더 편하긴 합니다. 그럼에도 조금씩 e학습터 화상수업 툴을 활용하는 횟수를 늘려갈 생각입니다.
<소주제 1, 나> 나 결정하기: 바꾸고 싶은 나, 지키고 싶은 나 - 2차시, 원격 배움
국어 교과와 도덕 교과를 연계하여, '나 결정하기: 바꾸고 싶은 나, 지키고 싶은 나'라는 주제로 활동해 보았습니다.
활동지 양식을 사전에 배부하였어야 하는데... 배움 순서를 헷갈려 활동지를 잘못 배부하는 바람에 깔끔한 활동지 구성을 하지 못하게 된 아쉬움이 있습니다. 어쨌든 이 활동은, 지난 시간까지 자신에 대해 알아본 것을 바탕으로, 자신의 내/외면과 자신이 가진 감정의 속내, 자신의 환경에 대해서 바꾸고 싶은 부분과 지키고 싶은 부분을 고민하여 정리하여 나타내는 방식으로 이루어 졌습니다.
교실에서라면 모둠별로 앉아 서로 이야기나누며 활동하면 되는데, 온라인 등교 상황이라 개인적으로 활동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차라리 소그룹방을 만들어주고 활동하게 할 것을... 생각을 잘못하였습니다.
그냥 활동시키면 해 '치우고' 나가는 친구가 있을까봐 줌에 잡아두고 4교시 중간까지 활동하도록 하였습니다. 강조한 것은 정해진 시간이 있으니 그 전에 끝나더라도, 끝났다고 생각하지 말고 조금 더 생각해 보는 것을 목표로 하였습니다.
어린이 하나는 긴장하고 짜증내는 자신의 감정을 바꾸고 싶어했고, 자신감 없는 자신의 성격을 바꾸고 싶어했습니다. 솔직한 감정과 성실한 성격을 지키고 싶어했습니다. 이렇게 알아본 나, 자기 자신에 대한 모습을 바탕으로, 이후 계속되는 등교 상황에서 일대일로 면담하면서 어린이가 가진 좋은 면을 긍정하고, 어린이가 바꾸고자 하는 모습을 격려하고자 계획하고 있습니다.
이 활동은 Zoom에서 활동하였습니다. e학습터 화상수업 툴을 활용할 때보다 분위기가 조금 더 자유롭고 활기찹니다. 조금 더 시끄럽고 산만합니다. 채팅창도 바빠집니다. e학습터 화상수업 툴에서는 채팅창 온오프를 간단하게 할 수 있습니다. 스위치만 옮기면 되니까요. 이틀 정도이지만 조금씩 e학습터 화상수업 툴에 어린이들이 익숙해지는 것을 보면서 줌의 활용을 조금 더 면밀하게 운영해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 시간에도 펜쓰기로 안내할 것이 있어 안내하였는데, 확실히 e학습터 원격수업 툴이 직관적이긴 합니다. Zoom은... 펜쓰기 관련 버튼에 대한 직관성은 떨어지는 편입니다. 쓰면서 e학습터 원격수업 툴의 활용이 익숙해지니 편하구나 싶은 생각이 듭니다.
<소주제 2, 너와 우리> 너의 마음을 맞춰볼까? - 2차시, 교실 배움
지난 시간까지 어린이들은 '나'에 대해 다양한 방법으로 생각하고 표현하며 자신이 지킬 것과 바꿀 것을 결정해 보았습니다. 오늘부터는 '너'에 대해 관심을 두고 표현해 보는 시간을 갖기로 하였습니다.
그 시작으로 '딕싯 Dixit'이라는 보드게임을 함께 배우고 플레이 하였습니다.
딕싯 보드게임은 스토리텔러가 자신의 카드 한 장을 내면서 그 카드에 대한 단어, 구, 한 문장을 제시하면, 다른 플레이어들은 스토리텔러가 제시한 단어, 구, 한 문장을 듣고 자신의 카드 중에서 그와 비슷한 뉘앙스의 카드를 냄으로써 진행됩니다.
카드를 잘 섞어 무작위로 늘어놓은 후, 플레이어들은 스토리텔러가 낸 카드가 무엇인지 알아맞추게 됩니다.
스토리텔러가 자신의 카드에 대해 너무 쉬운 키워드를 제시하거나, 너무 어렵게 제시하는 경우에는 모두가 맞추거나 모두가 틀리게 됩니다. 그런 경우 스토리텔러는 점수를 얻을 수 없으므로, 너무 어렵지 않으면서도 딱 봐도 알만한 키워드를 내지 않아야 합니다.
