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할 수 있는 수업하기 - 나는 무엇을 하는 사람인가요?
1. 들어가며
2학년 담임으로 맞이하는 첫날 저는 페이스북에 이런 말을 썼습니다.
2. 몇살이면 되겠니?
아래의 사진을 한 번 잘 지켜봅시다.
이 사진은 37세 BK와 4살인 제 아들이 그림을 그린 것입니다.
이 사진을 보면 어떤 생각이 드나요?
저는 37살이나 4살이나 모두 ‘그림그리기’는 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다시 말해서 그림그리기라는 활동을 할 수 있는 최소 나이란 ‘없습니다.’
이것은 비단 그림그리기 뿐 아니라 다른 활동들도 마찬가지 입니다.
예전에 제가 한 수업 중에서 ‘무자로 끝나는 말’이라는 주제의 수업을 한 적이 있습니다.
이 수업을 중학교 선생님들을 대상으로 연수를 하며 진행을 했었는데
중학교 선생님들은 이 수업이 최소 초등학교 고학년 이상은 되어야 가능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왜냐하면 무로 시작하는 다양한 단어를 찾는 다는 것에 중학교 선생님들도 난색을 표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전문적인 단어를 찾기 위해서는 고학년 이상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이 수업은 제가 2학년 아이들과 진행한 수업입니다.
차이가 있다면 중학교 선생님들이 ‘골무’ ‘책무’’승무’ 등의 단어를 찾는 동안
2학년 아이들은 ‘대나무’’소나무’’열무’ 등의 단어를 찾은 것이 다르겠지요.
아래의 사진은 2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그리고 6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요리 실습을 진행한 것입니다.
주제도 ‘다른 나라 음식을 만들어 보기’로 똑같습니다.
이 사진을 보면 알 수 있듯 학생들의 표정부터 모든 점이 2학년과 6학년 학생들이 비슷하다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차이가 있다면 2학년 학생들은 레토르트 식품을 활용해 조리를 했다면
6학년 학생들은 조금 더 기본적인 재료로 요리를 하려고 했다는 차이가 있겠네요.
하지만 6학년 학생들과 요리를 했다고 했을 때 반응은 “수고하셨어요.”였지만
2학년 학생들과 요리를 했다고 했을 때 반응은 “대단하다.”였습니다.
그런데 제가 이 활동을 진행하면서 받은 피곤함은 둘다 비슷했습니다.
그리고 제가 둘다 거진 비슷하게 제 도움이 필요했습니다.
다만 6학년 학생들에게는 가스렌지 불을 켜주지 않았지만
2학년 학생들에게는 가스렌지 불을 켜주었다의 차이만 있을 뿐이었습니다.
위의 사례들을 비추어볼 때
무엇인가를 배울 수 있다.라고 시작할 수 있는 기준은 ‘나이’가 아닌 다른 것에 있습니다.
3. 할 수 있는 것 vs 할 수 없는 것
제 아들은 ‘그림그리기’는 할 수 있는 쉬운 일입니다.
그런데 제 아들에게 혼자 그림을 그려볼래? 라고 말을 했는데 무척이나 어려워했습니다.
왜냐하면 제 아들이 그림그리기 위해서는 몇 가지의 산을 넘어야 합니다.
일단 스케치북이 내 아들이 손이 안닿는데 있어서 그것을 잡기 어려워했습니다.
또한 아직 악력이 약해서 색연필 케이스를 열기를 어려워했습니다.
그래서 제가 스케치북을 내려주고 색연필 케이스를 열어주고 나자 아들은
그림그리기 활동에 집중 할 수 있었습니다.
2학년 요리만들기 프로젝트를 진행한 세부 방식은 다음과 같습니다.
1) 다른 나라 음식 중 무엇을 만들 것인가를 교과서를 보고 고른다.
2) 그 음식의 레시피를 인터넷으로 조사한다.
3) 모둠별 15,000원 선에서 필요한 재료를 생각한다.
4) 옥션(인터넷마켓)에서 음식 재료를 골라 택배 배송을 받는다.
5) 기타 다른 재료를 모둠별로 준비하도록 한다.
6) 준비한 레시피와 재료로 실제 요리를 해 본다.
여기서 제가 실제로 도움을 준 부분은 단 하나입니다.
3) 옥션(인터넷마켓)에서 음식재료를 골라서 택배 배송을 받는다.
