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쨋든, 소통 1
2020년, 6학년 아이들과 함께 어설픈 온라인 쌍방향 수업을 시작했었고, 2021년 1월이 되어도 방학을 하지 않아 지금도 계속 되고 있습니다.
수업을 하다보면 등에서 식은땀이 흐르기도 합니다. 아무도 없는 곳에서 일인극을 하는 기분이 들 때도 있습니다. 그러다 어떤 날에는 화면 앞에서도 박장대소 하기도 합니다. 10년이 훌쩍 넘은 제게도 혼돈의 카오스였던 지난 2020년 수업들을 정리해 보았습니다.
2020년 수업의 핵심은 놀랍게도 '시요일, 편지쓰기, 미술표현활동, 주제발표수업, 나는 누구인가? ' 이렇게 다섯가지였습니다.
이 주제만 보면 대면수업과 별반 다를 것이 없어보입니다. 오히려 대면수업보다 더 심도있게 이루어진 부분이었습니다.
2020년 수업에 대해 각자 모든 선생님들이 중요하게 생각하시는 부분이 있을텐데 , 전 그 어느때보다 '소통'을 중점에 두었습니다.
얼굴을 보고 수업 하는 날이 적었던 만큼 관계를 맺는 일에 애를 썼습니다. 저에게 가장 큰 변화는 아이들과의 카톡입니다.
그 전까지는 학생들과 절대로 카톡하지 않았습니다. 4시 30분 이후에 연락하지 않았습니다. 학교에서 그 부분이 충분히 충족될 수 있었고
얼굴을 보고 이야기를 많이 나눌 수도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온라인 상황에서 아침 문안인사부터 시작해서 과제 안내 개인 피드백 등등 카톡으로 이루어져야 했기에 이토록 많은 아이들과 이렇게 많은 문자를 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런데 분명 이전까지 싫어하고 거부했었는데, 이렇게 1년을 하다보니 좋은 점들이 많다는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다수 속에 보이지 않던 조용한 아이들과 친밀해 지기도 하고 , 나도 아이들에게 작은 문자하나로 힘을 얻기도 하고, 카톡으로도 정이 쌓인다는 사실을요.
소통에서 이어지는 두번째 이야기는 '공동체 문화' 입니다. 3월에 학급세우기를 하지 못한 채, 그렇게 시간이 많이 흘렀습니다.
학생들도 친구 관계를 맺는 일이 어려워 보였습니다. 화면 속에서 나와 이야기를 할 뿐, 서로는 이야기를 하지 않았고 우리반은 채팅창으로도 수업에 필요한 이야기만 하고 서로 농담 같은 것을 하지 않았습니다.
'얼마나 외로울까?'
한 친구가 집에서 혼자 방 안에서 공부하고 있으면 감옥에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고 했습니다.
나도 텅 빈 교실에서 혼자 있으면 가끔 외로운 생각이 들기도 하는데 아이들도 그렇게 외롭게 수업을 하지 않았을까?
그래서 '우리 함께야. 우리는 세상에서 하나뿐인 특별한 반이야. 각자 다른 곳에 있지만 여기 함께 있어' 이런 메시지를 주고자 했습니다.
우리반 이름은 '별자리반' 그 뜻은 '별이 모여 별자리가 되듯 '나'가 모여 우리가 되는 별자리반 '입니다.
구글 폼으로 설문조사를 통해 선정되었습니다. 반 이름은 각종 작품에도 등장하고 시에도 등장하게 됩니다.
아침에 출석 인사 할 때, 반 친구들에게 응원하는 메시지로 시작합니다. "애들아, 남은 온라인 수업도 힘내!", "코로나 이겨내자!" 이렇게 긍정적인 메시지를 아침부터 받으면 그게 문자라도 엄청 힘이 됩니다. 또 온라인으로 함께 했던 크리스마스 이브에도 반 전체 친구들에게 산타가 되어 메시지를 남겨보기도 하고 누군가 생일이 되면 화면에서 음소거를 켜고 노래를 불러줍니다. 엉망징창 노래지만 모두가 웃을 수 있는 순간이기도 하구요. 6학년을 하면서 매일 하루 한장 단체 사진 찍기를 했었는데 2020년에는 이렇게 화면으로 단체사진을 찍는 일도 많았습니다.
대면 수업에서 할 수 있는 학급 문화 만들기는 수도 없이 많은 것입니다. 그 중에서 온라인에서도 이어 나갈 수 있는 것에 대해 더 고민해 보아야겠습니다.
어쩌다 소통 2부에서는 온라인-대면수업이 하나의 흐름으로 가져갈 수 있는 수업/ 온라인이어서 특별했던 수업에 대해 이야기 해 보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