그래서 사실 딕싯 보드게임은 어른들의 보드게임입니다. 딕싯 보드게임에 들어있는 카드의 일러스트는 사뭇 모호함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 모호함은 어른들의 주관적이고 내밀한 경험과 맞물려 모호한 키워드를 만들어내게 되고, 이를 공유하는 다른 플레이어들은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이 키워드를 해석하여, 비로소 스토리텔러의 마음에 가 닿게 됩니다.
아마도 어린이들은 이렇게 보드게임을 수행하기에는 어려움이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럼에도, 이 보드게임을 계속 사용하는 이유는, 조금 다른 의미로, 친구가 자신의 카드에 대해 설명하는 것을 알아채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체감하기 위해서입니다.
생각보다 맞추기 쉽잖습니다. 친구가 어떤 마음으로 카드를 냈는지 알아차리기 어렵습니다. 열 길 물 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알지 못한다. 우리는 내내 같은 공간에서 같이 배우고 같이 어울리고 같이 생활하지만, 그래도 말 한 마디, 행동 하나하나를 해석하는데 어려움을 겪습니다. 때로는 잘못 해석하여 서로를 비난하고 상처 입히기도 합니다.
다행히 어린이들은 게임을 즐거워해 주어서 놀이로도 의미가 있었고, 게임을 함께 한 의미를 교사를 통하여 확인함으로써 다음 시간의 배움을 준비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물론, 보드게임도 호불호가 있습니다. 아래 어린이는 교사가 이 보드게임에 대해 가지고 있는 판단과 유사한 판단을 해 주었습니다. 저도 상대방의 속내를 유추하고 추리하는 일에 그렇게 큰 매력을 느끼지 못하는 성향을 갖게 되었습니다. 그러다보니 이 보드게임을 지속적으로 해 나가면 아무래도 조금 질리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래도 이런 류의 보드게임을 좋아하는 어린이들도 있으니, 한 번 쯤은 경험할만한 보드게임이기도 합니다.
보드게임하기 전에 손을 깨끗이 씻었고, 끝나고 나서도 손을 깨끗이 씻었습니다. 어린이들에게 '선생님의 교직 경력을 걸고 하는 모둠 활동이니 꼭 마스크 잘 쓰고, 손 깨끗하게 씻고 활동에 참여하자'는 말을 반복적으로 하고 있습니다.
<소주제 2, 너와 우리> 너에게 ... 했어야/하지 말았어야 하는데 - 교실 배움
지난 시간 딕싯 Dixit 보드게임에 이어,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겪었던, 돌이켜보니 내가 상대방에게 했어야 하는 혹은 하지 말았어야 하는 말과 행동과 태도를 돌아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이면지를 하나씩 주고, 그 곳에 기억나는 것들을 써보도록 하였습니다. '누구누구에게 구체적인 상황에서 이런저런 것을 했어야 하는데' 또는 '누구누구에게 구체적인 상황에서 이런저런 것을 하지 말았어야 하는데' 같은 방식으로 말입니다. 이 때 조건은, '누구누구에게'에 해당하는 부분은 머릿속으로만 생각하고 쓸 때는 '너'로 통일해서 쓰도록 말하였습니다. 교사인 제가 걷어서 가지고 있겠지만, 저는 판도라의 상자를 열고 싶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 활동은 교사가 보고 판단하기 위한게 아니라, 어린이들이 자신의 후회를 표현함으로써 머릿속에 모호하게 남아있는 타인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명확하게 하고, 반복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목표이기 때문입니다.
어린이들은 조용히 펜을 움직였지만, 금새 소곤소곤 소란스러워지기 시작하였습니다. 쓸 말이 없는 어린이들이 꽤 많았습니다. 이 활동을 처음 한 것이 2015년인데, 그 때는 두 시간을 꼬박 줬는데도 시간이 모자랐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흐르면서 점점 한 시간으로도 시간이 남는 지경이 되었습니다.
저는, 어린이들의 평균적인 발달 연령이 조금씩 지체되고 있다는 생각을 갖고 있습니다. 자신의 말과 행동, 태도와 자세에 대해 성찰할 만큼의 발달이 이루어지지 않은 셈입니다. 물론 큰 문제는 없습니다. 언젠가는 다들 어른이 될테니까요. 그 와중에 어떤 어린이들에게는 나름대로 유익한 시간이 되었던 듯 싶기도 합니다.
