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예회는 오카리나이고 아이돌이시며 북소리이시니 – 학예회 이야기1
dumogn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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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1.07 00:53
이제 때가 때이니 만큼 학예회를 말할 때가 된 것 같다.(아~ 이 시의적절함이란...이미 늦은건가?)
#1 오호라~ 이건데.
학예회 시즌이 시작될 무렵이면(나같은 경우 학예회 시즌의 시작을 8월말~9월초로 상정한다.) 그 해 학예회는 뭘 할까 고민한다. 내 취향, 조직원들의 상태, 교육과정, 학교의 상황, 그 해의 트렌드, 학부모들의 연령, 동학년의 준비상태 등 고려할 사항이 꽤 된다. 이런 결과로 쉽게 누리고자 하여도 해마다 항상 일을 만드는 스타일이 되었다. 뭐 지금까지 한 걸 종류별로 살펴보면 연극, 춤(라인댄스, 아이돌 댄스, 그 해의 유행 댄스 등), 춤극, 카드섹션(그림이 살아 움직인다는...북한식^^;), 패션쇼, 악기 연주 등등.
그런데, 이렇게 전문성 없어보이는 종목들의 나열에서 단 하나의 공통점을 찾는다면 그건 내가 막 꽂혀서 이렇게 하면 어떨까 하고 밀어붙였다는 점이다. 물론 시행착오가 많기는 한데 그게 내게는 피가 되고 살이 되는 느낌이랄까? 내가 이미 벌여버린 일이라 내가 수습해야하니까 항상 학예회 준비는 바빴고 거기에서 나만의 비책이 나오게 되었다. 그리고, 그걸 한 두해 정도 더 써먹고 버리는 일이 계속 반복되었던 것 같다. 이게 다양한 장르의 섭렵으로 이어진 것 같은데 이 놈의 성격도 참...
(이런 류의 카드섹션을 해보는 게 소원이어서 한 2년을 아주 미친듯이 했던 기억이 새록새록하다.)
- 교훈: 내가 꽂혀서 새로운 것을 추진하면 힘들다. 하지만 재미있고 신선하다. 덤으로 경험치가 늘어난다.
- TIP : 어차피 학부모들에게 보여줄 거라면 학부모들의 연령을 생각해 보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특히 춤같은 경우는 그들이 한창 놀았던 시절(20대에서 30대 초반까지)의 음악에서 선곡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 아이들도 자기 부모가 어떤 음악을 들었는지 알 수 있으니 이것이야말로 세대공감!(역시 나라는 인간은...음하하하하)
#2 뭐 할래?
몇 년 간의 경험으로 내가 꽂혔다고 밀어붙이면 진행이 잘 되지 않는다는 걸 파악했다. 그래서, 우리 조직원들에게도 선택권을 주는 방향으로 선회하니 좀 편해졌다. 그런데 문제는 그 지구인들의 선택이 항상 내 뜻과 같지는 않다는 점.
올해는 우리 반이 교육과정 중 풍물놀이(휘모리 장단)를 꽤 배웠다는 점, 방과후 특기적성으로 방송댄스를 배우는 애들이 있다는 점, 남학생들이 자유분방하고 두들기는 걸 좋아한다는 점을 고려하여 모둠북과 춤을 섞어 보는 걸로 내 마음 속에서 결정했다. 역시나 문제는 아이들의 선택. 방송댄스부 아이들에게 배운 걸 물어보니 <I.O.I의 Pick me>, <트와이스의 Cheer up>, <마마무의 넌 is 뭔들> 등등 한 다섯 곡 정도 배웠단다. 이미 내 마음 속에선 <Pick me>가 꿈틀대고 있었지만 얘들은 <Cheer up>을 더 좋아하는 상황. 내가 다 알고 가르치는 건 아니니 영상의 신 유튜브님께 모둠북(혹은 난타)영상과 댄스 거울 영상 모드 영상을 의뢰했다. 역시나 내 예상대로 <Pick me>가 북을 치기 더 쉬웠고 결국은 <Pick me>로 결정! 애들도 영상을 보더니 이해하는 눈치랄까.
- 교훈: 애들이 선택하도록 하면 이후에 동기부여를 하는게 훨씬 쉬워진다.
