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스와 아무말 대잔치 사이에서 - 혁신학교 컨퍼런스-
잡스 스타일로 가겠다고 핀마이크까지 빌렸고, 인터뷰를 하겠다고 여기저기 돌아다니는 모습도 자주 보였다. 부담가는 행사라 업무적으로도 좀 배려를 받으면서 준비한 거라 교장, 교감쌤에게 PPT를 보여드릴 때는 내심 긴장했다. 다행히 두분은 상당히 만족하셨다.
만족하신 이유를 좀 정리해 보자면 이런 것 같다.
- 우리학교에서 잘하고 있는 것들에 대한 얘기가 잘 나왔다.
- 선생님들이 짜고 찍은 것도 아닌데 발표 내용에 맞는 중요한 키워드를 말한다.
- 좀 재미있다. (재미를 빼면 안된다고 생각해서 재미있는 자막과 영상을 간간히 배치했다)
(대본도 없이 누가 가르쳐주지도 않았는데 이런 얘기를 하는 쌤들도 대단하다.)
( 이런 식의 자막으로 좀 웃겨보려고 했다. 물론 당사자들의 검증을 받았다. 부끄러워서 못보겠다던 쌤들도 있었지만... )
그리고, 시도한 리허설에서 너무 아무말 대잔치를 해버리는 발표자들(나를 포함한)을 보았다. 다들 혼자 연습할 때는 맡은 시간 안에 했다더니, 무대에 올라가니 혼미해 져서 아무말 대잔치를 해버리는 거다. 분명 대본에는 그렇게 안 써져 있는데 이상한 얘기를 해버리니 밑에서 보는 사람들이나 PPT 넘겨주는 쌤은 당황할 수 밖에. 거기다 정해진 시간까지도 훌쩍넘겨버리니. 역시 혼자서 구상한 것과 실제 무대는 크게 다르다는 걸 깨닿고, 다시 야근을 하며 대본 수정과 PPT 수정과정을 거쳐서 컨퍼런스 직전에야 겨우 완성했다. 이젠 될대로 되라고 생각하며 다른 발표자 분들에게 시간 생각하지 말고 하라고 했고 다행히 운영보고는 기대 이상으로 잘 되었다.(시간은 계획한 것보다 확실히 길게 썼지만 듣는 분들이 아무말을 안하는 걸 보면 성공이다.) 생각보다 잘 돼서 사람들이 ‘스티브 잡○’, ‘스티브 ○스’라고 말해주긴 했다. 하지만 무대에서 아무말 대잔치를 하다가 수습하느라 초조하게 버벅거리는 걸 본 것은 발표팀원들만의 비밀로 남겨둬야겠다.
(결국 아무말 대잔치는 막을 수 없었다. 잡스가 진짜 위대할 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