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선생님 컴플렉스
#0.
E선생님은 좋은 선생님이 목표인 교사입니다.
그래서 항상 친절하게 학생들에게 대하려고 노력하는 편입니다.
그 결과 몇년동안 학생들에게 좋은 선생님이라는 칭찬을 참 많이 얻었습니다.
다른 선생님들이 이 선생님에게
"호의가 계속되면 권리인줄 아니까 조심해야해."라고 이야기해도
내 목표가 좋은 선생님이니만큼 그 말은 조용히 한 귀로 흘리고,
내 교육관을 관철하기 위해 항상 아이들에게 좋은 선생님이 되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그런데 어느날 결국 문제가 터졌습니다.
어느날부턴가 학생들이 선생님을 조금씩 무시하기 시작한 것입니다.
그러다보니 선생님에게 항상 반대를 하는 이른바 학급의 Hero가 생겨났고
그래서 아이들과의 관계가 기하급수적으로 악화되기 시작했습니다.
그나마 다행이었던 것은 이렇게 문제가 된 것이 2학기말이어서
그 아이들과 큰 충돌은 겪지 않고 학기를 마칠 수가 있었습니다.
새 학기를 맞으며 D선생님은 큰 고민이 생겼습니다.
좋은 선생님이 되기 위해 노력했던 결과가 이렇게 힘든 것이라면
차라리 나쁜 선생님이 되며 관계를 맺지 않는 것이 오히려 편할 것 같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렇게 되면 내가 교사로서 느끼는 보람이 없어질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에 대한 고민이 점점 많아졌습니다.
#1. 우리는 왜 좋은 선생님이 되지 못할까?
우리는 어떤 선생님을 좋은 선생님이라고 할까요?
'좋다'라는 말은 너무 많은 의미를 함축하고 있는 것이기 때문에
좋은 선생님이라는 말은 어느 하나로 정의하기는 매우 어렵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좋은 선생님이라고 말한다면 어떤 공통적인 상(想)을 떠올립니다.
친절하고 항상 웃는 미소를 지어주는 선생님입니다.
저희반 아이들에게 좋은 선생님이란 무엇인가를 물어보았을 때
우리반 아이들은 이런 선생님들을 좋은 선생님이라고 했습니다.
1. 친절하고 미소를 띈 선생님
2. 항상 배려하고 이야기를 잘 들어주는 선생님
3. 같이 잘 놀아주는 선생님
4. 공부를 재미있게 가르쳐주시는 선생님
정확한 통계결과는 다르겠지만 아마 대부분의 학생들은 비슷한 대답을 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좋은 선생님이라는 말을 들으면 아래의 두 사진이 떠오릅니다.
(아래 두 사진을 다 알면 적어도 80년대생일겁니다^^;;)
위의 히메나선생님, 정경희선생님과 같이 학생들의 입장에서 배려하고 항상 귀기울이는 선생님이
좋은 선생님이라는 것은 모두가 잘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렇게 좋은 선생님이 되기 위해 노력하는 E선생님은 행복해야 하는 것이 당연합니다.
하지만 왜 E선생님은 행복이라는 권리를 누리고 있지 못하고 방황하고 있을까요?
#2. 착한 아이 그리고 좋은 교사
착한아이 증후군 또는 착한아이 컴플렉스 (good Boy Syndrome)라는 유명한 심리학용어가 있습니다.
(네이버 지식백과 발췌)
부모와 정서적인 관계를 제대로 맺지 못한 아이는 부모의 말을 듣지 않으면 부모가 자신을 사랑하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 떨게 됩니다. 그래서 스스로 '착한아이'를 연기하게 됩니다.
착한 아이를 연기하는 아이의 심리 밑바탕에는 '착하지 않은 사람은 사랑받지 못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착한 아이가 되기 위해 타인의 눈치를 보고 중요한 사람들의 요구에 순종적으로 반응합니다.
E선생님이 좋은 교사가 되기 위해 노력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행복하지 못한 까닭은
E선생님은 좋은 사람이 되기 위해 나 자신을 다른 사람에게 투영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좋은 교사가 되어야 훌륭한 교사가 된다는 불안감으로 인해
실제 나의 모습과는 조금 다르다고 할 지라도 좋은 선생님을 연기합니다.
착한 아이 컴플렉스를 갖고 있는 사람들이 갖게 되는 가장 큰 문제는
타인의 눈치를 보고 타인의 말에 집중하며 타인의 요구에 순응합니다.
좋은 선생님 컴플렉스를 갖고 있는 선생님도 비슷한 문제를 겪게 됩니다.
1. 학생들에게 분명한 기준을 제시하지 못합니다.
2. 학생들과의 갈등상황을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합니다.
3. 모든 학생들의 요구를 들어주려고 노력하다보니 선생님의 권위가 낮아짐을 느끼게 됩니다.
좋은 선생님 컴플렉스는
"학생들에게 좋은 선생님이 되지 못한다면 좋은 관계가 형성되지 못할 것"을 불안해 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학생들에게 분명한 기준을 제시하지 못하고 갈등상황에서 항상 양보하다보니
학생들에게 베푼 호의가 선생님의 선물이 아닌 하인의 심부름과 같은 느낌을 주게 됩니다.
그래서 결국 선생님의 권위가 무너지게 되고, 그것으로 인해 갈등이 생길 때는 이미 늦어버린 것입니다.
그러므로 좋은 선생님이 되기 위해 노력할 필요는 있지만
그것으로 인해 나를 놓치게 되는 것은 무척이나 위험합니다.
#3. 좋은 선생님과 미움받을 용기
착한 아이 컴플렉스를 치료하기 위한 가장 큰 약은 부모님이 갖고 있습니다.
아이들이 있는 그대로를 인정하고 수용할 수 있도록 무조건적으로 지지해 주는 것입니다.
꼭 착해야 사랑받는 것이 아닌, 있는 그 자체를 사랑한다는 것을 일깨워 주는 것입니다.
이것은 착한 아이 컴플렉스를 형성하는 장소가 집이기 때문입니다.
좋은 선생님컴플렉스는
"내가 좋은 선생님이 되어야 학생들과 좋은 관계를 형성할 수 있다.'고 불안해 하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이것을 깨기 위해서는
좋은 선생님이 아닌 나 자신을 솔직하게 드러 낼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합니다.
나 자신을 솔직하게 드러낼 수 있는 사람은 자존감이 높은 사람입니다.
'나'에 대한 두려움과 불안함이 없어야 할 수 있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아무나 쉽게 할 수 있는 일은 아닙니다.
제가 생각하는 교실에서 나를 솔직하게 드러내기 위한 시작은 '합의하기' 입니다.
나와 학생 모두가 서로 수긍 할 수 있는 선을 함께 그어보면서
내 생각과 상대방의 생각을 조금씩 꺼내다보면 서로 조금씩 이해 할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 때문입니다.
이렇게 선을 함께 긋고 나서 그 선을 기준으로 교실 전체가 함께하다보면
기준없이 휘둘리면서 불행하다고 느끼지 않으면서 점점 안정되어가는 교실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