<소주제 2, 너와 우리> 앞으로 너에게 ... 할께/하지 않을께 - 교실 배움
연이어, 앞선 활동을 바탕으로 '앞으로 너에게 ... 할께/... 하지 않을께'를 모둠이 함께 적어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종이 한 장을 놓고 1년 동안 교실에서 지킬 마음가짐을 잔뜩 적어보았습니다. 어린이들은 모둠 친구들과 함께 이야기도 나누고 서로의 것을 참고(?)하기도 하면서 도화지를 채워나가기 시작하였습니다.
어느 정도의 시간이 지난 후, 종이를 시계 방향으로 90도 돌려 자신의 오른쪽에 앉아있는 친구의 것을 읽어보게 한 후, 가장 와 닿는 것 하나를 고르게 하였습니다. 고른 후에는 다시 90도 만큼 돌려 다음 친구의 것을 읽고 고르고, 또 90도 만큼 돌려 다음 친구의 것을 읽고 고른 후, 마지막으로 90도 만큼을 돌려 자신의 것을 고르게 하였습니다.
한 사람 씩, 자신이 쓴 마음가짐 중에서 자신과 친구들이 고른 것을 발표하면서 1년 동안의 교실 살이에서 꼭 지킬 것들을 내면화 할 수 있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선택된 것들은
- 너의 꿈을 응원하고 너의 마음을 배려할께
- 너에게 나쁜 말 안할께
- 너에게 선 넘는 장난을 하지 않을께
- 너를 존중할께
- 너와 함께 열심히 할께
- 너에게 웃는 얼굴로 인사할께
- 너의 신체 능력을 가지고 비웃지 않을께
- 너에게 예의 있게 할께
- 너를 소외시키지 않을께
- 너에게 그림을 그려줄께
- 너에게 큰 힘이 되어줄께
- 너에게 짜증내지 않을께
- 너의 별명을 부르지 않을께
- 너에게 욕을 하지 않을께
- 너와 1년 동안 좋은 우정을 만들어 볼께
- 난 너에게 네가 힘든 순간에 잘 위로해주는 위로 친구가 되어줄께
등등등이 있었습니다.
다시 한 번 살피고 읽어보며, 어린이들과 함께 되새김질하는 시간을 지속적으로 가질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소주제 2. 너와 우리> 캐치프레이즈 만들기 - 3차시, 교실 배움
지난 시간에는,
- '너에게 ... 했어야/하지 않았어야 했는데'
- '너에게 ... 할께!/하지 않을께!'
활동을 통해 지난 학년까지 다른 사람에 대해 보인 말과 행동, 태도 등을 돌아보고 다가올 1년의 마음가짐을 되짚어 보았습니다.
오늘은 이를 바탕으로 모둠별로 우리 반 구성원 모두가 함께 가져야 할 마음가짐을 캐치프레이즈로 만들었습니다. 우선 지난 시간 함께 쓴 마음가짐 종이를 보면서 우리 모둠이 전체 구성원에게 제시할 캐치프레이즈를 정하였습니다. 그런 다음 각자 꾸밀 부분을 나누어 레터링 아트 작업을 수행하였습니다.
모둠별로 돌아가며 까닭과 함게 발표하였고, 어린이들은 이를 들으며 가장 잘 된 캐치프레이즈 하나를 고르고, 가장 잘 꾸며진 레터링 아트 하나를 골랐습니다.
한 모둠에서 의견 일치를 보지 못하고 계속 날선 말들이 오고 갔습니다. 어린이들에게 담임 교사가 가지고 있는 삶의 태도를 하나 알려 주었습니다. '대안이 없으면 반대도 없다'. 어떤 이의 의견을 들었는데 왠지 마음에 들지 않는 경우가 있습니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수 있겠지만 나름 이유를 붙여 반대의 의견을 표현합니다. 그런데 누군가 되묻습니다. 그럼 다른 의견이 있는거야? 그 때 대답하지 못하는 경우, 우리는 아무 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로 지지부진한 시간을 보내게 됩니다. 다른 사람의 의견이 80% 정도인 듯 할 때, 내가 그 이상인 대안을 낼 수 없다면, 일단 80%를 받아들이는게 합리적입니다. 그렇게 진행하다보면 아쉬운 부분을 채우면서 100%를 완성하거나, 그보다 나은 의견이 떠올라 과업을 수정할 수 있습니다.
브레인스토밍의 정신이 좋은 이유는, 80%보다 나은 완성도를 가진 의견을 생산해 낼 가능성을 만든다는 것에 있습니다. 가능성은 포지티브한 논의 태도에서 나옵니다. 80% 정도의 완성도를 가지는 의견에 반대할 때, 이와 같은 네거티브한 접근은 오히려 더 나은 의견이 나오는 통로를 막을 수도 있습니다. 브레인스토밍은 80%를 인정하며 그 시점에서 시작할 수 있지만, 네거티브한 접근은 끊임없이 제로 베이스에서 시작해야 합니다.
