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에서 만난 좋은 사람들 - 급식소 여사님
모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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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0.04 17:06
*몇 년간 제가 불렀던 호칭이 급식소 여사님이여서 편의상, 그리고 글의 느낌상 '급식소 여사님'으로 적겠습니다. 공식 명칭은 '조리종사원'이라고 합니다.
"아이고, 초등학교 때 그대로네. 왜 언니도 동생도 다 여기 학교 나왔잖아. 셋이 엄청 닮아가지고. 이제 다 커서 선생님으로 왔네."
"밥 좀 잘 먹어. 요새 철수 때문에 힘들어서 그런가 통 밥을 못 먹네."
"어디 가든 밥 잘 먹고. 잘 지내."
저는 제가 졸업한 초등학교에 꼬박 10년만에 선생님으로 다시 다녔습니다. 아이돌 무대인양 춤을 추던 조회대, 친구들과 뛰어 노닐다 흠뻑 젖은 얼굴을 씻어내던 수돗가, 선생님 눈을 피해 꼭꼭 숨어 우리끼리 떠들어대던 창고 뒤 공터. 그 모든 것이 달라진듯 그대로인 내 초등학교에 꼬박 10년만에 교사로 등교하게 된 것입니다. 그리고 그 곳엔, 여전히 그분들이 계셨습니다. 급식소 여사님들 말입니다.
"아이고, 초등학교 때 그대로네. 왜 언니도 동생도 다 여기 학교 나왔잖아. 셋이 엄청 닮아가지고. 이제 다 커서 선생님으로 다시 왔네."
첫 등교 날, 저를 얼마나 반겨주셨는지 모릅니다. 두툼하고 거칠지만 따뜻한 온기가 가득한 두 손으로 저의 손을 도닥여주시고, 포근하게 안아주시기도 했습니다. 수많은 아이들 중 저를 기억해주신다는 게 얼마나 감동인가요. 장소는 모교지만 아는 사람 하나 없는 직장에 저를 아껴주시고 사랑해주시는 분들이 계신다는 게 얼마나 든든한가요. 자식은 아무리 커도 부모 눈엔 아이라던데, 여사님들 눈엔 제가 그랬을까요. 여사님들은 자꾸만 저를 걱정해주시고 자꾸만 저를 챙겨주셨습니다.
"밥 좀 잘 먹어. 요새 철수 때문에 힘들어서 그런가 통 밥을 잘 못 먹네."
밥 잘 먹는지 못 먹는지 저도 잘 몰랐는데, 여사님들은 알고 계셨나봅니다. 그 해 철수가 밥 안먹는다고 땡깡 좀 부려서 그 아이 끼고 밥 먹느라 코로 먹었는지 입으로 먹었는지 헷갈리기는 합니다. 안타까운 마음에 밥이랑 잔소리랑 같이 퍼주시는데, 식판에 담긴 그 잔소리가 참 맛있었습니다. 돌이켜보니 잔소리랑 밥이랑 더 푹푹 퍼먹어드릴 걸 하는 아쉬움이 듭니다.
"어디 가든 밥 잘 먹고. 항상 잘 지내."
소중한 인연인지도 모르고 이별의 시간이 다가왔습니다. 송별회 날, 여사님들과 마지막 인사를 나누었습니다. 여사님들은 첫 날, 그 때처럼 제 손을 다독여주시며 몇 번을 당부하셨습니다. 밥 잘 먹어. 밥 잘 먹어. 저는 그제야 이 인연의 끝이 서러워 아이처럼 엉엉 울어버렸습니다. 여사님들도 연신 눈물을 훔치셨습니다.
여사님들, 잘 지내시나요. 저는 새로운 학교에서 무사히 적응하고 잘 지내고 있습니다. 밥도 잘 먹고 있구요. 퍽퍽 퍼먹고 있어요. 저에게 주셨던 관심, 사랑, 잔소리 그 모든 게 생각나고 그립습니다. 제 모교를 오랜 시간 지켜주시고, 저에게 특별한 정을 느끼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항상 건강하세요. 저도 건강할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