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개 수업은 항상 새로운 교훈을 준다.- 공개 수업 이야기1
dumogn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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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0.28 00:50
글을 쓰는 초반이라 그런지 글쓰는 형식이 엉망진창입니다. 오늘은 제가 얻었던 교훈을 바탕으로 공개 수업에 대해 써 보려고 합니다. 뭐 어떤게 좋은지는... 나중에 제가 고르겠지만.
#1 과목을 고르려면 나를 보지마라. 우리 반 애들부터 봐라.
몇 해 전이었다. 계속 고학년을 했던 나의 주력 교과는 사회. 그 때도 학부모 공개수업을 사회로 했었다. 내가 좋아하는 교과라는 이유로. 그런데 개정 전의 5학년 사회라 5학년 2학기에 근현대사를 배웠다. 아~! 근현대사를 가르치는게 얼마나 짜증나고 힘들며 침울해지는 일인지...... 배우는 아이들은 더 했을 것이다.
그 날 공개 수업을 시작하자마자 떠들고 뒤돌아보고 장난을 치는 애가 하나 있었다. 평소에도 좀 거슬리기는 했지만 그 날따라 유달리 난리였다. 그런데 그 뒤에 공교롭게도 그 녀석의 어머니가 딱 버티고 서서 참관하고 계셨다. 마음 속으로 ‘참을 인’자를 계속 쓰면서 수업을 진행. 한참 프레지 확대 축소 놀이에 심취해 있을 때 그 녀석의 만행이 극에 달했다. ‘어떻게 해야하지?’ 잠깐 고민을 하다가 큰 결심을 했다. 바로 그 녀석을 불러 일으켜 세우고 “부모님이 오셨다고 수업을 방해하는 행동을 하면 규칙에 따라 용서치 않겠다.” 뭐 이런 식으로 가볍게 날려줬다. 바로 뒤에 계시던 그 녀석의 어머니의 표정은 가관이었다. 뭐 어쩔 건가. 이미 벌어진 일인데...(오~ 미움받을 용기)
얼마 전에 했던 학부모 공개 수업에서도 비슷한 교훈을 얻었다. 수학 수업안을 학년에서 공동으로 짜서 하기로 했는데 하필 우리 반에 특수학급 애(‘둥이’라고 칭하겠다.)가 있었다. ‘이거 바꿔 말어’ 하다가 그냥 진행. 그 애 어머니가 상당히 열성적인 분이시라 수업을 보면 좀 그러실 수 있겠는데 라는 생각을 잠깐 했지만 이내 ‘그래, 한 번쯤 자기 자식의 상태가 어떤지 볼 필요도 있겠지.’라는 생각(직면이라고 하던가)도 잠시뿐. 바쁘게 돌아가다 보니 어느 덧 대망의 공개수업 날이 됐다.
수업 중에 우리 ‘둥이’는 모둠활동에 참여하는 것도 힘들어했고, 그 모둠 애들도 시간에 쫓겨 ‘둥이’는 그냥저냥 챙겨주는게 보였다. 나도 몇 번 왔다 갔다 했지만 우리와 다른 수학세계에 사는 ‘둥이’는 역시나 따라오지 못했다. ‘둥이’어머니의 표정이 좋지 않았다. 나중에 학부모 상담 때 알게 된 사실인데 이 어머니가 수업 후에 몰래 우셨단다.(이 어머니도 울었다고 얘기 했는데 다른 어머니도 상담오셔서 우셨다는 이야기를 했다는 게. 크로스체크!) 자기 아들이 이 정도로 보통 애들보다 떨어지는 줄은 몰랐던 거다. ‘내가 직면을 선택한 건 잘한 걸까?’라는 의문을 가슴에 남기고 그렇게 올해의 학부모 공개 수업은 막을 내렸다.
#2 실험은 좋다. 하지만 실험적인 수업도 연습은 필요하다.
올 2학기 동료장학수업은 내 신규 시절 첫 수업이후 가장 실패한 수업이었다. 실패의 발단은 무모한 실험! 개념을 배우고 그 개념을 바탕으로 놀이활동을 하는 수업이었는데, 그걸 어떻게 해야 더 협동적으로 풀어갈 수 있나라는 고민이 있었다. 그런데다가, 내가 하고 있는 ‘전문적학습공동체’(경기도는 학교 안에서 이런 걸 한다.) 수업을 한번 보여줘야 해서 그것도 접목시켜야 하는 상황이었다. 그래서, 과감하게 서클(동그랗게 원으로 앉는)을 만들어서 수업을 해보기로 했다.(회복적 생활교육이 아님. 학급긍정훈육임.) 내가 아무리 생각해도 도통 수업의 각이 안 나오는데 ‘이미 마음먹은거 무라도 썰자.’라는 심정으로 그냥 저질러 버리기로 했다. 평소였다면 연습용으로 비슷한 형태의 수업을 몇 번 해봤을 텐데 올해는 왜 그냥 질렀는지.
