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록 온라인 수업 일지라도, 일기를 씁니다
비록 온라인 일지라도 일기를 쓰게 했습니다. 그렇게라도 알아가고 싶은 욕심이었습니다. 1주일 넘게 작은 화면으로 보고 나니 얼굴과 이름이 어느 정도 매칭이 되고 면대면 수업처럼 금세 파악이 되는 건 아니었지만, 학습 습관이나 수준을 약간은 알 수 있었습니다. 언제가 될 지 모르지만, 우리는 꼭 만나는 사이임을 알기에 어렵지만 '일기'쓰기를 시작했습니다.
매일 짧게 쓰는 문장 속에 아이의 얼굴과 함께 고민도 보이고, 그 아이의 마음도 함께 보였습니다. 아이의 글을 통해 지금 현재 어려운 점은 무엇인지, 내가 해 줄 수 있는 부분들을 찾아보기도 했습니다.
<일기 주제>
1일차: 5학년까지 했던 학교수업과 지금 현재 연습 하고 있는 온라인 수업은 매우 큰 차이가 있을 것입니다. 선생님. 부모님, 학생 모두가 체감하고 있는 현실입니다. 이 점에 대해 곰곰히 생각해 보고 생활문 형식의 글을 써 주세요.
2일차: 오늘은 온라인 개학 첫 날 이었습니다. 그 동안 연습기간이 있었긴 하지만 오늘부터는 진짜 수업을 하는 날이기도 합니다. 열악한 환경과 소통의 어려움은 있었지만 첫 발을 내딛은 날이기도 합니다. 오늘 여러분은 어땠나요?
3일차: 오늘 주제 일기는 '13살. 요즘 나의 심리 상태'입니다. 요즘 나의 관심사는 무엇인지, 마음은 어떤지 글쓰기를 해 봅시다.
4일차: '나는00다'
나를 색깔에 비유하면 어떤 색일까? 그 이유도 글 안에 써주세요. 관련된 사건이나 기억이 있으면 함께 써 주세요.
*글로 여러분을 상상합니다. 어떤 친구들일까?
5일차: 나는 행복은 여기에 있다!/나의 슬픔은 여기에 있다
나는 무엇을 할 때 가장 행복한가요? 소개해 주세요.
반대로 나는 언제 가장 슬픈가요? 나의 슬픔을 소개해 주세요.
6일차: 화/ 사람들은 누구나 다양한 감정이 있습니다. 행복, 슬픔, 기쁨, 즐거움, 속상함, 미안함, 등등 셀 수 없는 감정들이 우리 마음속에 있어요. 오늘의 주제는 '화' 입니다. 화를 내는 것은 당연한 현상이에요. 하지만 그 화를 어떻게 내고, 조절하는가에 따라 내게 영향을 끼칠 수 있습니다. 오늘 주제 글쓰기는 '내가 화가 날 때' 입니다. 나의 화는 언제 나는지, 그럴 때 내 몸과 마음의 반응은 어떤지, 얼마만큼 지속되는지 자신을 잘 살펴보세요.
한 번도 본적 없는 담임 선생님의 일기 숙제가 버겁지는 않을까 걱정을 했는데, 오히려 사이버 공간에서 더 솔직한 듯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아이들의 글에 손글씨는 아니지만 답글을 달고 따로 문자도 하면서 연결고리가 생긴 것 같아서 내심 기뻤습니다. 이렇게 우리는 처음 만나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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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의 일기를 모아 만든 우리반 첫 작품입니다. 알록달록 다양한 색으로 어우러진 우리반 친구들의 모습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