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어로 운동회 마지막 이야기
결전의 날. 스토리텔링을 미세먼지와 함께 나타난 흙마법사라고 한 것이 씨가 됐는지 미세먼지 매우 나쁨!
급하게 교무실에서 연락이 오고 체육관 사용시간도 다 틀어져 버렸다. 궁시렁댈 시간도 없이 바로 미션을 수정하고 장소 다시 정하고 하느라 진땀을 흘려야했다. 이 와중에 스승의 날이라고 학생회에서 아침에 이벤트까지 한다고하니 거 참...
겨우 겨우 조정을 마치고 교실에서 아이들에게 붙일 소속팀 스티커를 지급하고 드디어 훈련미션에 돌입했다. 눈빛들은 좋았다. 하지만 결과는 생각보다 않좋아서 추가로 생명력을 얻지 못하는 팀이 두 팀이나 나왔다. (이것 때문에 시뮬레이션을 얼마나 했는데...)
그리고, 합동미션. 담임들이 흙마법사의 부하인 4대장의 역할을 맡아서 옷에 각자 커다란 스티커를 하나씩 붙이고 각자 맡은 팀과 대결을 시작했다. 보물찾기, 장애물 달리기, 림보(원래는 긴 줄넘기 통과), 변형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원래 2인3각 경기를 하려고 했는데...) 4종목을 교실과 복도에서 하려니 너무 복잡하고, 창문을 열 수 없어서 너무 더웠다. 쉽게 통과할 수 있게 했다고 했는데도 역시나 한 코너에서 특수 능력을 받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점점 알 수 없는 수렁으로 빠지는 느낌이 들고...
( 아침부터 사대장 스티커를 붙이고 당당히 교내를 활보한 우리 동학년 쌤들~~~. )
( 합동 미션이 끝나니 경험치가 깎인 팀들도 꽤 있었다. ㅡㅡ; )
어떻게 시간을 조정해서 최종 미션은 체육관에서 진행했는데 시간을 잘못 계산하는 바람에 사용 시간 30분 중 10분을 까먹고 말았다. 이미 지나간 일은 어쩔 수 없으니 바로 시작!
최종 미션은 기찾길을 만들어서 킨볼 옮기기였다. 규칙을 설명하고 연습도 2번정도 해보고 기세 좋게 시작했는데 바로 첫 번째 실패. 넘지 말라는 경계선을 넘어서 이동하는 학생들이 다수 발생한 실패였다. 그리고, 두 번째 시도. 또 실패. 공을 급하게 보내다가 땅에 떨어져버렸다. 생명력이 계속 깎이고 세 번째 도전에 실패하면 두 팀은 바로 탈락한다. 세 번째 시도 전 아이들은 특수능력을 사용하기로 하고 생명력을 회복했다. 하지만, 세 번째 시도도 실패. 그리고, 네 번째도 실패. 설명을 하고 알았다고 대답해 놓고는 그걸 계속 어긴다.
드디어, 한 팀이 탈락하고 나머지 팀이 다섯 번째 도전을 준비했다. 다시 주의사항을 설명하고 파이팅까지 힘차게 외치고 출발~! 반도 못가서 실패로 끝났다. 이제 다른 팀도 대거 탈락하고 남은 팀은 세 팀. 이미 우리 학년의 체육관 사용시간은 다 끝났고, 다음 학년이 문밖에서 호시탐탐 들어올 기회만 엿보고 있었다. 남은 특수 능력은 거리를 조금 줄여주는 것 뿐. 달리 미션에 성공할만한 요소가 보이지 않아서 결국 미션 실패를 외치고 교실로 철수했다.
아이들도 풀이 죽었고, 교사들도 뒷맛이 개운하지 않음을 느껴야만했다. 미션 성공 상품으로 아이스크림까지 준비했는데 이거 다 날리게 생겼다. 긴급 회의. 일단 실패한 것은 인정하고 아이스크림은 흙마법사가 너희의 성의를 봐서(다른 말로 불쌍해서) 주는 것으로 합의를 봤다. 그런데, 다른 문제가 하나 있었으니 그건 책임 떠넘기기였다. 자꾸 누구 때문에 떨어졌다는 소리를 하는게 별로 보기가 좋지 않아서 급하게 그동안 준비과정과 대운동회 참여를 반성하는 평가지를 만들어서 배포했다. 나름 괜찮게 반성이 되긴 했지만 역시나 실패한 것은 어쩔 수 없었나 보다. 아이들의 표정이 그리 밝지 않았다. 이 프로그램을 처음에 설계할 때부터 실패할 것까지 상정해서 만들기는 했지만 이래서야 뭐 재미가 있겠나?
어느 순간부터 2학기에 다시 한번 해봐야겠다는 야심이 꿈틀대고 있다. 이번에 한 것 중 잘못된 부분을 수정해서 좀 더 원숙하게 해보고 싶다. 그러려면 선생님들이 합의도 해야하고 교육과정도 좀 만져야되지만 어쩔 수 없는 사고치기 본능이란. 다시 돌아올 흙마법사를 기약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