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대학원생이 되었습니다-4
남들 다 재충전하는 여름방학에 교사이자 학생이라는 어정쩡한 신분처럼 쉬지도 못하고 그렇다고 열심히 하지도 않는 시간이 흘렀다.
수강신청을 앞두고 도대체 나는 무엇을 배우기 위해 이런 시련과 고난을 돈주고 사게 되었는가에 대한 깊이 있는 내면의 대화를 나누고자 하였으나 아무리 생각해도 답이 나오지 않았다. 그럼 남은건 그냥 무작정 하는 수밖에...
초딩시절 의사의 꿈을 꾸었으나 의사는 자연계에서 나오는 것임을 알게 된 후 단 한 번도 그 길을 후회한 적 없고
인문학과 철학 서적이 수학과 과학을 이해하는 것보다 더 낫다고 생각하는
정말 뼈속까지 인문학도인 내가 통계라고 하는 이학적인 지식을 담아야 함을 느끼고 3개 수강 강좌 중 2개의 수강 강좌를 통계와 관련된 것으로 신청했다.
spss, jamovi... 생전 처음 들어보는 통계 프로그램은 도대체 무슨 언어로 만들어진 것이길래 이렇게도 어렵게 생긴 것인지 도대체 알 수 없었다. 유튜브 강좌, 인터넷 강좌를 들어 보았으나 도대체 알 길이 없었다.
반성을 많이 했다. 교수님께서 자 이렇게 하면 돼요 라고 안내를 받고 집에 와서 다시 켜보면 정말 머리가 백지상태가 되었다. 아.. 아이들이 이렇겠구나... 내가 이걸 왜 모르지 라고 물었던 아이들이 바로 내 모습이구나...
역시 사람은 역지사지가 되어야 느낄 수 있나보다.
시간은 잘도 간다.
시간과 비례하여 풀타임 대학원생과의 공부량에서도 차이는 계속 난다.
밤에 늦게까지 공부를 하려고 하면 저 멀리 아내와 아들놈의 눈치를 살피게 된다.
운 좋게 밤에 늦게까지 공부를 한다해도 다음 날 출근하니 눈꺼풀이 천근만근이다.
주말에는 주중에 못 놀아준 아들놈과 시간을 보내면 녹초가 된다.
9월이 훌쩍 지나고 중학교의 시험문제 출제 기간과 대학원의 수업 발표 기간과 중간고사 기간이 더해진다.
나는 도대체 누구인가, 여기는 어디인가, 내가 무엇을 하고 있는가.
교사의 삶에 가중치를 두니 학생의 삶이 버벅인다.
학생의 삶에 가중치를 두니 교사의 삶이 버벅인다.
학업에 집중 하니 업무에 구멍이 생기고
업무에 집중 하니 학업에 구멍이 생긴다.
이런 상황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
혼란의 시간이라는 방에 빠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