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책에 물들다]찬이가 가르쳐 준 것
4월 20일 장애인의 날을 맞이하여 '대한민국 1교시'만 보고 감상문 쓰기에는 아이들이 너무 준비가 되어있지 않았다.
특수학급이 없는 우리학교 학생들은 '장애인'에 대하여 어떤 시각으로 어떤 마음으로 만나야 할 지 고민이 전혀 되어있지 않아보였다. 이제껏 장애인들을 직,간접적으로 만나본 경험을 물어보아도 티비나 영화에서 밖에 없다고 한다.
이전 학교에서는 장애를 가진 친구들이 입학할 때 부터 졸업 할 때까지 교실속에서 같이 지냈기에 특별한 교육을 하지 않았었는데, 이렇게 아무런 경험과 지식이 없는 학생들에게는 어디서부터 교육을 해야 할지 막막했다.
또 '장애인의 날'을 수업 하는 선생님들은 어떤 관점으로 무엇을 학생들에게 이야기해야 하는가에 확신도 없었다.
저 멀리 있는 나와 상관없는 이들을 한번쯤 떠올리는 수업. 그들을 동정하는 날로 생각하게 하고 싶지 않았다.
오늘 수업은 한번이 아니라 오늘을 시작으로 지속하겠다는 마음으로 그림책을 통해 문을 열어 보기로 했다.
내가 아이를 낳기 전과 후에 달라진 점 중에 예전에는 '장애'를 가진 그 당사자에게 초점이 맞춰졌다면, 이제는 당사자를 둘러 싼 가족들.. 특히 엄마의 시각으로 바라보게 된다. <찬이가 가르쳐 준 것>도 여러 그림책 중에서 계속 이 작품에 등장하는 엄마에게 마음에 끌려 아이들에게 읽어주었던 것이다.
나도 엄마가 되었고 나의 친구들도 엄마가 되었다. 그 중에는 장애를 가진 아이의 엄마도 있다. 학창시절을 지나 그렇게 엄마가 된 우리들이 다시 만났고, 새로 알게된 사실 한가지.. 특별할 것 같은 그들의 삶을 특별하게 만드는 건 바로 그들을 지켜보는 사람들이었다. 장애라는 것을 예민한 우리아이, 엄청 마른 우리 아이처럼 하나의 특징을 가진 아이로 생각해주면 좋겠다.
내 친구도 나에게 원하는 것은 소중한 아이를 낳은 같은 엄마로 관계 맺기를 바라고 있다고 느낀다. 동정이나 연민이 아니라 말이다. 그리고 중요한 건 우리는 변함없이 그냥 소중한 친구라는 것.
찬이는 뇌병변 장애를 가지고 있다. 이 작품은 찬이의 누나 시각으로 글을 서술하고 있으며, 그림은 가족들의 모습을 글을 보충하여 더욱 자세히 진행한다. 장애에 대한 그림책들이 장애를 가진 당사자의 어려움과 이해를 요구하는 방식이었다면, 이 작품은 장애를 가진 사람과 살아가는 가족들로 확장하여 보여준다는 차이점이 있다. 그래서 독자는 감정이입이 그들의 가족에게로 향하게 된다.
"나는 나대로, 차이는 찬이대로 사랑한다는 것을 알았다. 무엇보다 사랑은 비교하지 않는다는 걸 배웠다."
내 주변에 아이들이 옹기종기 앉아서 숙연하게 듣고 난 후, 내가 예상하지 못했던 이야기들이 오고갔다.
"작품에 아빠가 등장하지 않네요. 아마, 아이가 장애를 가졌으니, 힘들어서 가버린거 아닐까요?"
"왜 그렇게 생각해? 아빠가 일을 하러 가셨을 수도 있잖아."
"그러기에는 한 번도 등장하지 않아요."
"...."
이 책을 몇번이나 읽었는데 아빠가 등장하지 않았다는걸 그제서야 알게되었다.
대부분의 아이들도 엄마가 모든 것을 감싸 안고 살아간다는 것에 대단하다고 이야기했다.
"모든 엄마들이 그렇게 했을거야. 너희들처럼 소중한 사랑스러운 아이니까. "
찬이가 가르쳐 준 '감사'는 작품 속 엄마 뿐 만 아니라, 이 작품을 읽으면서 공감했던 우리들에게도 전해졌다.
장애인의 날을 맞이하여 '대한민국 1교시'도 다른 장애그림책도 훌륭한 자료들이 많지만, <찬이가 가르쳐 준 것> 도 꼭 한번 읽어보기를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