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제안합니다]이제는 얼굴이 익숙해진 우리 반 친구들에게
이제는 얼굴이 익숙해진 우리 반 친구들에게.
친구들 안녕, 우리 방금도 얼굴을 봤는데 안녕이라고 다시 말하니까 이상하다.
매일 아침 9시.
우리는 만나서 인사를 하지.
나는 원래 목소리가 낮은 사람이거든. 그런데 뭔가 카메라가 앞에 있으니 그런가 캐리 언니처럼 인사를 하게 되더라.
두 손을 흔들고 웃으며 인사를 해야 될 것 같은 압박감이 있다고 해야 하나?
너희는 내가 원래 그런 사람인 줄 알겠지?
그렇게 매일 4시간 이상 씩 우리는 얼굴을 보면서 이야기 나누잖아.
너희는 어때?
괜찮아?
선생님은 좋아.
뭐랄까. 정말 오랜만에 온전히 수업과 아이들에게만 신경을 쓰고 있는 느낌이야.
부담이 되기는 해. 너희 옆에는 부모님이 같이 계신 친구들도 많잖아. 그래서 매일 공개 수업하는 느낌이 든다고 해야 하나? 그래도 내가 평소에 교실에서 하는 활동들 할 수 있어서 좋아. 선생님은 교실에서 다양한 활동으로 수업을 하는 걸 좋아하거든. 그런데 온라인에서도 아주 조금은 되고 있는 것 같아서 기뻐.
온라인으로 너희들과 만나면서 가장 기분이 좋았던 날은 항상 딱딱하게 굳어졌던 너희들 표정이 웃는 얼굴로 바뀔 때였어. 그 때 정말 ‘아, 쌍방향 수업하기를 잘했다.’ 생각했어. 그리고 우리 반 미덕의 울타리 만든 날이랑 온 책읽기 시작하던 날. 그때도. 너무 신나서 여기저기 이야기하고 다녔지 뭐야.
그리고 요즘 매일 아침에 선생님이 접속하는 아이들 기다리면서 너네한테 '선생님 퀴즈'를 내잖아. 별거 아닌데 우리 사이가 더 가까워지는 것 같아서 아침마다 즐거워.
하지만 고민도 많이 되긴 해. 어떤 날은 하루 종일 화상으로 만나잖아. 그러면 친구들 눈은 괜찮을까, 허리는 괜찮을까 걱정도 되고. 가끔 친구들 튕길 때도 있잖아. 그러면 접속하는데 진이 빠져서 학습이 될까, 혹시 내가 설명한 부분에서 못 들은 건 없나 싶고.
그리고 요즘 친구들이 많이 편해졌는지 말이 많아졌잖아. 그래서 선생님이 모두 음소거 할 때가 있는데 그러면서도 걱정이 되지. 음소거 했다고 친구들이 내 말을 듣고 있는걸까? 혹시 상처 받는건 아니겠지? 이런 저런 생각이 많아져. 그건 친구들이 이해해주었으면 좋겠어. 우리 모두 다 소리 켜놓고 이야기하면 소리 끊기는 친구들도 있잖아.
그래도 이해 안되는 건 바로바로 이야기 해 주고 설명하면 곧잘 해결하는 친구들 덕분에 우리 잘 적응하고 있는거 같아.
오늘은 학습 꾸러미 받으러 친구들이 학교에 왔어. 화상으로 볼 때랑 좀 다른 친구들이 있어서 깜짝깜짝 놀랐어. 생각보다 귀여운 친구도 있고 생각보다 커 보이는 친구도 있어서. 그래도 실제로 보니까 좋더라.
벌써 날이 더워지고 있어. 오늘은 겉옷을 벗고 반소매 옷을 입고 수업을 했네. 올해는 봄이 없이 여름이 오는 것 같다. 뉴스를 보니 우리 곧 만날 것 같아. 만나도 걱정이 많을 것 같긴 하지만.... 그래도. 함께 교실에서 살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