이와 같은 설명이 다툼이 있는 모둠에 설득력 있게 받아들여진 듯 합니다.
오늘의 활동에 대한 만족도가 높았습니다. 일단 어린이들이 주도적으로 수행하는 활동이었고, 자유도가 높아서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소주제 3. 내가> 좋아하는 것, 하고 싶은 것 - 2차시, 교실 배움
지난 시간까지 '나', 그리고 너와 우리가 함께 가져야 할 마음가짐에 대해 배웠다면, 이번 시간부터는 다시 '나'를 들여다보는 시간을 구상하였습니다. 앞선 시간들이 과거와 현재에 집중하였다면, 소주제 3에서의 활동은 현재와 미래에 포커스가 있는 활동입니다.
이번 시간에는 '내가 좋아하는 것, 하고 싶은 것'을 발견하고 표현하는 시간으로, 국어와 미술 교과를 재구성하였습니다. 먼저 자신이 좋아하는 것과 하고 싶은 것을 가치와 기능에 대해 적어보도록 안내하였습니다. 가치라면 내가 마음에 두고 살아가는 마음가짐이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우리 교실에서는 배려와 존중에 대한 이야기, 책임감에 대한 이야기를 한 바 있습니다. 기능이라면 내가 할 줄 아는 것 중에 예시를 찾을 수 있겠지요. 저는 독서와 보드게임하기 같은 것을 즐기고 좋아하는 편입니다.
그렇게 적은 것을 자유롭게 발표하도록 하였습니다. 주목하였던 것 중,
- 천문학(은하계)
- 조류학
- 추억
- 우정
- 해외여행
정도가 기억납니다. 추억이라는 단어가 좀 낮설게 느껴졌습니다. 초등학생에게서 나올만한 단어는 아니니까요. 저같은 아재에게는 소중하게 여겨지는 단어이지만...
어쨌든 그렇게 쓴 단어들을 아래의 예시와 같이 표현해보도록 안내하였습니다.
머릿 속을 꽉 채운, 좋아하는 것, 하고 싶은 것들. 2016년에 저희 반이었던 어린이가 제출했던 것입니다. 중간에 전학가 버린 어린이. 지금은 행복하게 잘 지내고 있는지 궁금하네요. :) 이것을 보면서 지금의 어린이들도 꼼꼼하게 채워나가기 시작합니다.
다 마친 후, 뒤에 게시하고 함께 둘러보도록 하였습니다.
<소주제 3, 내가> 잘 하는 것, 해야하는 것, 장래희망 - 2차시, 원격 배움
원격으로 '잘 하는 것, 해야하는 것, 장래희망' 활동을 수행하였습니다. 지난 시간에는 '좋아하는 것, 하고 싶은 것'을 정리하였는데, 이번 시간에는 약간의 의무감과 책임감이 가미된 것으로 한 번 꼽아보도록 하였습니다.
그런 다음, 종이에 손바닥을 대고 손바닥 외곽선을 그린 후, 그 안에 레터링 아트의 형태로 자신이 잘 하는 것, 해야하는 것, 장래희망 등을 꾸며보도록 안내하였습니다.
지난 시간과 이번 시간에 걸쳐, 현재를 비추어 미래를 넘겨다보는 활동을 수행할 수 있었습니다.
<주제 마무리> 나의 성장과 발전을 응원하는 가상 편지 쓰기, 활동 마무리 소감 발표 - 2차시 원격 배움
3교시와 4교시에는 주제통합 배움을 마무리 하였습니다. 어린이들은 자신의 내면과 외적 특징, 둘러싸고 있는 환경과 경험 속에서 느꼈던 다양한 감정을 돌아보았고, 이를 바탕으로 한 햇 동안 바꾸고 싶은 모습과 지키고 싶은 모습을 결정하였습니다. 다른 친구의 마음을 헤아리기가 얼마나 쉽지 않은지 보드게임을 통해 실감하여 본 후, 혹시 내가 했어야 하는 것과 하지 말았어야 하는 것을 써 보면서, 한 햇 동안 어떤 것을 할지 어떤 것을 하지 않을지 마음가짐을 다져본 후에 모둠원들과 함께 공유하며 우리 반의 캐치프레이즈를 제시하는 활동을 수행하였습니다. 다시 나로 돌아와서 내가 좋아하는 것과 하고 싶은 것을 생각하여 표현해보고, 내가 잘 하는 것과 해야하는 것, 그리고 장래희망을 표현해 보면서 한 햇 동안의 방향을 가늠해보는 활동을 수행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