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 수학 전문성이 필요하다. [초등교사, 초등수학을 말하다]
초등교사, 초등수학을 말하다
8. 수학 전문성이 필요하다.
초등학교 현장에서 많은 교사들이 자신의 전문성을 구축하여 이를 배움 현장에서 활용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로 영어 전담 교사의 운영을 꼽을 수 있을 듯 합니다. 영어는 일반 교사의 접근성이 떨어지는 교과입니다. 우리나라에서 영어는 ‘English as a Foreign Language’의 위치를 점하고 있으며, 일상생활에서는 전혀 영어를 사용할 일이 없습니다. 게다가 영어는 언어이자 도구 교과로써 여타 교과와는 조금 다른 방식의 교수-학습 방법을 적용하고 있습니다. 다른 교과에서는 볼 수 없는 코-티칭도 영어 교과에서는 많이 활용되고 있기도 하는 등, 초등학교에서의 영어 교과는 다른 교과와는 다른 위치를 점하고 있는 듯 보입니다. 영어 교과가 전담 교사 교과로 이견없이 받아들여지는 이유는, 이런 다른 교과와의 구분 때문에, 담임 교사가 담임 교과로 운영하기에는 어려움을 갖고 있다는 것을 점을 들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외에도 주로 교사의 관심과 흥미가 전문성으로 확장됩니다. 예전 함께 근무했던 선생님께서는 세밀화에 관심이 있으셨습니다. 그래서 시간을 들여 따로 배우시기도 하셨고, 그걸 바탕으로 동아리활동 세밀화반을 운영하셨으며, 미술 수업에도 활용하시는 것을 보기도 하였습니다.
전문성의 확장은 교과 내 영역을 점유하기도 합니다. 2015 개정 국어과 교육과정에 포함된 교육연극이 대표적일 것입니다. 교육연극에 대한 일부 교사들의 적극적 요구가 교육과정으로 반영된 것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그러면서 모든 교과를 배우도록 해야하는 초등학교 교사의 위치 상, 모든 과목에 대한 전문성을 요구받기도 합니다. 제가 근무하는 지역에서는 ‘학교로 찾아가는 SW 연수’를 작년까지 2년 동안 교육청 차원에서 운영하였습니다. 실과 교과에 반영된 SW 교육과정에 대한 교사 전문성을 높이기 위한 작업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여기서부터는 지극히 주관적이고 좁은 경험이라 글로 두드리기 조심스럽지만, 논의를 펼쳐보기 위해 어려움을 무릅쓰고 두드려보고자 합니다.
학교에서 수학 교과에 대해 이야기 나눌 기회는 전혀 없습니다. 거의 도덕 교과 수준입니다. 음미체는 배움의 소재나 활동 때문에, 국어는 어린이들이 내어놓는 결과물 또는 요즘 현장에서 중요하게 여겨지는 온책읽기 등과 관련하여, 사회는 배움 안내의 어려움과 함께 재구성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가, 심지어 과학은전담교사가 전담하더라도 달관찰이나 기체 발생 실험등의 이야기라도 오고가는데, 수학에 대한 이야기는전혀 없습니다.
결과에 대한 이야기가 오고갈 때는 있습니다. 단원평가가 몇 점인 아이가 있어 걱정이다, 같은. 그마저도 답을 구하는 대화는 아닙니다.
왜 수학 이야기가 오고가지 않을까. 저의 첫 번째 진단은, 대부분의 교사가 수학이라는 과목을 좋아하지 않는다, 입니다.
거의 대부분의 교사가 고등학교 때 문과를 선택했을 것이며, 그 이유의 거의 대부분은 수학 교과의 어려움 때문일 것이라 짐작합니다. 안타깝게도, 현재 교사군의 대다수가 수학에 대한 실패 경험, 혹은 수학을 피한 경험을 가지고 있는 셈입니다. 이런 경험은 배움 과정에서도 반영됩니다. 사람과 사람이 배움에 참여하는 교실에서, 교사의 경험은 배움의 가장 중요한 요인을 이룹니다. 슐만의 PCK(Pedagogical Content Knowledge 교수 내용 지식) 이론이 회자되는 이유도 그 지점과 궤를 같이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실은 학부모에게서도 비슷한 현상을 볼 수 있습니다. ‘중학교 가면 수학이 어려워진다는데’로 시작하는 학부모 상담을 여러 차례 경험한 바 있습니다. 모든 학부모가 중학교에서 수학을 배웠고, 또 현재 중학교 과정은 30년 전의 중학교 과정과 그 내용 체계가 달라진 바가 없는데도, 학부모들마저도 남 얘기하듯이 수학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 우리나라의 현실입니다.
우리 모두는 수학에 대한 실패 경험을 가지고 있는 셈입니다. 몇 년 전, 영재강사연수에 참여한 기억이 납니다. 강사는 교대 교수님이었는데, 무슨 이야기를 하면서 문제를 하나 내셨더랬습니다. 연수에 참여한 교사들 풀어보라면서. 몇 분께서 손들고 풀이를 얘기하시는데, 낯가리는 저도 나서서 문제 풀이를 얘기했던 기억이 납니다. 그 때 풀이과정에서 시그마를 썼더랬는데... 교대 교수님이 이채로와했던 기억이 납니다. ‘시그마를 사용할 줄 아시네요?’로 기억되는 말씀과 함께.
