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책 한권이 세상에 하나뿐인 '문집'으로..
한 학기 동안 아이들과 참 많은 책을 읽었습니다. 아, 정확히 이야기하자면 읽어주었습니다. 학생들은 책을 읽고 '책공책'에 생각이나 느낌을 기록하기도 하였습니다. 이런 글들이 모인 우리반 문집은 여러 종류의 글을 싣지 않고, 책과 관련된 한가지 글들로만 엮어서 인쇄됩니다. 한권의 책이 스물여섯 색깔의 글로 다시 재탄생하는거죠.
2019년 1학기 읽었던 책들 중에서 우리반을 역사여행까지 다녀오게 한 '꽃할머니' 책으로 만든 문집의 제목은 '그날을 기억하라' 입니다. 위안부 할머니들께 쓴 편지부터, 꽃할머니를 읽고 다녀온 희움 위안부 역사관 이야기까지 생생하게 문집에 녹아 있습니다. 이 문집으로 우리는 '꽃할머니' 그림책과 우리의 여행을 기억할겁니다.
문집에 실린 글 중, 아이들이 가장 많이 추천한 글입니다.
희움을 기억하라.
황00
“저는 ‘위안부’라는 단어가 싫습니다. 앞에 강제를 붙여 주세요.”
“한번을 당했든, 여러 번을 당했든 폭력입니다.”
“앞으로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책 ‘꽃 할머니’를 읽고, 장난인줄 알았는데, 진짜 우리 반 부회장으로 시작해, 3명이나 편지를 썼다. 감사하게도, 교장 선생님께서 기억해 주시고, 허락을 해주셨다는 기쁜 소식을 받았다. 그러나 예정에 없었던 일정이었고, 그만큼 선생님들이 고생해 주셨다. 우리 역시 많이 알아보고 조사해 보았다. 이렇듯 우리는 많은 과정을 거쳐 , 그날을 기억하러 가게 되었다.
많은걸 느끼고 배웠지만, 역시 나의 관심은 ‘희움’ 이였다. 가장 많이 생각하게 하고 공감하게 하였다.
건물의 외형은 작고 아담하였다. 그러나 웅장한 건물과는 또 다른, 기품이 있었다. 뿜어져 나오는 점잖은 분위기에 우리 반은 약간 조용해졌다. 나 역시 분위기에 이끌려 조용해졌었다.
희움 밑쪽 1층 긴 의자가 있는 곳에서 관장님과의 질문과 답변 시간이 있었는데, 오기 전, 물어보고 싶은 건 많았는데, 시간을 직접 가져보니 질문이 생각나지 않았다. 나는 자세히 배워보지 않았던 위안소의 모습을 물어 보았고, 여러 방이 있으며, 집 같이 생겼다고 하셨다. 이 시간은 나에게 많은 생각을 하게 했다. 우리의 질문은 위안부 때 의 일이었고, 우리 반 단 누구도 앞으로의 우리를 언급하지 않았다. 나 역시 어디 까지나 답이 정해진 역사만 알려했다. 내가 이 역사들을 알아 어떻게 해야 하는지는 생각하지조차 못하였다. 아마 이 문제는 답이 없지 않을까? 나는 어떻게 해야 할까? 나에겐 큰 의미를 두고 있는 답변이자 질문 이였다.
희움 내부 구경을 하였는데, 밑쪽 1층에는 할머니들의 말귀, 그 당시의 상황에 대한 설명, 역사, 연표, 그림 및 사진 이 전시되어 있었다. 특히 가장 기억에 남았던 거대한 연표는 ‘김학순’ 할머님을 시작으로, 위안부 할머님들의 이야기가 있었다. 연표를 보니 할머님들의 무수한 노력이 보였다.
위쪽 1충에는 희움 굿즈가 있었다. 난 그중 가장 마음에 들었던 팔찌와 뱃지를 샀다. 팔찌 봉지 뒤에는 김순악 할머님의 압화 작품이 있었다. 계단을 올라가면서도 에쁜 압화 작품들이 있었다. 작품에 대한 주관적인 감상은, ‘압화’ 라는 기술을 이용한 비슷하면서도 다른 분위기를 품는 작품들 이다. 시간이 없어 2층을 둘러보기 위해 꼼꼼히 구경하지 못하였다. 바로 올라가니 증언 영상이 재생 중 이었는데, 카메라가 그 쪽을 찍고 있어 이 영상도 잘 보지 못하였다. 이 부분은 굉장히 아쉬웠다.
