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담생활 두달차. 그 어느날 있던 일
2015.10.17 글입니다.
전담생활 두달차
이제 슬슬 전담생활이란 것이 익숙해졌다.
허나 여전히 익숙하지 않은 것이 몇가지 있는데
그 중 하나는 이 시간이 전부라는 것이다.
한시간이 지나가면 다음 시간에 보충하는게 참 어렵다.
그래서 틈틈이 진도를 빨리빨리 나간다. 그래야 수업시간에 농담이든 잡소리든 하는게 가능하다.
두번째는 똑같은 농담이나 위트를 두세번 하려니 힘들다.
(특히 최근에는 교육과정개정의 영향으로 5,6학년을 같은 과목을 가르치는데 같은 말을 다섯번 하니 정신이 없다..@@)
아... 이건 장점이 되기도 하는데 첫반을 가르칠 때보다 마지막 반을가르칠 때 훠얼씬 잘 가르치는거 같다. (중간중간 오류도 발견하고..) 마치 두뇌 트레이닝을 하는 느낌이다.
그래... 더 단련해 주마...
세번째는 3개 학년이 내 외모에 관심을 가져준다.
나는 3,5,6학년을 가르친다.
출근할 때 여유가 없을 때는 머리를 말리지 않고 그냥 넘긴채 출근을 하고
출근할 때 여유가 있는 날은 머리를 말리고 내려서 출근을 했는데 그런 날은..
"와 선생님 머리 자르셨어요?"
"아니 드라이하고 내렸어~"
"와 선생님 머리 자르셨어요?"
"아니 드라이하고 내렸어~"
"와 선생님 머리 자르셨어요?"
"아니. 그냥 내렸어..."
"와 선생님 머리 자르셨어요?"
"아니. 그냥 내렸어..."
"와 선생님 머리 자르셨어요?"
"아니... 그냥..."
"와 선생님 머리 자르셨어요?"
"아니...."
"와 선생님 머리 자르셨어요?"
"어...."
PART 1. 그 어느날 있던 일1
나는 3학년 영어, 5,6과학 전담인데
오늘은 금요일.. 3학년 수업을 하는 날이다.
오늘은 수행평가... 영어로 된 낱말을 읽고 알맞은 색을 칠하면 되는 아주 그런 수행평가다.
아무튼 수행평가를 하기 전에 수업을 하는데 수업 또한 주어진 색에 맡게 칠하는 내용이었다.
애들에게 칠할 시간을 주고서는 순간 심심했다.
그래서 애들에게 말을 걸었다.
"선생님도 색연필 좀 빌려줘~"
"네~~"
갑자기 여자아이 몇명이 웅성댄다.
"와... 선생님도 하실 건가봐~~"
"와~~ 얼마나 잘하실까? "
"엄청 잘하실거야~"
나 : "........................"
대충하려고 마음먹었던 마음은 어느새 사라지고 무언가를 보여주어야 하는구나 모드로 바뀌었다.
노력은 겁나 했으나 결과물은 다음과 같았다.
이 색칠된 정도를 보고도 3학년 아이들은 감탄사를 불렀다.
"우와~~~"
내가 돌아다니면서 보니 3학년 남자아이들은 충분히 제친거 같았다. 왠지 모르게 뿌듯했다.
PART 2. 그 어느날 있던 일2.
수행평가를 시키고 났는데 시간이 애매하게 남는다.
"수행평가지 뒤에 그림 그려도 되요?"
"그래~괜찮아. 뭐 선생님을 그리거나 선생님을 그려도 괜찮아"
"진짜요?"
"와~~ 미남쌤이 자기 그려도 된대~~"
(애들은 나를 미남쌤으로 알고 있다. 여기서 미남은 그냥 관용사? 정도가 되겠다.)
그렇게 3반을 진행해보았다.
그 결과물들은 다음과 같다. 마치 미술사의 발전을 다 본 듯 하다.
<사실주의파들>
인체비례가 훌륭하다. 눈동자도 크게 그려줬다. 고맙다. |
디테일이 살아있다., 엄청 훌륭하다. 시계랑 티셔츠랑 안경이랑 표정이 살아있다. 하지만 나는 사시는 아닌데;;;; ; |
심드렁한 표정과 종이컵. 그리고 모니터... 콧날의 오똑함. 뒤의 의자. 자전거가 그려진 티셔츠. 이녀석 덕분에 움직이지도 못했던 듯 하다. 손을 올리면 손내리라고 그러고... |
목덜미살을 이래 디테일하게 그리다니.... 특히 옆모습임에도 불구하고 앞으로 나온 저 살들은 다이어트를 자극하기까지 한다. |
<평범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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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볼 수 있는 그림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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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상파들>
이들은 자신들이 본 특징을 표현했다.
눈동자가 맑다. 반짝인다. |
착하게 그려줬다. 고맙다. 나중에 참샘스쿨에 보내봐야겠다. |
목이 길다. 이런 인상인가보다. |
역시 머리가 커보인게다. |
<초현실주의자들>
이들은 나를 통해 자신들의 세계를 표현하려 했을 거다. 그렇게 믿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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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혼란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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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이건... |
다음부터는 이런건 시키지 말아야겠다...(아직 5,6학년이 남긴 했다;;;)
논문 같네 이거.... 하기는 싫은데 막 궁금해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