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실에세이]남의 물건을 탐하지 말지어다
*아이들 이름은 가명을 사용했습니다
남의 물건을 탐하지 말지어다
우리 반은 우유가 항상 남는다.
정말이지 개학하고 지금까지한 번도 우유가 남지 않은 적이 없었다.
어제 졸업한 아이들이 스승의 날이라고 사다준 케이크를 오늘 연구실에 갖다놓고
1교시 끝난 쉬는 시간에 맛이나 좀 볼까 싶어 연구실로 갔다.
상자를 열어보니 마카롱과 색색깔 크림으로 장식된 블루베리 버터 케이크였다.
‘음~ 이렇게 달콤한 케이크는 자고로 우유랑 먹어야 제 맛이지.’라고 생각하며
설레는 마음으로 우유를 가지러 교실로 갔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우유가 남지 않은 적이 없기에 하나 정도는 먹어도 된다고 생각했다.
교실에 가니 우유가 없었다.
숙제 안해서 벌칙 청소 하는 아이들이 우유 가져오는 것을 깜빡한 것이었다.
"우유 왜 안가져와!!!!!" 샤우팅을 시전했다.
"지금 가지러 갔어요."
설레는 마음으로 우유를 기다렸다가 하나 쏙 빼서 연구실로 돌아갔다.
블루베리 케이크와 먹는 시원한 우유는 역시 예상대로 꿀맛이었다.
우리 반에 아침 양치질을 꾸준히 지도해야 하는 아이 철수가 있다.
3교시 끝났을 때 철수를 불러서 물어봤다.
-양치 했는가.
-아니요.
-아~ 참말로. 양치하고와
-근데요, 선생님, 어제 주셨던 딸기청 남아있어요?
-연구실 냉장고에 있어
-딸기우유 먹고 양치할게요.
철수의 딜에 걸려들었다. 주말에 아이들 우유에 타주려고 딸기청을 담가 왔는데 어제 하루 먹고 남은 것이 연구실에 있었다.
"선생님 연구실 혼자가면 심심해, 같이 가."
라고 하고 철수에게 꾸준히 잔소리를 하며 연구실에 함께 갔다.
연구실에서 철수에게 딸기청을 꺼내주며 말하였다.
"너도 타먹고 애들한테도 다 타줘. 먹고 꼭 양치질해!!!!!"
나는 남은 쉬는 시간을 조금 더 누리다가 느긋느긋 교실로 갔다.
여자 애기들이 흥분해서 나의 주위를 둘러쌌다.
"선생님!!! 누가 우유 2개 먹었어요!!! 제 우유 없어요!!!!"
당황했다.
사라진 우유는 아까 내가 블루베리케이크랑 먹은 그 우유였던 것이다.
신이시여, 왜 제가 우유 훔쳐 먹은 날 우유를 동나게 하셨나요....
당황해서 목소리가 떨렸다.
"서..선생님..이... 아까...하나..."
애기들 표정이 당황한 토끼가 되었다.
"미..미안..."
"아까 그래서 우유 왜 안 가져 오냐고 하신 거예요?"
"...미...미안..."
애기들은 빵 터지고 나는 얼굴이 달아올랐다.
부끄럽다.
오늘의 교훈, 남의 우유를 탐하지 말자.
오늘 처음 먹은 건데........라는
변명도 하지 말지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