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학년 어린이들, 사랑을 논하다!
6학년 11월이 되면 이성에 눈을 뜬 아이들의 연애가 시작된다. 물론 그 전에 이미 일찍 시작한 아이들도 있긴 하지만 늦가을 이맘때쯤 '사랑'에 관해 이야기하면 큭큭하면서도 눈을 반짝인다. 1교시 시작 전에 이미 나른하게 몸을 누이는 어린이들도 오랜만에 똑바로 앉아서 나를 바라본다.
나의 첫 연애도 초6이었으니 그게 언제적인데 예나 지금이나 사랑에 대한 관심은 변함없는 진리 아닌가.
코로나19에도 이성에 대한 관심은 멈출 줄 모르니, 이럴 때는 <꼴뚜기>가 제격이다. 진형민 작가님의 동화집에 실린 사랑의 노래!
주인공 길이찬과 주채린의 연애가 담긴 '사랑 사랑 누가 말했나'를 읽어주면 한시간 꼴딱 넘어가며 뒷 이야기도 알려달라고 아우성이다.
작년 아이들은 워낙 쎈 아이들이라 시작부터 연애 할 때 데이트 비용을 내지 않는 주채린 욕을 하기 시작하며 길이찬을 자기 일인 마냥 분노하고 홍지영을 비롯한 모든 여자애들을 나쁜x이라고 온갖 나쁜 말을 붙이다가 심지어 우리반 안에서 남녀가 싸우는 일까지 벌어졌었다. 세상에! 이건 허구의 동화인데도 말이다.
하지만 올해 아이들은 순한 쥐띠들이라 그런지 주채린 욕까지는 아니고 뭐든 다 퍼주는 길이찬에 대한 미련스러움에 고개를 저으며 쯧쯧쯧을 외쳤다. 단 한명! 00이만 길이찬을 이해할 수 있다고 연신 고개를 끄덕인다. (사실 너 때문에 이 책 읽은거야)
중간 중간 찬반토론을 하며 관객들의 긴장감을 높였다. 토론 주제로 '길이찬이 영화표와 팝콘도 사야한다.' 라던지
'사랑을 위해서라면 엄마에게 거짓말을 할 수 있다.' 라는 주제로 말이다.
마치 자기 일처럼 열열히 토론을 하고, 다시 작품 속으로 들어가서 길이찬이 문제집 값을 빼돌리거나 심사비를 빼돌려 데이트 비용의 액수가 커질수록 "길이찬, 이 모자란 놈아! 니 인생을 살아야지!" 하며 길이찬에게 하고픈 말을 내뱉는다.
"같은 남자로서 길이찬이 이해가 가니?" 라며 남학생에게 물어보는데 딱 한명 빼고는 모두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마지막 관문인 투투데이 놀이동산 데이트 비용으로 무술 학원비도 빼돌리려고 고민하는 길이찬 앞에
우연히 사부님이 수강료 봉투를 가져가는 순간 아이들도 같이 "다행이다" 하며 박수를 친다.^^
놀이동산을 못간다는 문자에 주채린이 2시간이 넘게 답장을 안보냈다는 이야기를 하자, "이제 차인건가요?" 하며 연신 씁쓸해도 한다.
자, 그래서
"초등학생은 연애해도 된다"에 찬반토론을 해보자!
헌법을 들먹이며 누구에게나 자유가 있다고, 사랑은 누구나 할 수 있는거라고 찬성을 외치는 아이들과
공부에 방해되고 해결할 수 없는 문제(임신, 성폭행?) 이야기를 하며 하면 안돼!를 외치는 아이들
이렇게 한차례 사랑 이야기는 지나갔다.
1교시 수업이 축 처진 재미가 하나도 없는 날
꼴뚜기 한권이면 재미 업! 하며 교실이 업 업 된다.
물론 내 목은 다운이지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