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미 있는 '새학기 준비주간'을 위하여
15년차에 덜컥 수석교사가 되었습니다. 진지한 고민도 없이, 깊은 교육적 지식도 없이 무거운 중책을 맡게 되었습니다.
작년 한 해는 난생 처음 체육부장으로 살았는데, 이제는 수석교사로 잘 살아내야 합니다. (이 이야기는 다음번에 기회가 되면 다시 하도록 하겠습니다.)
새로운 지역, 학교로 발령이 날 줄 알고 짐을 미리 다 쌌는데 지금 있는 학교 그대로 발령이 나서 3층 체육관에서 4층 수석실로 이사를 했습니다. 52학급이라는 큰 학교에 연구학교까지 너무나 부담스러운 자리지만 이미 정든 선생님들이 있기에 그나마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수석교사로서 첫 발을 내딛는 2월, 가장 해보고 싶었던 일은 '전입교사 첫 만남 기쁘게 환대하기' 입니다. 두려운 마음으로 새 학교에 와서 새로운 장소, 새로운 일, 새로운 사람들과의 만남은 기쁨을 느낄 겨를이 없었습니다. 너무 큰 학교라 서로 얼굴도 이름도 잘 모른채 1년을 지나간다는 말을 농담처럼 하는 서로 만남이 없는 학교였습니다. 그래서 이미 있는 사람으로서 새로운 전입 선생님들을 아주 기쁘게 환대하고 서로 반갑게 인사하는 것이 저의 작은 소망이었습니다.
1. 부장님들과의 첫 만남을 기쁘게!
전 부장이 아니기에 부장 회의의 진행자로 참석했습니다. 먼저 이 분위기를 느끼고 동학년과의 만남도 부드럽게 이끌어 내셨으면 하는 바람에서 알차게 준비를 했습니다. 환영 간식에 이쁜 스티커도 붙이며 '얼마나 좋아하실까 ' 하는 작은 상상을 해보았습니다. '부장 첫 만남'은 자기 자랑을 하며 소개하기로 시작했습니다. 작년에 같이 부장하던 선생님이 바로 "새로오신 분들~ 원래 우리 이렇지 않습니다. 올해 분위기 참 달라졌네~" 말씀해주셨습니다. (알아차려 주셔서 참 다행입니다. )
동학년 분위기는 어떤지, 학교에 궁금한 것은 있는지 모두가 즐겁게 이야기 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둘째날 오전은 모든 선생님들과 함께 하는 자리를 만들었습니다. 강당에 둥글게 모둠을 8모둠 정도로 자리를 미리 만들어 놓았습니다. 환영 현수막과 환영 선물, 그리고 "선생님~ 반갑습니다." 라는 밝은 인사로 새로오신 분들을 맞이하였습니다.
뽑기통에서 번호를 뽑아서 랜덤으로 자리도 배치했습니다.
"교직 생활 30년만에 이런 적은 처음이다~" 껄껄 웃으시며 자리에 앉아주시니 감사할 따름이었습니다. 물론, 도대체 왜 이런걸 하냐며 핀잔 주시는 분들도 있었지만 그래도 꿋꿋하게 웃으며 맞이하였습니다.
모둠별로 서로 소개도 하고 자랑도 하고 개인적인 이야기도 하며 말랑말랑 한 분위기를 이어갔습니다. 프로그램 중에 '교직에서 열정이 식을 때와 열정이 올라갈 때' 에 관한 주제로 이야기 나누고 발표도 해보았습니다. 비슷한 경험을 할 선생님들은 '나만 이렇게 힘든게 아니었구나' 하며 위로를 얻을 수 있는 자리였습니다.
우리는 서로의 존재를 기쁘게 환대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그런 시작이 새학기에 만나는 아이들에게도 고스란히 이어지기를 바랍니다.
아직 많이 서툰 저의 첫 임무는 이렇게 끝이 났습니다.
(+ 계획서 첨부파일로 올립니다. 도움이 되셨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