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긋하게 : 보다] #2. 함께 지내는 방법을 모르는 아이와 지내고 있나요
그대를 이해하려 나는 도를 닦는 마음으로
학급 아이들 중에는 능숙하게 처음 만난 친구들과 가까워지고, 자연스럽게 도움을 주고 받는 아이가 있습니다. 반면, 친구와 가까워지려 노력은 하는데 생각만큼 반응이 없고, 그래서 마음을 걸어 잠그거나 과한 행동으로 강하게 반응하는 아이도 있지요. 소통하는 데 서툰 아이를 보면 안쓰럽기는 하지만 교사는 참 답답하고 걱정이 됩니다.
오늘 느긋하게 본 내용은 EBS <다문화 고부 열전> 224회(3월 15일 방송) 의 이야기입니다.
[20년째 참아온 며느리, 투명인간이 된 시어머니]
☞http://www.ebs.co.kr/tv/show?prodId=110028&lectId=10850573#commentList
신경질적으로 혼잣말을 하고, 고함을 치며 공격적인 말을 하고, 대화를 청해도 거부하는 이종선 씨. 이종선 씨의 침대를 지나면서도 투명인간처럼 말 한 마디 않고, 필리핀 요리를 하는 김미라 씨의 식당에 머물다가 귀가하는 가족들. 가족들이 모여서 식사한 것은 한 달도 넘었다고 합니다. 저와 같이 보던 지인은 “굳이 저런 집 이야기를 보며 스트레스를 받아야 하나. 치료를 해야지 방송은 무슨.” 말하며 자리를 떴습니다. 맞습니다. 방송에서는 갈등으로 비롯된 격한 말과 행동을 자극적으로 보여주고, 오랜 시간에 걸쳐 누적된 문제를 일회적 이벤트로 처방을 내리곤 하죠. 시청자들은 방송된 화면만을 보고 “이 쪽이 노답이다” 라고 생각하게 합니다. 세대차이, 성격차이, 고부 갈등처럼 개인 간의 갈등처럼 보이는 사안들은 그 기저에 경제, 사회적 문제가 있습니다. 다른 가족에게 중재의 역할도 요구해야 합니다. 특히 이종선 씨의 모습은 건강해 보이지 않고 사정도 어려워 보여서 방송국에서 꼭 의료, 복지 면에 도움을 주기를 바랍니다.
저 역시 보기엔 괴로웠지만 눈을 떼기가 어려웠습니다. 제가 맡았던 우리 반 아이가 겹쳐 보여서요. 이종선 씨는 가족 중에 유일하게 정을 쏟는 아들 김성영 씨에게 떡만둣국을 끓여 밥상을 차려 줍니다. 다녀와서 꼭 먹어! 라고 집을 나서는 아들에게 말하지요. 말은 안 했지만 ‘같이 먹자, 엄마가 너랑 같이 앉아서 뜨신 밥 먹으며 풀어내고 싶어’ 라는 의미였을 것입니다. 김성영 씨는 가게에 가서 밥을 먹고, 이종선 씨는 아들을 기다리다 식어 버린 밥상을 탕탕 소리를 내며 치우며 큰 소리로 공격적인 혼잣말을 합니다.
하지만 어떤 사람이 외롭고 고립되는 것을 바랄까요? 사랑하며 사랑받고 싶지 않은 사람이 어디 있을까요? 어떤 사람이 누군가를 계속 싫어하며 지내고 싶어 할까요? 이대로 계속 살 수는 없으니, 방법을 찾아 봅니다. <다문화 고부 열전>의 후반부는 이주해 온 며느리의 가족들이 있는 고향으로 시어머니와 며느리가 함께 여행을 합니다. 여행을 가기 전, 김미라 씨는 시어머니에게 바지를 선물합니다. 내던져 버릴 것 같았던 이종선 씨는 “괜찮네, 여행 가서 잘 입겠다” 이야기합니다. 먼 여행길에 지친 이종선 씨를 김미라 씨가 도닥여 주고, 이종선 씨는 김미라 씨가 내민 손을 꼭 잡습니다. 물론 여행 한 번으로 극적으로 문제가 해결되거나 상대가 이해되지는 않습니다. 그래도 긍정적인 기억, 옆에 있던 기억이 앞으로의 삶을 조금 바꿀 수는 있겠지요.