초등학교 교사는 아무리 고등학교 문과 수학과 교육과정을 배웠더라도 모두 시그마는 배웠을텐데, 그걸 끄집어내는 교사는 흔치 않은 셈입니다.
그렇다면, 굳이 초등교사가 고등학교 수학에 대한 지식을 가질 필요가 있을까요? 아무리 교사의 ‘교과 지식’이 중요하더라도, 아마 그 정도까지는 필요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수학 교과에 대한 자신감은 가져야 합니다.
그런데 수학 교과에 대한 심적 어려움은 교사, 그리고 학부모로 하여금 수학 교과를 들여다보고자 하는 의지를 꺾습니다. 사교육 수학 강사들에게서도 종종 볼 수 있습니다. 사교육 수학 강사 모두가 수학을 잘 하기 때문에 강사를 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아실 필요도 있습니다. 어떤 강사들은 중학교 수학 과정까지만 가르치고, 자신이 가르치던 학생이 고등학교에 가는 순간 손을 놓습니다. 못 가르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학부모들은 알 수 있는 방법이 없습니다. 어떤 강사들은 미리 답안지를 공부해가기도 합니다. 풀이과정을 외워서 강의 시간에 외운 그것을 그냥 칠판에 판서하고 넘어가기도 합니다. 교실도, 가정도, 심지어는 사교육에서도, 수학에 대한 심적 어려움이 넘쳐나는 현실에서, 수학 교과에 대한 자신감을 갖도록 하는 것이요원합니다.
택하는 방법은 교과용 도서 편제를 따라가는 것입니다. 교육과정 재구성이 점점 강조되면서 교과용 도서의 활용도가 조금씩 낮아지는 상황에서 수학 교과용 도서는 아직도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대부분의 교사는 무슨 일이 있어도 수학 익힘책을 풀립니다. 왜 풀릴까요? 2015 개정 국어과에 질문 만들기가 들어온 것에 대해 비판적인 교사는 그 부분을 스킵하면서 교과용 도서를 사용한다고 하는데, 그런 교사들도 수학 익힘책 풀리는 것을 너무 당연하게 여깁니다.
문제 풀이가 중요하다는 생각, 수학 익힘책을 통해서 어린이들에게 연습을 해야 한다는 생각, 그 모든 생각은 결국 수학 교과에 대하여 교사가 가진 두려움과도 연결된다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수학 이야기에 대한 이야기가 오고가지 않는 이유 두 번째는, 거의 모든 교사의 수학 수업이 비슷하기 때문입니다. 교과용 도서 내용을 지도서에 기반하여 ‘설명’한 후 풀리고 수학 익힘책을 다시 한 번 풀리는 것으로 한 차시의 수업을 마무리하는 것.
그러다보니, 처방도 비슷비슷합니다. 앞서 비판적 시각을 드러내었던, 연습 중심의 보충 학습이 천편일률적인 처방으로 활용되고 있습니다. 그것은, 사교육도 마찬가지입니다. 수학 학습에 어려움을 겪는 아이들에게 ‘문제를 많이 풀려야 한다’는 처방은, 실은 사교육의 것입니다. 학생의 개성과 현상과 목표가 존중되지 않는 천편일률적인 접근 방식. 그것이 학부모에게도 같은 방식으로 적용됩니다. ‘중학교에 가면 수학이 어려워진다는데’로 시작하는 학부모의 말씀을 꽤 많이 들었던 경험이 있습니다. 천편일률적인 처방 때문에, 굳이 수학 교과에 대한 이야기를 할 필요가 없는 것이 바로 세 번째 이유입니다.
수학 교과를 중요하게 여기는 인식이 강화되는 상황에서, 수학 교과에 대해 교사의 인식도 바뀌어야 합니다. 너무 많은 어린이들이 초등학교 시절부터 사교육 바운더리에서 문제 풀이 중심의 연습을 통해 수학을 재미없고 지루한 과목으로 인식하고 있는 상황에서, 교사 전문성은 수학 교과를 피해가면 안 될 것입니다.
책 읽기의 즐거움을 함께하기 위해 온책읽기를 연구하는 것처럼, 어린이들의 더 나은 컴퓨팅 사고력을 위해 소프트웨어 교육의 방식을 고민하는 것처럼, 건강한 몸과 마음을 위해 다양한 신체 활동을 탐구하는 것처럼, 수학 교과에 대해서도 연구와 탐구와 고민이 필요합니다.
우리 반 어린이들이 중학교에 가고, 고등학교에 가면서 점점 ‘수학’ 교과의 강력한 영향력 아래 놓이게 될텐데, 지금의 교실 현장에서 수학 교과를 중요하게 여기지 않는다면, 우리와 똑같은 실패 경험과 피하고자하는 마음을 강화하게 될 뿐입니다.
저같은 일개 교사가 쏟아내는, 깊이있는 통찰은 찾아보기 힘든 이런 수준없는 글은 말고, 수학에 대한 교육 현장의 담론이 더 많이 쏟아지고, 더 많이 회람되며, 이를 통해 더 많은 논의가 일어날 필요가 있습니다. 그것이 지난 30년간 바뀌지 않았던 수학 교육의 흐름을 바꿀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게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우리 반 어린이들에게도, 우리 집 아이들에게도, 30년 전에 수학을 배우던 방식으로 배우게 할 수는 없지 않겠습니까?
아에드 인 마이오렘 델 글로인
이 글이 두드리기 제일 어려웠네요. 계속 자기검열이 되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