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실 살림]#7. 우리 같이 노래할까요?(1)
오늘 음악 시간에는 뭐해요? 노래 불러요?
밤톨이반에는 음악 시간을 기다리는 아이들이 여럿 있습니다. 사실 아이들은 노래 부르기를 참 좋아합니다. 넘치는 자신감으로 목청껏 부르느라 목이 상할까 걱정이 될 때가 있습니다. 쉬는 시간에 친구들과 한 목소리로 가요를 부르거나 랩을 하기도 하지요. 학급평화회의에서 둥그렇게 서서 노래 부르지 말자고 건의가 계속 나옵니다. 춤도 춰요. 춤추지 말라고는 안하더군요 가무를 사랑하는 민족
그렇지만 고학년으로 갈수록 노래부르기에 자신이 없어 하는 경우가 많은데요, 변성기가 와서 목소리가 변한 것을 느끼게 되거나, 다른 사람들 앞에서 내 목소리를 내는 것이 부끄럽다고 생각하는 아이도 있습니다. 학년이 올라갈수록 성부가 나뉘거나 낯선 기호가 나와서 어렵게 느끼기도 하고, 계이름을 잘 모르거나 느리게 읽는 아이는 더욱 부담스러워하고 음악 시간에 작아집니다. 저희 반에는 중간이 넘어가면 노래를 안 부르고, 리코더 연주도 머뭇거리는 아이가 있는데, 자기도 잘 하고 싶은데 계이름을 떠듬떠듬 읽어서 어렵다고 하더라구요. 이번에 3, 4학년 음악 교과서 선정을 하다 보니, 리코더와 단소 연습하는 차시에서 악보에 계이름을 적어 주는 친절한 교과서가 좋아 보였습니다. 더불어 음감과 박자 감각이 늘지 않아 답답해 하는 아이들도 자신감이 떨어집니다. 또 자기 취향이 생기고, 다양한 대중음악을 접하면서 동요의 재미나 민요의 맛에 관심이 없어지는 경우도 있구요.
노래가 너무 부르고 싶어지는 비법
제가 노래를 가르치는 방법의 핵심은 학생들이 시나브로 곡을 많이 접하는 것입니다.
노래 부르기를 하기 전 노래를 여러 번 듣습니다. 일단 귀에 익어야 하고, 귀에 익어서 해볼만 하다는 생각이 들면 노래가 부르고 싶어지거든요. 그리고 노래를 여러 번 부르는 것도 중요합니다. 하지만 그냥 반복해서 듣거나 부르면 재미가 없기 때문에 단계를 거칩니다. 교생실습을 할 때 음악수업을 하고 깨지면서 이상과 현실의 벽 과연 어떻게 여러 번 부르면서도 학생들이 반복 연습이라는 것을 알아차리지 못하게 할 수 있을까 동기들, 선생님, 교수님과 묻고 대화하던 기억이 나네요.
0. 악보에서 정보 찾기, 특별한 점 발표하기
머릿 속에 장면을 그려 보고, 경험을 떠올립니다. 가사에 낯선 낱말이 나오면 간단히 설명을 합니다.
1. 몸을 움직이며 노래 듣기
소리내지 않고 박자에 맞추어 몸을 움직입니다. 손을 움직이거나 느낌에 따라 더 크게 움직여도 됩니다.
2. 기본박 치며 노래 듣기
강박을 치며 노래를 듣습니다. 이미 몸은 리듬을 타고 있죠. 입이 옴짝옴짝하지만 절대 노래를 부르지 않습니다.
3. 가사 읽으며 노래 듣기
가사를 읽습니다. 한 음으로. 인디스쿨의 어떤 선생님의 수업 나눔에서 배운 방법인데, 가사를 읽으면 정말 답답하고 정말 노래로 부르고 싶어집니다.
4. 리듬치며 노래 듣기
리듬을 손으로 치며 듣습니다. 쉼표는 손을 확실히 떼고, 붙임줄로 이어진 음은 치지 않고, 이음줄에서는 정확히 나누어 칩니다. 악보를 눈여겨 보게 되지요. 머릿 속에서 음이 있는데 부르지는 못하고 박수로만 치려니 손바닥이 빨개지도록 칩니다.
