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 나에게 이 수업이 교육적이냐고 묻는다면
#1.
C선생님은 새로운 것을 참 좋아합니다.
그래서 수업에 관한 것도 기존의 방식을 그대로 따라가기 보다는
새로운 나만의 무언가를 곁들이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다보니 다른 선생님들의 수업과는 조금 다를 때가 많습니다.
예를 들면 우리나라의 전통과 관련된 수업을 할 때는 우리 나라의 대표 요리를 함께 만들어본다던가
게임을 곁들인 수업을 진행하는 등 수업시간에 다양한 경험을 하도록 유도하는 편입니다.
C선생님은 이런 까닭으로 학급 학생들에게 인기가 많은 편입니다.
그런데 수업을 진행하면서 고민이 조금씩 커지고 있습니다.
그것은 '이 수업은 교육적인가?'라는 질문을 누군가가 했는데 그 말에 대한 답을 하지 못했다는데 있습니다.
당연히 학생들에게 모든 경험은 교육적으로 가치가 있다고 말을 하고 싶은데
정작 이런 수업을 진행하는 나 자신도 그것을 확신하지 못하고 머뭇거릴 때가 가끔씩 있기 때문입니다.
#2. 이 수업은 어떤 과목일까요?
아래의 사진을 한 번 볼까요?
아래의 사진은 '가을'을 주제로 우유팩을 활용해 마라카스를 만든 사진입니다.
이것을 만들어서 '잠자리'이라는 노래를 함께 불렀습니다.
그렇다면 이 수업은 어떤 과목의 수업일까요?
1) 마라카스를 만들어 '잠자리' 노래를 불렀으니 음악수업이다.
2) 가을에 대한 느낌을 그림으로 표현했으니 미술수업이다.
우리는 수업시간에 국어, 수학, 사회, 과학, 음악, 미술, 체육 등등을 배웁니다.
국어시간에는 우리 말을 배우고 수학시간에는 셈, 통계 등을 배웁니다.
사회시간에는 지리, 역사, 경제 등을 배우고 과학시간에는 물리나 화학 등을 배우게 됩니다.
그런데 국어시간에도 우리말로 글쓰기를 하고, 수학시간에도 우리말로 글쓰기를 합니다.
과학시간에 과학 그림 그리기도 하고, 과학 노래를 부르기도 합니다.
이때, 과학 그림 그리기는 미술활동이지만 과학시간에 하게 되고
역사 노래 만들기는 음악 활동이지만 사회 시간에 하게 됩니다.
위와 같은 현상이 벌어지는 까닭은 이 활동에서 그림 그리기, 노래 만들기는 그 자체가 목적이 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과학 능력 향상(목적)을 위해 그림그리기(방법)을 하게 되는 것이고
수학 능력 향상(목적)을 위해 노래부르기(방법)을 하게 됩니다.
그러므로 국어, 수학, 사회, 과학 영역으로 교과를 구분하는 것은
수업 방법이 다르다기 보다 각각의 목표점이 다르다고 보는 것이 현명합니다.
위의 이유로 보았을 때 마라카스 만들기 활동은 음악수업을 위한 하나의 과정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이 수업은 음악시간에 한 미술 활동이라고 보는 것이 좋습니다.
#2. 수업과 네비게이션
태백에서 서울을 가기 위한 가장 빠른 길은
'태백 - 제천 - 원주 - 이천 - 서울'로 이어지는 길을 갈 때 입니다.
그래서 제가 서울을 갈 때는 대부분 이 도시를 지나쳐 갑니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저는 이 도시를 지나쳐가지만 이 도시에 대한 기억은 1%도 하지 않습니다.
가끔 서울까지 얼마나 남았는가를 계산하기 위해 위치를 확인하고는 하지요.
그 이유는 저는 '서울'로 가고 있기 때문입니다.
다시 말해서 목표지점이 서울이기 때문에 다른 도시는 크게 관심을 갖지 않아도 됩니다.
그래서 가끔 네비게이션이 다른 경로로 안내할 때가 있는데 이때 '꼭 나는 이천을 지나쳐야겠어.'라고 생각하지 않고
서울로 갈 수 있는 가장 빠른 길로 돌아 가고는 합니다.
만약 여기서 제가 제천, 원주, 이천을 경유지로 설정한다면 어떻게 될까요?
제천, 원주, 이천을 꼭 지나쳐야 하기에 정작 서울에 가기도 전에 지쳐버릴 수도 있습니다.
마치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다 두 마리 다 놓치는 격'인 셈입니다.
지도에서 길을 찾는 것처럼 수업에도 좋은 수업을 위한 길이 어딘가에는 있습니다.
그 길을 찾기 위해 우리는 목표 설정을 합니다.
그것을 우리는 '학습목표'라고 합니다.
그러므로 수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학습목표'를 목표로 설정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그것을 제대로 설정하지 못하면 수업이 산으로 갑니다.
#3. 산으로 간 수업 돌아보기
예전에 우리 이웃나라의 특징을 살펴보는 단원에서 실제로 음식을 만들어보기로 한 적이 있습니다.
그 때 일본, 중국, 러시아, 우리 나라 중 한 나라를 골라 그 나라를 대표할 수 있는 음식을 만들어보기로 했습니다.
당연히 아이들은 음식을 만든다고 하면 집중력이 1000% 상승합니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습니다.
1. 러시아 요리는 아무리 찾아보아도 학생들이 만들 수 없다.
2. 한국요리 중 우리 나라를 대표할 수 있는 음식을 라볶이로 정했다.
생각 이상으로 아이들이 황당하게 다가와서 어떻게 할까 하다가
결국 그 모둠의 손을 들어주고 말았습니다.
이 수업을 마무리 하고 블로그에 쓴 내 말은 다음과 같습니다.
산으로 간들 어쩌겠습니까 가끔은 이런 망친수업도 있어야 하루가 즐겁지 아니한가라는
자기 합리화를 하게 되네요.
결국 이 수업은 행복한(?) 실패로 끝내버렸고 아이들과는 그 다음시간에
제가 다시 각 나라의 특징을 알려주게 되었습니다.
저는 이 수업을 통해 학생들이 각 나라의 음식문화가 어떻게 다른지를 깨닫기를 원했지만
이런 이유로 그것을 학생들은 전혀 느끼지 못했습니다.
이 수업 다음에 다시 제가 말로 각 나라의 문화에 대해 이야기를 했을 때 그것을 학생들이 느끼기는 어려웠겠지요.
#4. 수업에서 의미 찾기
학생들이 성장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경험이 필요합니다.
그러므로 학생들에게 교육적이지 못한 활동은 없습니다.
하지만 그 경험을 통해 가장 중요한 무언가를 느끼지 못한다면 그것은 '수업'으로의 가치가 떨어지게 됩니다.
기껏 열심히 참여했는데 그 참여가 부질없다고 느낀다면
그 다음에는 그렇게 참여하지 않게 될 위험이 점점 커집니다.
그러므로 내 수업이 교육적인가? 라는 질문은
이 활동을 통해 학생들은 학습목표에 대한 의미를 느낄 수 있을 것인가? 라는 질문으로 바꿀 수 있습니다.
그리고 내 수업은 학생들이 의미를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믿기 위해서는
'이 수업은 요리를 통해 의미를 느낄 수 있어.'와 '요리를 하고 싶은데 이 수업시간에 해볼까?'라는 말에는 어떤 차이가 있는지를 알고 있어야 합니다.
만약 이것을 알고 있다면 선생님의 수업은 교육적이라고 말해도 됩니다.
선생님을 믿고 아이들을 믿고 마음껏 수업하는 선생님의 모습을 응원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