3월에 방송을 보고 석 달이 지났지만 머릿속에 계속 맴돌았습니다. 새 학년을 맞고 며칠 지나지 않고도 드러나는 모습들이 있죠. 누군가 필통이 떨어져 물건을 쏟았다면, 옆 자리 친구들은 묵묵히 같이 주워 주고, 모른 척 기다려 주거나, 민망했겠다며 슬쩍 말을 걸기도 할 것입니다. 하지만 어떤 아이는 저 멀리서부터 슬라이딩으로 달려와 주워 주거나, 큰 소리로 지적하고, 혹은 껄껄 웃습니다. 선한 의도가 있는 행동이지만 어딘가 과하거나, 혹은 의도적으로 불편한 행동을 하는 것처럼 느껴져 친구들과 조금씩 거리가 멀어지게 됩니다. 학년이 높아질수록 주변 분위기를 파악하고 또래들의 압력을 느끼며 점차 반응의 크기가 줄어드는 반면, 사회성 및 상황 인지 능력 발달이 늦은 친구들은 고학년이 되어도 상황 판단이 안 되거나 자기중심적인 사고를 보이며 자신의 행동의 영향을 모르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특히 주의력이 부족하거나 발달 지연이 있는 경우 행동이 과하게 나타나 그로 인해 친구들과의 유대감이 낮아지고, 자주 거절당하는 악순환이 생기기도 합니다. 그럴수록 주변의 반응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부정적 관심을 받는 행동을 하게 됩니다. 상담을 해 보면 과거에 안 좋았던 경험을 투영해 부정적인 사고, 불안에 차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선생님이 되어 주려 합니다.
함께 지내는 방법을 몰라서 어려움을 느끼거나 과거의 경험으로 인해 왜곡되게 인지하고 있는 아이들. 나는 아이를 어떻게 대할 수 있을까 생각을 해 봅니다.
1. 아이의 역사를 들어 준다.
“무슨 일이 있었어?”
먼저 아이의 선한 의도를 알아줍니다. 말로 표현이 안 되는 감정을 짚어 보면서 아이의 긴장은 조금 풀어집니다. 아이와 대화를 하다 보면 어느새 몇 년 전 심지어 유치원 때 누군가와 있었던 일을 말합니다. 해소가 안 되었거나, 지금 자신을 정당화하고 싶어 과거의 사건을 떠올리는 것처럼 보입니다. 갈등이 발생한다면 여유 있게 시간을 잡아서 충분히 이야기를 해 봅니다.
2. 분노를 조절하는 방법을 알려 주고 선택 방안을 제시한다.
“그랬구나. 그럴 때는 몇 가지 방법이 있는데, 들어 볼래? 어떤 방법이 제일 낫겠니?”
실제로 학생은 적절한 행동을 알지 못하거나, 자신의 행동이 어떻게 보이는지 알고 싶어 하지 않거나, 더 나은 대안을 선택해 본 경험이 부족할 수 있습니다. 부적절한 말과 행동의 빈도를 알려 주고 그에 따른 결과를 함께 생각해 봅니다. 감정과 생각은 나의 자유지만 말과 행동은 자신의 선택이고, 결과에 따른 책임이 있으므로, 선을 정하고 더 나은 방법을 선택하도록 돕습니다.
3. 주변 친구들에게는 바라는 것을 물어본 뒤, 기다려 달라고 말한다.
