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을 행복하게 보내는 법
기말고사가 끝나고 방학까지 기간은 3주. 예전 같으면 “선생님 영화 봐요.” “과자파티해요”
“자유시간 주세요.” 했을 텐데, 그럼 못 이기는 척 하고 영화를 틀어주고 과자를 먹으며 시간을 보냈을 지도 모른다. 그런데 올해 우리 반이 나에게 부탁하는 것은 “선생님, 주제공부해요.” 이다.
‘안녕, 세계야’ 주제공부가 끝나고 한 달의 공백 기간 동안 계속해서 “그 다음 주제는 뭐에요?, 저한테만 알려주세요.” 재촉하는 아이들이 한둘이 아니었다. 애간장을 녹인 다음 슬쩍 주제를 꺼내들었다.
# 어서와, 졸업은 처음이지
주제명은 비워두고 칠판에 그림을 그리면 자연스럽게 자기들도 주제공책을 꺼내들고 그리기 시작한다. 12월쯤 되니 처음부터 따라 그리지도 않는다. 무엇을 하는 건지 궁금하다고 손들지도 않는다. 왜냐면 그림만 보고도 무슨 내용인지 알겠다고 하고, 선생님 그림 다 그리고 나면 배치를 고려해서 주제그림도 창작 구상하겠다고 한다. (헉) 서당 개 3년이면 풍월을 읊는 다더니, 주제공부 1년이면 그림실력과 아이디어가 샘솟나?
이번 주제는 2월에 있을 졸업에 관한 내용이다. 1년을 마무리하고, 졸업을 준비하는 작은 행사들이 중심이 된다. 그림을 그린 뒤 자연스럽게 주제이름을 공모하였다. “함께해서 졸업한 우리반 - 함졸반 ”이러면서 폭소가 쏟아진다. “안녕, 졸업” “우리들의 행복한 졸업”등등 23개의 주제명이 쏟아져 나오고, 투표를 통해 ‘어서와, 졸업은 처음이지’가 당선되었다.
# 주제발표
이번 주제발표는 ‘재능기부’다. 어떤 주제든 자기가 하고 싶은 주제를 선택하고, 20분간 친구들에게 재능을 기부하는 수업을 하기로 하였다. 1년 동안 했던 어떤 주제발표보다 좋았다고 한다. ‘래핑지 만들기, 크리스마스 맞이 산타 종이 접기, 글자로 그림 그리기’ 같은 미술수업부터 ‘드론교실, 큐브 맞추기, 카드마술’까지 체험위주의 발표도 있고 추리를 좋아하는 친구의 추리교실, 취미(영화, 음악, 책 등)를 공유하는 자리까지 다양하게 이루어졌다. 잘 몰랐던 친구의 매력을 알 수 있는 시간이라 더욱 좋았다 .
# 비밀친구
주제기간동안 크리스마스가 겹쳐 있어서 이번 행사는 크리스마스+12월 파티를 한꺼번에 했다. (매월 마지막 주 금요일은 부서별로 0월 파티를 준비한다.)
그토록 원하던 비밀친구를 뽑았다. 3월에는 서먹한 사이에서 해서 제대로 못했다고 다시 하자고 엄청 난리여서 선심 쓰듯 하게 해줬다.(딱히 내가 할 것은 없다) 1명당 남학생 한명, 여학생 한명을 뽑아 2주간 잘해주는 비밀친구다. 2주간 무엇을 잘 해주는지 관찰하니 아침 일~~찍 와서 사물함에 사탕 넣어주기, 다른 친구가 장난 걸면 슬쩍 막아주기, 급식 당번 때 맛있는 메뉴 조금 더 주기 이런 사소한 것을 하고도 깔깔깔 좋다고 한다.
# 드림마켓
크리스마스 선물은 서로서로 주고받을 수 있는 드림마켓을 하였다. ‘지구야 미안해’ 주제에서는 알뜰장터를 열어서 물건을 팔고 수익금을 녹색연합에 기부하였는데, 이번에는 판매가 아닌 드림으로 진행하는 마켓이었다. 나에게는 필요 없지만 다른 친구들에게는 필요할지도 모르는 물건들을 가지고 와서 드리는 드림마켓이다.
뜯지도 않은 지우개, 형광펜, 문구세트부터 인형, 텀블러, 요요, 피규어, 마스크 팩 까지 시장이 펼쳐졌다. 반짝거리는 눈으로 물건을 탐색한다. 한 사람당 한 가지 물건을 찜하고 “감사합니다.”하며 받아간다. 그중에 “저는 아무것도 필요 없어요” 하며 드림만 하고 가져가지 않는 미니멀 라이프를 실천하는 아이들도 있다. 4바퀴를 돌고도 남은 물건들은 다른 반 아이들이 좋다면서 가져갔다.
# 사랑이 가득한 12월 파티
크리스마스 이브 전날 23일 크리스마스 파티가 열렸다. 반 아이들과 같이 만든 영상이 공모전에서 당선되어 받은 상금으로 피자를 시켰다. 이렇게 음식은 준비되었고, 음악부에서 크리스마스캐롤 연주를 시작으로 따뜻한 우리반만의 파티가 열렸다.
맛있는 음식과 좋은 음악 그리고 서로 주고 받은 카드까지 행복한 크리스마스다.
00이가 “선생님 우리가 마치 가족 같아요.”이러는데 주책 맞게 눈물이 날 뻔했다.
맞다. 우리는 24명의 대가족이다.
음식 나눠먹고, 좋은 이야기 나누고 이보다 더 좋은 식구가 어디 있겠니.
<한 해 마무리 활동 tip>
1. 하루 한명 주인공 정해서 편지 써서 묶어주기
2. ‘수고 했어 오늘도’ 합주
3. 올해 가장 좋았던 일 best 정하면서 한해를 돌아보며 이야기 나누기
4. 우리 반 주제로 독립영화 제작
5. 우리가 만드는 졸업식 전야제 공연 준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