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대학원생이 되었습니다-3
대학원생이 되었다는 글을 쓰고 진짜 얼마 지나지 않은 밤을 보낸 것 같은데 어느덧 종강을 하게 되었다.
종강을 하면서 느낀 점을 요약하면
"내가 돈을 내고 고생을 샀구나."
혹시 모를 대학원 진학 희망 선생님들을 위해서 나의 실패 경험을 알려드린다면
1. 대학원은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 무엇보다 풀타임 학생들과 공부의 깊이가 다를 수 밖에 없음을 뼈져리게 느꼈다. 우리는 월급루팡처럼 월급을 기다리며 세월이 무상하다는 요상한 노래를 부른다하더라도(실제 그런 선생님들은 없다. 나 외에는) 17일에 통장에 떡하니 월급이 들어온다. 그리고 엄청 바쁘게 한달을 보낸다 하더라도 17일에 월급이 들어온다. 즉, 어렵고 바쁜 길을 선택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생활에 크게 문제나 차이가 발생하지 않는다.
- 하지만 적게는 10살에서 많게는 15살 정도 차이나는 풀타임 대학원생들은 내가 잘 알지 못하는 요상한 프로그램들을 엄청 잘 다루고 그걸로 뚝딱뚝딱 논문도 잘 써낸다. 나는 그 옆에서 대린이(대학원+어린이)가 되어 이것저것 질문을 한다. 나름 13년차 교사지만 대학원에서는 그냥 신입생이다.
- 그들과 수업을 들으며 사실 자괴감을 느끼는 날이 많았다. 처음에는 나는 직업이 있으니 어쩔수 없다는 일종의 자기최면을 걸었지만 확연히 차이나는 학문적 깊이는 사실 겪어보지 못한 것들이었다. 그래서 새벽에 일어나 공부를 하겠다는 굳은 결심으로 새벽 5시에 알람을 맞춰 놓았지만 결과적으로 아이가 일어나는 대 참사를 겪고 그냥 공강시간과 점심시간 등을 활용하기로 하였다.
결론: 물리적인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유부남이라면 더더욱, 아이가 어리다면 더더더욱
2. 무엇을 공부하는지에 대한 확실함이 필요하다.
- 국어교육으로 석사학위를 받으며 내심 나 이제 전문가겠지 라는 안일한 마음이 있었다. 하지만 박사과정을 통해 알게 된 것은 나는 진짜 아는 것이 없구나였다.
- 작문전공으로 석사를 하고 교육측정 및 평가로 박사를 하니 동일전공을 하신 선생님에 비해 어느 하나 돋보이는 것이 없는 것 같다. 특히 교육학과에서는 국어교육과처럼 국어교육에 대해 알 수 없고 국어교육과에서는 교육학과처럼 교육학을 학문적으로 접근할 수 없는데 나만 오롯이 교집합에 서 있는 느낌이었다.
- 그리고 이론적인 접근에 대한 현실과의 괴리도 있었다. 학교 현장에서 비고츠키의 이론을 도입하여 수업을 설계할 수 있을까? 라는 근본적인 의구심이 이론적 사실을 그대로 받아들이기 어렵게 만드는 기제가 되었다.
결론: 석사를 한다면 박사까지 한다는 마음으로 연계된 세부전공을 고민하고 선택해야 한다.
3. 그럼에도 배운 것이 있다.
- 힘들고 짜증나고 화가 나는 과정이었지만 그럼에도 배운 것들이 많은 시간들이었다.
- 새롭게 생긴 많은 이론들과 연구 결과들, 그리고 프로그램들을 수업에 조금씩 활용하는 과정을 통해 교육을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보게 되었다. 대학원 시작 전에는 학교라는 공간을 교사의 시각에서 바라보았다면 공부를 시작하며 연구자의 시각에서 바라보는 부분들이 늘어나게 되었다.
- 특히 수업과 업무, 거기에 공부까지 하게 되면서 시간을 어쩔 수 없이 쪼개 사용하였다. 그래서 학교 내 정치, 학교 내 뒷담화 등에서 자연스럽게 멀어지고 신경쓰지 않게 되었다.
- 겸손을 배우게 되었다. 어린 대학원생들과 대화하며 "라떼"를 외칠 수 없게 되니 꼰대가 되지 않아 좋았고 그로 인해 젊은이들에게 배울 점이 많음을 알게 되었다. 학교가 연공서열이 아닌 수평적 공간임을 새삼 느끼게 되었다.
결론: 자기자신을 위해 시간을 쓸 마음이 있다면 대학원 추천
이제 고작 1학기를 마친 거창한 대학원생의 종강일기라 부끄럽지만 분명 나와 같은 고민을 하는 선생님들이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 두서없이 글을 작성한다.
대학원 수업을 듣고 졸면서 집에 오고 피곤에 쩔어 하루하루를 보냈지만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이 나를 또 다시 그 힘듦의 사선으로 밀었다고 생각한다. 그것은 "어제의 나보다 오늘의 내가 더욱 성장했음을 내 자신이 느낀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