“알려 줘서 고마워. 노력하고 있는데, 잘 안 되나 봐. 기다려 보자. 불편한 행동이라고 느껴지면 바로 말해 줘.”
갈등을 빠르게 해결하기 위해, 학교 폭력으로 진행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해 사과하게 하거나, 반성을 하도록 지도하는 경우가 많지요. 그리고 주변 친구들에게 이 아이를 이해해달라고 부탁하게 되기도 합니다. 하지만 사실 교사인 저도 이해가 잘 안 되는 때가 많습니다. 가까운 자리에 앉은 아이들은 자리가 바뀌기까지 많이 견디고 참고 있기도 하구요. 그래서 저는 상대의 입장을 서로 인지하게 한 다음 평화로운 해결을 위해 무엇을 바라는지 물어 봅니다. 그리고 또 갈등이 일어날 수 있지만, 그 때에도 같은 방법으로 풀어 갈 테니 참지 말고 도움을 청하라고 안내합니다.
4. 일상을 벗어나 편안함을 느끼고 다른 경험을 해보도록 안내한다.
“선생님이랑 산책할래? 텃밭에 상추가 얼마나 자랐나 보러 갈까?”
외로움을 많이 느끼는 아이라면 선생님이 기꺼이 함께 시간을 보냅니다. 수업 중, 일과 중에는 선생님도 시간 제약과 업무 부담이 있어 아이를 여유 있게 바라보기 어렵고 선생님의 감정을 유지하기 어렵지만, 둘이 있을 때 아이를 들여다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올해 저는 사제멘토링을 지원해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제가 만난 학생들은 사회성 발달이 늦은 대신 후배 동생들과 대화하는 것을 좋아하고, 약한 사람들을 돕는 것을 좋아했습니다. 또래관계를 맺는 기술이 서툴기 때문에 안정감을 갖는 상황에서 관계를 맺는 경험을 다양하게 할 필요가 있습니다. 학부모 상담을 할 때도 아이가 편안하고 즐거운 기억을 많이 가질 수 있게 가족여행, 봉사활동을 권합니다.
5. 전문가의 진단과 상담을 권한다.
“학부모님, 이런 프로그램이 있던데, 아이에게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선생님들께서 상담이나 생활지도를 통해 학생을 지도하려 노력하고 계시겠지만, 전문적인 도움이 필요한 학생을 발견하고, 적절한 조언을 하는 것도 교사에게 필요한 전문적 능력이라 생각합니다. Wee센터에 문의를 하여 아이의 상황을 설명하면 도움 받을 수 있는 방법을 알려 줍니다. 학교에 상담선생님이 계시다면 더 좋겠지요. 저희 학교에서는 두드림 프로그램을 통해 정서 상담 지원을 합니다. 대인관계 향상 프로그램이나 상담, 발달 검사 등의 검사를 통해 진단을 받고 보다 전문적인 도움을 받기를 바랍니다. 참고로 일반적으로 사회 인지와 관련해 아이가 알아야 할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오은영, 『엄마표 학교생활 처방전』, 248쪽)
주제 |
내용 |
자기 인식 및 자기 수용 |
자기 자신을 알아가고 자신을 수용하기 자신의 존재 가치를 알기 |
감정 조절 |
인간의 감정에 대한 정의 감정 통제로 사고와 감정을 객관화하기 |
생각과 행동 |
감정에 우선해 생각하는 법 배우기 긍정적인 사고와 결과를 생각하고 행동하기 |
문제 해결 및 의사 결정 |
문제 해결과 의사 결정 과정에 대한 통제 능력 키우기 |
인간관계(자신감 회복) |
인간관계의 갈등과 비합리적인 신념 간의 관계를 알고 인간관계 개선하기 |
의사소통 기술 훈련 |
듣는 기술과 말하는 기술을 습득해 대화하는 방법 익히기 |
부모의 역할 |
대화, 훈육, 지지 등을 통해 자녀와의 관계 개선하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