5. 노래 들으며 허밍하기
손바닥이 아파요, 빨리 노래 불러요, 학생들의 아우성이 시작됩니다. 마지막으로 꾹 참고, 허밍으로 음을 잡아 봅니다. 지휘하며 노래 듣기, 손가락으로 가락선 그리며 노래 듣기, 비슷한 부분 나오면 반짝반짝하기 등의 활동을 추가할 수도 있습니다.
6. 드디어 노래 부르기
기다림이 고통스럽게 느껴질 즈음, 노래를 부릅니다. 기악이 중심이 되는 경우는 바로 가사를 넣어 부르는데, 거의 완벽하게 익힙니다. 노래를 부를 때는 남녀 부르기, 모둠별 부르기, 춤추며 부르기, 눈감고 부르기, 일어서서 부르기 등 반복하고 있음을 못 알아차리도록 다양한 방법으로 불러 봅니다. 이미 알아차렸으나 그냥 참고 부르는 것일까요 진실은 저 너머에
가창이 중심이 되거나, 음정을 짚을 필요가 있는 경우는 다음 단계를 거칩니다.
선생님이 노래를 불러줄게요. 듣고 따라해 봅시다.
우리 반에서 노래를 익힐 때는 보통 반주 없이 선생님의 선창을 듣고 나서 한 소절씩 따라 부르고, 민요를 부를 때는 꼭 제가 장구로 반주를 합니다. 기간제 교사로 6학년 음악 석 달, 발령 후에는 교과 전담 교사로 5학년 음악을 3개월간 가르치면서 음악 수업을 어떻게 즐겁게 할 수 있을까 제가 할 수 있는 방식을 찾아 보았지요.
제가 선창을 하며 노래를 가르치는 이유는 녹음된 목소리를 따라 부르면 음정이 높아 따라하기 어렵게 느끼는 아이들이 많았고, 특정한 부분을 짚어서 반복 연습할 때 일일히 멈추었다 다시 재생하기가 불편했기 때문입니다. 무반주로 부르면 학생들도 음정에 잘 집중할 수 있고, 학생들의 소리가 잘 들려 제가 지도할 때도 도움이 됩니다. 아이들도 선생님이 부르는 모습을 보면서 흥미를 느끼기도 하고, 자기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더 하는 것 같아요. 선생님도 하시는데 나라고 못할 이유가 없지 헉생들의 자신감 충전 선생님의 자신감 한 방울만 더하면 생생한 음악 시간이 될 수 있답니다.
익히고 나서 노래 부를 때는 음을 낮춘 반주를 합니다. 반주를 직접 하고, 필요하다면 조옮김을 해서 노래를 부른다면 더 좋을텐데. 사실 풍금을 제가 반주하며 가르친 적이 있었는데 4년 전 "할 수 있다 할 수 있다" 되뇌면서 왼발 오른발 왼발 오른발 3/4박자는 발이 헷갈려요ㅠ 6/8박자는 너무 바빠요 왼오왼오왼오 왼오왼오왼오 아직 반주를 하며 동시에 학생들의 노래에 귀를 기울이고, 지도하기에는 제 실력이 부족합니다. "선생님, TV로 하시는 게 어때요"라고 한 아이가 조용히 다가와 속삭여서 상처입은 기억 ㅠ 넌 할 수 있어 라고 말해 주세요 전자키보드를 마련해보고 싶다는 마음은 있는데 언제쯤이 될지 장담할 수가 없네요. 역시 일단 질러야 시작할 수 있겠죠. 자존심스튜핏
문득 함께 노래를 하고 싶어졌어요
10월부터 우리 반에서는 노래 한 곡을 정해 함께 배우고 있습니다. 아침 시간에 2~3번씩 듣거나 부르는데 5분, 늦어도 10분 정도가 필요합니다. 흥얼거리며 하루를 시작하고, 우리 반이 조용해져도 문득 귀에 맴도는 기분입니다.
다음 글에서 계속하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