(이렇게 둥글게 앉아서 수업하는 방식을 써 봤다. 질러도 너무 질렀다. )
동료장학수업 시작. 서클 만들 때까지는 참 좋았다. 어마어마한 스피드로 서클을 만드는 걸 보면서 놀란 10개의 눈들. 그게 끝이었다. 평소와 달리 뒤에 참관하는 분들이 계셔서인지 더 UP된(?) 아이들은 그렇게 서클로 회의를 많이 했음에도 집중력 부재에 각자 떠들기는 다반사요, 발표하라고 하면 완전 조용한 그야말로 풍전등화의 상태를 만들어 주었다. ‘다른 수업에서 연습 좀 해 볼 것을.’
#3 엉뚱한 아이들이 수업을 바꾼다. 모든 상황에 대비하자.
올 2학기 동료장학수업은 나의 무리수 외에도 엉뚱한 아이들이라는 또 하나의 장벽이 버티고 있었다. 미리 수업내용에 대한 언질을 주었건만 수업을 동기유발에서부터 엉뚱한 소리를 늘어놓는 녀석들.(엉뚱한 녀석들이 3명이었는데 이 녀석들이 다른 애들 생각까지 잡아먹어버렸다.) 평소 같으면 이런 지구인이 어쩌고저쩌고 하겠는데 공개 수업이니...
동기유발에서만 이랬다면 좋았겠는데, 개념 정리와 놀이 활동에서도 똑같았다. 개념정리는 아이들의 입에서 나오는 말로 하겠다는 내 의도와는 달리 아이들은 엉뚱한 말만 되풀이했고 그걸 진정시키다보니 시간은 벌써 내가 예상한 시간보다 10분이나 지나있는 상태. 어쩔 수 없이 내가 후다닥 개념 정리를 해주고, 놀이 활동으로 넘어갔다. 놀이 활동은 더 가관이었다. 정확하게 발음해서 읽는 활동이었는데 이 세 분이 지 맘대로 읽고 주위에서는 그게 재미있다고 다들 난리였다. 당황스럽긴 했지만 이 바닥 생활을 좀 해봤다는 경험치로 자연스러운 척 넘어가 주고, 겨우겨우 마무리를 할 수 있었다. 이 과정에서 내가 처음 짰던 수업안의 내용은 이미 안드로메다 성운 바깥으로 가버렸고 정체불명의 수업이 되어버렸다. 시간 내에 끝냈다는 것에 감사할 따름. ㅠㅠ
#4 좋은 수업은 고민하는 자의 몫이다. 연차의 차이는 숫자에 불과할 뿐.
(우리 학년 신규님들. 내가 아무리 생각해도 수업을 참 잘 하셨다. 참 잘했어요~~)
나를 제외한 우리 학년은 모두 신규다.(앞의 글에서 이미 밝혔다.) 그런데, 이 분들이 나에게 올해 들어 가장 값진 교훈을 주었다. 내가 부장이라 우리 학년 동료장학수업 첫 번째를 끊었고, 그 수업이 망쳤다는 것은 이미 이야기했다. 아마 이게 다른 세 선생님에게는(지쌤, 진쌤, 실쌤 : 체험학습 이야기1에 등장하신 그 분들) 경각심을 주었던 것 같다. 2번 타자 지쌤 수업은 내 수업과는 180도 바꿔져 있었다. 1학기 교육내용에 연계한 동기유발에 매끄러운 모둠학습까지. 내 상상이상으로 수업이 매끄럽게 끝났다. 3번 타자 진쌤의 수업은 또 한 단계 진화해 있었다. 공동 수업안을 짤 때 놀이 활동을 삽입했었는데 지쌤과 달리 모둠 대결이 아닌 학급 전체가 같이 완성하는 형태로 바꿨다. 거기에 교과서에서 찾은 동요를 이용해서 애들의 삶과 연결시키는 센스까지. ‘오호, 괜찮은데’라는 감탄을 조용히 날리며 수업 참관을 했고, 마지막 실쌤의 수업은 앞의 3개의 수업에서 잘된 점만 뽑아서 집대성한 것 같은 멋진 수업이었다. 수업 후 협의를 하면서 ‘이 분들이 연구를 열심히 했네.’라는 생각을 더 하게 만들었다. 물론 내 실패가 이 세 명에게는 교훈이 되었겠지만 이 세 명의 치열한 고민이 느껴졌다. 그리고, ‘너, 요즘 수업에 대한 고민이 부족하지 않냐?’라는 질문을 마음 속에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