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스 컨셉으로 가도 되나요? - 혁신학교 컨퍼런스 -
우리 학교는 5월 말에 혁신학교 종합평가 컨퍼런스를 진행했다. (경기도에서는 혁신학교를 운영한지 4년이 되면 전체 교실을 대상으로 수업개방을 하고 학교는 이렇게 운영하였다고 보고도 하면서, 학교혁신에 관한 주제로 토의를 하는 시간을 갖는 행사한다.) 교육과정을 침해하는 특별한 행사가 없는 학교인데다 4년만에 찾아온 혁신학교로서 큰 행사이다보니 주무인 내 입장에선 준비하는데 상당히 신경쓰였다.(거기다 난 새내기 연구부장이고 우리학교는 혁신학교 8년차다.) 다행히 교무실에는 이 행사를 해봤거나 지원해본 분이 두 분이나 계셔서 빈틈은 그때 그때 메워졌다.(교무부장 경쌤 누님과 안경선배 꾹쌤) 교무실의 당분공급책 은쌤은 간식을 책임지셔서 내 짐을 하나 더 가져가주셨다.
문제는 혁신학교 운영 사항을 보고하는 일. 일명 운영보고.
사실 운영보고에 대한 컨셉은 머리 속에 있었지만 이걸 실제로 할 수 있을까? 라는 의문이 들었다. 일명 스티브 잡스 컨셉. PPT 내용을 최정예 키포인트만 따서 구성하는 간소함과 적절한 타이밍에 나오는 말들로 이루어지는 스타일이라 현장에서 한번도 본적이 없었는데 난 겁도 없이 이걸 하려고 상상하고 있었다. 그런데 시기가 적절했던 게 경기도가 혁신학교 운영을 꽤 해온 탓에 그 동안 다른 학교의 운영보고를 많이 접했던 선생님들이 하나같이 기존 방식이 좀 지루하다고 하면서 내가 구상한 잡스 스타일로 가자하고 하신 것. 물론 교장, 교감 선생님을 포함해서...(사실 이 컨셉에 대한 회의 때 나를 비롯한 2~3명을 제외한 다른 학교의 부장님들은 컨셉의 이미지를 잘 떠올리지 않고 그냥 좋다고 한 것 같다.)
나 혼자 발표를 하기보단 몇 명이 같이 하면 좋겠다고 발표자를 찾았는데 이건 의외로 쉽게 해결되었다. 그런데 내 예상과 달리 인터뷰는 자기들의 얼굴이 크게 나온다는 부담감에 안한다고 하는 걸 내가 우리학교 짠밥과 연줄로 다 해 버렸다. 무려 16명.(교사 11명, 학생 3명, 학부모 1명) 인터뷰 욕심이 너무 과했다. 컨셉을 잘 아는 내가 편집을 하기로 했는데, 20~30분 안에 발표해야 하는 자리라 16명에게 따낸 1시간 가량의 인터뷰를 10분 이내로 대폭 축소해야 했고, 인터뷰와 관련한 영상을 중간중간에 삽입하는 긴 수정과정을 거쳐 3일만에 완성하였다. 그리고, PPT도 일주일간의 구성, 수정, 제거의 반복 과정을 통해 완성되었다. 그것도 컨퍼런스 전날에.
( PPT가 이럴거라고는 처음에는 다들 예상하지 못했을 거다. 나와 몇몇을 제외하고는... 모르는 걸 허락해준 교장, 교감쌤도 어찌보면 대단한 분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