- TIP : 선택권의 제한을 두는게 좋다. 뭘 할 거냐를 가지고 너무 열어두면 내 예상에서 크게 벗어나게 되고 수습이 불가능해지기도 한다. 올해는 저학년이다 보니 난타와 춤을 같이하는 걸 기본으로 설명하고 노래를 아이들에게 선택하도록 했다. 그리고, 최종적으로 후보가 된 2곡 중 한곡을 아이들이 선택한 게 아니라 선생님이 상황을 봐서 선택하는 걸로 마무리.
#3 일이 점점 커지네.
옆 반들에게 좀 쉬운 것들을 넘기고 난 어려운 것을 선택한 상황이 되고 나니 일이 점점 많아졌다. 우리 학교는 3학년 이상은 동아리 활동을 한 것으로 학예회를 구성하고, 1․2학년은 교육과정 발표회처럼 진행하다보니 1학년보다 나은 결과물이 나와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일. 거기에 1학년은 생각보다 학예회 준비가 안되고 있다는 것 때문에 완성도를 높이는 일은 더 시급한 과제였다. 그런데 아이돌의 댄스는 역시나 2학년에게도 버거운 레벨. 춤의 포인트는 살리면서도 쉽게 가야했기 때문에 대대적인 수정작업이 이루어졌다.(그나마 예전에도 이런 짓을 많이 해본지라 좀 다행스러웠지만...) 모둠북 또한 수정이 필요한 상황이라 아이들의 연습상태를 보면서 계속 수정이 이루어졌고 모둠북과 춤 두 가지를 연습하다보니 쉬는 시간까지도 북소리에 음악소리에 난리도 아니었다. 거기다가 우리 반 애들은 좀 발육상태들이 좋은 편이라 픽미를 추기만 하면 교실은 울리고...
(이게 픽미에서 '저요'라 부르는 동작. 난 이걸 보면 저요라고 하는 것 처럼 보이더라는.)
(이건 픽미에서 내가 '찔러'라고 부르는 동작. 이 걸 추면 교실이 울린다. --;)
교훈: 욕심을 부리면 내가 힘들다.
TIP : 아이돌 댄스는 언제나 포인트 춤들이 존재한다. <Pick me> 저요와 찔러가 그것.(내가 즉석으로 붙인 이름이다. 한 번 동영상을 보시라. ^^;) 이 포인트 춤은 확실히 연습시키고 다른 부분은 쉽게 수정해서 가는 것이 초등학교 학예회 춤의 핵심이라 사료되옵니다.
#4 아! 수업 시간이여
오카리나에 모둠북에 <Pick me>댄스까지 졸지에 세 가지를 연습하다 보니 수업 시간을 쪼개쓰는 상황이 매일 벌어지고 있다. 이것도 그나마 오카리나를 2학기 개학하자마자 연습시킨 덕분에 여유가 있는 편이긴 하지만. 차라리 1학기부터 연습을 했다면 좋았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이미 늦어버린 일. 오카리나는 매일 10~15분 정도 연습과 확인을 하고 모둠북은 아예 교실에 북을 갔다놓고 교실에서 언제든지 칠 수 있게 만들었다. 춤은 처천히 연습시키고, 동작 단위로 쪼개서 지도하고, 원래 속도로 연습시켰다. 최대한 수업 침해를 없애려고 하지만 그게 말처럼 쉽지는 않다는게 문제. 거기에 교육 결과물 전시까지 겹치니 이건 뭐 난리도 아니다. ㅋ
교훈: 교사는 교육과정을 잘 짜는게 중요하다. 연습할 수 있는 시간이 필요하다.
TIP : 요즘 동영상 플레이어에는 느리게 재생해주는 기능이 붙어서 나온다. 그걸 이용하면 영상보면서 천천히 연습할 수 있다. 거기에 유튜브의 영상 같은 경우는 다운로드가 가능하니까(방법은 검색을 ^^;) 다운 받아서 연습. 특히 거울모드가 좋다. 나느 같은 음악을 가지고 춘 여러 춤을 보고 섞어서 가르치는 편이다. 물론 쉽게. 한 가지 더! 춤의 반복 동작을 더 만들고 회전하는 방향이나 뻗는 팔이나 다리의 순서를 정하면 편하다.(차는 동작이 많은 춤이면 무조건 오른발부터 한다고 정한다거나 회전이 많은 춤이면 어떤 회전이건 무조건 왼쪽으로 돈다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