2층에 2칸 정도는 설명이 적힌 방 이었고, 마지막은 우리가 편지를 직접 쓰는 방이었다. 포스트 잇 으로 꽉 채워진 그 방은, 포스트 잇 은 작고, 글의 길이도 다 달랐지만 다녀간 분들의 공감과 분노가 느껴졌다. 나의 포스트 잇 은 의미를 부여하여, 노란나비 색으로, 노란색우로 골랐다. 쓸 만한 아주 멋진 문장을 생각해보다 팔지를 보고 그 위에 프린트 된 ‘Blooming their hopes with you' 라는 문구를 사용하였다. 2인칭으로 쓰여 있어, 나도 동참할거기에 'with me'라고 썼다. 정성이 없어 보여 그림도 그려 넣었다. 수많은 포스트 잇 중, 한 일본인이 “ 잊지 않겠습니다.忘れません. 미안해요.ごめんなさい。”라고 적은 포스트 잇 이 기억에 남는다. 사실 우리가 미워해야 할 건 일본의 만행과 동참한 사람이지, 모두를 미워해야할 이유는 없다는 생각을 하게하였다
이 현장체험학습은 보고 배운 게 끝이 아니고, 계속 나에게 물음표를 붙인다. 어쩌면 우리가 더 자세히 알아야하고 생각해야 하는 건 앞으로 우리의 말과 행동 이고, 이걸 더 쉽게 깨우치게 지름길을 만들어 주는 것이 역사인 것이 아닐까? 만약 그렇다면 지금 나는 이번 현장체험학습으로 인해 길을 흐릿하게 라도 본 것이 아닐까?
문집은 희움 역사관 관장님과 '꽃할머니'를 쓰신 '권윤덕'선생님께도 한권씩 선물로 보내드렸습니다. 선물을 드릴 수 있다는 것 만으로도 참 기쁜 일이었어요.
올해는 특별히 반 아이들 전체 글이 들어있는 문집이 아닌, 개인의 글을 한권으로 만드는 작업을 했습니다.
'수요일 오후 두시' 라는 학생 그림책 동아리 문집입니다. 우리 동아리는 4명의 학생들과 저 이렇게 단촐한 구성원입니다. 3월부터 7월까지 매주 수요일 오후 두시에 모여서 그림책 3-4권을 읽고, 이야기 나누고 그 중에 내 마음을 울린 책을 정하여 글을 쓰는 동아리입니다.
이런 경험이 처음이라며, 동아리에 오는 것 만으로도 행복하다는 부원들을 거느리고(?)있습니다. 부원들에게 의미있는 선물로 개인의 글을 작게 문집으로 만들어주었습니다.
제목이 '수요일 오후 두시'라고 되어야 하는데, 실수도 '수요일 오후 세시'가 되었습니다. ㅜ,ㅜ
아래는 그 문집에 실린 글 입니다.
「나의 생각과 마음을 자유롭게 펼칠 수 있는소박하면서도 굉장히 따스한 그런 곳.
시간적 여유로움이 있어 더 좋은 책 동아리.」
‘책을 읽어야지!’라고 매번 다짐하면서도 그렇게 하지 못한 나에겐 더욱 편한 곳이다. 단순히 그림책을 ‘동화책’, ‘아기들이 보는 책’으로만 나도 모르게 인식하고 있었다. 그러나 책동아리를 통해 그림책뿐만 아니라 소설책등 여러 책들의 소중함을 깨달을 수 있었다. 매번 ‘무슨 책을 읽어야 할까?’하며 고민하던 나는 책동아리를 통해 이젠 ‘무슨 책부터 읽을까?’하는 행복한 고민을 할 수 있게 되었다. 늘 어려웠던 책이 이젠 너무나 자연스레 편해졌다.
단지 소설책뿐 아니라 그림책에도 많은 의미가 있다는 것을 새롭게 알게 되었다.
나는 5학년 때 까지 책에는 손도 대지 않았을 만큼 책에 관심이 없었다. 기껏해야 만화책정도! 하지만 지금은 많은 것이 변화했다. 그렇게 ‘김지혜’ 선생님을 만나면서 책과 친해지는 법을 배웠다.
또 다른 변화는 글쓰기!
책동아리를 시작하고 나서 글쓰기 실력이 많이 늘었다. 예전에는 ‘글쓰기’라는 말을 듣기만 해도 머릿속이 하얀 백지가 되는 것 같았다. 그러나 지금은 부족하고 서툴지만 글쓰기에 대해 조금을 거리낌 없이 내 머릿속에 있는 생각을 정리해 밖으로 꺼낼 수 있게 되었다. 또 책을 읽은 후 ‘서평’도 쓸 수 있게 되었다.
책을 읽을 때 한 장 한 장 넘기는 그 느낌도 좋다. 특히 새 책일 때 더더욱, 책은 여러 가지 매력이 있다.
요즘 내 또래 아이들 그리고 어린 아이들 조차도 스마트폰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인지 더욱이 책의 가치가 없어지고 있는 것 같다. 4차 산업 혁명 시대인 만큼 스마트폰이 필요하지만 가끔은 잠시 폰을 끄고 책을 읽는 것도 좋지 않을까?
책이 주는 선물을 모르는 사람들에게 좋은 책을 알려주고 싶다. 선생님이 나에게 그랬던 것처럼..
책 동아리.
가능하다면 최대한 오-래 하고 싶지만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은 1년뿐. 그중에서도 벌써 4달이나 지나버려 아쉽지만, 남은 시간동안 더 많은 책과 내 생각 그물을 넓게 펼칠 수 있는 ‘나’로 성장하면 좋겠다.
언제나 행복한 책 동아리, 그 자체가 나에겐 더 없이 소중한 시간이고 선물이다.
한 학기를 마무리하며, 세상에 하나뿐인 선물이라고 좋아하는 아이들을 보니 2학기에도 또 좋은 책들 많이 읽고 글도 쓰며 보내야겠습니다.
한 권의 그림책이 다른 새로운 책으로 변하는 기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