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가락. 그리고 코로나.
<손가락을 다쳤다>
2주전.
전날 하루 종일 감자스프를 먹고 싶다고 노래를 부르던 따님을 위해 일어나자마자 감자를 썰었다. 그리고 감자전을 만든다고 채칼로 감자를 썰다가 쑥~ 하는 느낌이 들었다.
아... 그렇다.
검지손가락이 갈렸다.(지금 이 글을 읽고 있는 그대의 표정도 상상된다.) 하얀 속살이 보이고 조금씩 피가 스믈스물 나오더니 갑자기 확 나오기 시작한다. 자던 아내님을 깨워서 얼른 지혈을 하고 밴드를 붙인다.
두시간 가량 후에 병원 오픈시간이 되어 병원을 갔다. 병원에서는 의사선생님이 큰 일 아니란 듯 소독만 잘하면 된단다. 그런데 움직이지 말라고 부목을 댄 후 코반으로 손가락을 칭칭 감았다.
물을 닿지 말라는 소리를 들으며 병원문을 닫고 나서는데 뭔가 낯설다. 내 손인 듯 하면서 내 손이 아닌 느낌이 신기하다.
신기함은 잠시 불편한 게 한둘이 아니다. 검지가 사용이 불가하니 타자도 칠 수 없고 칼질도 못하고 음식 먹기도 쉽지가 않다. 학교에 출근해서 교실을 하나 치워야 할 일이 있었는데 다른 선생님들은 일을 잘하는데 나는 하나도 못하는 게 점점 서러워지기 시작했다.
기껏 손가락 하나 다쳤는데 할 수 있는 일들이 많이 줄어들었고 점차 쉽게 포기하기 시작했다. 손가락 부상은 마음까지도 영향을 끼쳐서 자신감마저 줄어들게 했다. 그리고 너무 답답했다. 이틀에 한 번씩 병원에 가서 소독을 할 때 코반을 뜯는 때면 마음도 시원한 느낌이 들었다.
그런데. 기껏 하루이틀 정도 붕대와 부목을 댔던 손가락은 붕대를 풀면 잘 움직이지 않는다. 머리는 움직이고 있는데 잘 안따르는 손가락을 보는 느낌은 참 이질적이었다. 겨우겨우 두어번 굽혀보면 이제 잘 굽혀지지만 다시 붕대를 감을 시간이다.
그렇게 며칠간 소독을 하러 병원을 다니며 생각이 들었다. 일상에서 겨우 손가락 하나 다쳤는데 할 수 있는 게 이렇게 줄었다.
학교도 그렇다. 개학하면 아이들의 뛰는 소리와 웃음소리, 조용한 수업시간, 활발한 쉬는 시간은 여전하겠으나 완전한 치유는 시간이 오래 걸릴 거 같다.
휴업이 끝나고 개학하면 아이들과 더욱 즐겁게 지내봐야겠다.
ps. 손가락에 붕대 감은 걸 본 따님은 아빠가 불쌍하다며 울고 사탕도 줬었다. 그러나 붕대를 푸르니 그 징그러운 손가락을 내 눈에 보이지 말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