오프라인으로 준비를 해 오지 않고 인터넷마켓을 활용한 이유는 태백이라는 지역적 이유 때문이었습니다.
우리 동네는 시골지역의 시골이라 다른 나라 음식 재료를 동네 마트에서 아이들이 구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집에서 알아서 재료를 구해 오라고 한다면 ‘욕은 욕대로 먹으면서 실제로 하지는 못하는’
불상사가 일어나기 딱 좋아 보였습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고자 조사는 학생들 핸드폰으로 하되
결재는 제 아이디로 한번에 해 버렸습니다.
그리고 이것을 제외한 모든 것은 학생들의 손에 맡겨버렸습니다.
대신 중간중간 아이들이 못한다고 도와달라고 하는 부분만 조금씩 도움을 주었습니다.
(가스불을 켜기 어렵다. 칼로 당근을 자르기 어렵다 등)
4. 좋은 리더 되기 - 나는 무엇을 하는 사람인가요?
학생들이 할 수 있는 수업을 만들기 위해서 가장 먼저 해야 할 것은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것을 구분 할 수 있어야 합니다.
다음의 표를 보면 조금 더 정확하게 볼 수 있을 것입니다.
다음의 표는 수업의 성공을 위해 고려해야 하는 선생님과 학생의 능력과 관계된 표입니다.
1) 맡기기 - 선생님과 학생 모두가 할 수 있는 것
수업의 목적이 학생의 배움에 있으므로 학생들이 배움에 몰입할 수 있도록
선생님의 간섭을 최소화 합니다.
다른 나라 음식의 레시피를 찾아보는 것이 수업의 목적이라면
그것을 핸드폰으로 검색을 하던, 도서관에서 찾던 그 방법은 학생들이 스스로 정하는 것이 좋습니다.
선생님이 핸드폰으로 검색하도록 그것을 강제할 필요는 없습니다.
2) 지켜보기 - 선생님은 할 수 없는데 학생이 할 수 있는 것
옛날은 이런 경우가 별로 없었는데 요즘은 이런 경우가 종종 생깁니다.
학생들이 내는 문제해결 방식이 선생님이 처음 접하는 경우도 있지요.
이런 경우 그냥 맡겨놓기에는 다음과 같은 걱정이 따라옵니다.
‘아이들이 제대로 하고있는지 아닌지를 구분하기 어렵다.’는 것입니다.
이 경우 배움의 목적이 학생에게 있는 만큼 학생들이 제시하는 방법을 따라주는 것이 좋습니다.
단 선생님 머리위에서 속이고 마음대로 할 가능성도 있는 만큼
‘학생들이 수업에 집중하고 있는가 아닌가’에 집중하며 지켜봅니다.
3) 방해요소 제거 - 선생님은 할 수 있지만 학생들이 할 수 없는 것
제가 인터넷의 제 계정으로 재료를 구입한 이유는 학생들이 인터넷 결재를 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아이디를 만들기 자체가 안될 뿐더러 된다고 해도 ‘돈이 없죠.’
제 아들이 그림을 그리기 위해 스케치북을 내려주고 색연필을 꺼내주는 것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이런 것을 내가 해 주는 이유는 학생들이 처음 계획한 ‘목표’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기 위함입니다.
방해요소는 내가 다 없애줄테니 너가 하고 싶은대로 해.
다 믿고 맡겨주되 필요할 때 이런 말을 해 주는 리더가 ‘진짜 리더’가 아닐까 싶습니다.
4) 공상 - 선생님과 학생 모두 할 수 없는 것
이런 것은 애초에 시작을 하면 안됩니다.
어짜피 안된다는 것을 알고 있는데 하라고 하는 것은 좋은 리더의 자세라고 보기 어렵습니다.
우리 이런 것을 시키는 리더는 되지 맙시다.
5. 마치며 - 성공의 경험을 주자
아이들에게 처음에 다문화 요리를 함께 만들어보자고 할 때 첫반응은
“우리가 그런거 할 수 있어요?” 였습니다.
그런데 바로 뒤따라 오는 반응이 제가 힘을 낼 수 있게 해 주었습니다.
“선생님이 하자는건 할 수 있는 것이겠지”
할 수 있다는 믿음이 자신감이 되어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는 교실
저는 앞으로도 그런 교실이 되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