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당신은 자연재해다.
#0. 나를 힘들게 하는 선생님
A선생님은 경력이 어느 정도 되어서 이제 신규딱지를 떼기 시작한 선생님입니다.
매일 매일 학교에서 나름 전쟁터를 버티면서 살아가면서
이제 조금씩 적응이 되는 것을 느낍니다.
그런데 요즘 A선생님은 학교에 갈때마다 스트레스를 받습니다.
그 이유는 다름이 아닌 B선생님 때문입니다.
B선생님은 A선생님보다 몇년정도 경력이 많은 선생님입니다.
그런데 항상 만날때마다 A선생님의 단점을 이야기합니다.
그 단점이 이해가 되는 것도 있지만 이해가 안되는 것이 더 많습니다.
게다가 그 선생님은 항상 자신이 "선배"임을 강조합니다.
선배임을 강조하면서 이런 저런 나쁜 말로 내 자존감을 누르려고 합니다.
나는 너를 선배라고 생각하지 않는데 왜 너가 선배대접을 받고 싶어하는거야?
라고 말하고 싶지만 B선생님은 너무 센 선생님이어서
목젖까지 목소리가 나오려고 해도 결국 입밖으로 꺼내지는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 선생님을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2. 감정은 위에서 아래로 흐른다.
감정노동자라는 말은 갑과 을의 관계에서 생겨난 말입니다.
몸으로 일을 하는 노동자처럼 감정도 무언가 원하지 않는 일을 해야 하는 사람을 우리는 감정노동자라고 합니다.
갑은 조금 더 높은 지위에 있는 사람, 을은 조금 더 낮은 지위에 있는 사람이라고 볼때
여기서 감정노동자는 갑보다는 을일 확률이 높습니다.
그 이유는 갑은 어떤 행동의 주체로서 상황을 조율할 여지가 있지만
을은 갑이 만든 상황을 벼텨야 하는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감정은 점점 낮은 곳으로 배설해갑니다.
'을'인 사람은 갑에게 받은 스트레스를 갑에게 풀수는 없으므로
이 스트레스를 풀 수 있는 더 낮은 사람에게 스트레스를 넘기는 방식으로 풀어갑니다.
A선생님과 B선생님과의 관계는 동료교사이므로 평등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A선생님과 B선생님의 관계에서 B선생님이 항상 '선배'임을 강조하는 것은
B선생님은 A선생님보다 갑의 위치에 있고 싶어하기 때문입니다.
상대방보다 높은 위치에 있어야 내 감정의 쓰레기를 배설하기 용이하기 때문입니다.
여기서 가장 좋은 것은 B선생님이 스스로 뉘우쳐서 둘 사이의 관계를
다시 평등한 수평관계로 만드는 것이지만
B선생님이 스스로 뉘우칠 가능성은 0%에 가깝습니다.
#2. 태풍을 피하는 방법
자연재해 중 태풍을 예로 들어 봅시다.
태풍이 지나가면 우리는 정말 큰 피해를 받습니다.
게다가 우리는 그 태풍을 없앨 수도, 바람의 방향을 바꿀 수도 없습니다.
일기예보에서 태풍이 온다고 방송을 한다고 합시다.
그러면 우리는 태풍이 온다는 말에 기분이 나쁘거나 화가 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 화를 태풍에 풀지는 않습니다.
왜냐하면 그 태풍은 우리가 어떻게 할 수 없는 자연재해이기 때문입니다.
태풍에 화를 내는 대신 우리는 '대비'를 합니다.
1) 태풍이 부는 지역에서 피할 수 있으면 피합니다.
2) 피할 수 없다면 내가 할 수 있는 가장 큰 대비를 합니다.
- 건물에 물이 새는지 확인하고, 바람에 생길 피해를 최소화합니다.
B선생님이 선배임을 강조하는 가장 큰 이유가
'갑'의 위치에 있고 싶어하는 것이므로
그 사람이 내 말을 조언으로 받아들일 가능성은 매우 낮습니다.
그 말을 조언으로 받아들일 사람이었다면 애초에 이런 일이 벌어지지도 않았겠지요.
그 사람을 내가 변화시킬 수 없으므로 그 사람은 나에게는 자연재해와 같습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그 사람의 말이 내 기분을 나쁘게 한다고 해서
그것을 감정으로 맞대응하는 것은 현명하지 않습니다.
결국 감정으로 맞대응하는 것은 내 기분을 더욱 나쁘게 만듭니다.
우리는 감정으로 맞대응하기보다는 그냥 그 태풍에 대한 대비와 대응을 하는 것이 적절합니다.
1) A선생님이 태풍으로 변할 것 같은 상황을 만들지 않기 위한 적절한 거리를 두기
- 일부러 멀리 피하라는 말이 아닙니다. 너무 멀지도 가깝지도 않은 거리를 유지하면 두 사람 모두 조금 더 나은 관계로 변할 수도 있습니다.
2) 그 사람의 태풍을 피할 수 없다면 그 말에 내 자존감이 낮아지지 않도록 나 자신을 다잡기
#3. 감정의 쓰레기통이 되지 않기
B선생님과 같이 누군가에게 감정을 배설하는 것도 나쁘지만
나 혼자서 무엇이든 참아견디는 것은 내 자존감을 떨어뜨리게 됩니다.
그러므로 이럴때 내 자존감을 높이는 방법은
학교에서 누군가와 함께하는 것입니다.
내가 진짜 좋은 사람이라면 누군가는 내편이 있을 것입니다.
나 혼자 견디기 힘들다면 누군가에게 내 힘듬을 이야기해 보면서
내 감정에 쓰레기가 차는 것을 조금씩 비워주기를 바랍니다.
당신은 혼자가 아닙니다. 그리고 감정의 쓰레기통이 될만큼 하찮은 사람은 더더욱 아닙니다. 그러므로 선생님의 소중한 자존감을 지켜주시길 응원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