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자가격리 일기 #3 '공가'지만 수업하기
교사는 동거하는 가족구성원 중 한 명이 코로나로 인한 자가격리 통보를 받으면 '출근 정지'가 된다. 교사 본인은 자가 격리를 할 필요가 없을지라도 동거인의 코로나 상황이 어찌될지 알지 모르는 상황에서 학교에서 학생들을 만나는 것에 대한 염려가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다보니, 출근 정지 기간동안에는 '공가'를 쓰고 자택에 머물게 되는데, 이 상황에서도 원격 수업일에는 컴퓨터 앞에 앉아 원격수업을 진행했다. 공가인데다가 가족이 자가격리를 하면서 자녀들을 돌보려면 힘들텐데 무슨 수업까지 진행하도록 하느냐고 학교에 대해서 야박하게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수업을 진행하는 것이 담임 교사로서는 마음이 더 편했다. 출근 정지로 빈 자리에 대한 미안함(동료 선생님들이나 학생들에 대한)도 있었고 더 큰 이유는 출근 정지 이후 돌아갔을 때 내가 없었던 공백을 최대한 줄이고 싶었기 때문이다. 학생들의 학습면이든 생활면이든 모든 면에서 자리 잡았거나 잡아가고 있는 루틴이 흐트러지는건 원하지 않았으니 말이다. 여담으로 이래저래 다른 일로 학교를 비울 때 우리 교실에 가장 많이 보결을 들어오신 분은 교감선생님이라 그 점에 대해서 다시 한 번 "고맙습니다. ^^"..
그러다보니 출근정지 공가 기간동안에도 원격수업일에는 수업을 내가 진행했는데(6교시 중 전담 시간 제외하고 평소에도 구글미트로 실시간 수업 전체 진행), 문제는 학급 아이들이 아니라 우리 가정이었다.
나도 수업을 진행해야 하고, 와이프도 4학년 아이들과 수업을 진행하고, 3학년인 첫째 아들도 원격 수업에 참여해야하는.. 서로의 공간을 분리해서 각자의 공간에서 수업을 진행하거나 참여하기 위해 준비를 해놨지만, 더 큰 문제는 아무 것도 할 것 없이 남아있는 두 아이였다.
특히 시도 때도 없이 허벅지 위로 올라타고 투정 부리는 막내는 결국엔 우리반 아이들과도 화상으로 정식 인사도 하고, 계속해서 내가 수업을 진행하는 동안 정수리를 보여주며 본인 앞에 키보드와 물건들을 만지느라 정신이 없었다. 가끔씩 들리는 '어~ 어!'라는 추임새에 우리반 아이들도 익숙해졌을 정도로.. 아기 귀엽다고 웃어주는 우리 반 아이들에게 어찌나 고맙던지. 수업에 아주 큰 방해는 아니었지만, 학생들의 화상 수업을 지가다고 곁에서 지켜보게되는 학부모들은 어떻게 여기실지 하는 걱정은 들었다.
그래도 그렇게 출근 정지 기간 동안 몇 차례 가정에서 화상수업을 진행한 것이 나름 내가 의도했던 성과를 거두긴했다. 일단 담임 교사가 없다는 것에 대한 부재감에 대한 크지 않았다는 점, 그리고 일주일에 이틀 씩 등교 수업을 하던 상황에서는 전담 선생님이 임시 담임으로 수업을 들어오시거나 교감, 교무, 연구 선생님들이 긴급돌봄 학생들을 교실에서 살펴봐주시기도 했는데, 학생들이 흐트러짐 없이 학급생활을 잘했다고 이야기 해주셨기 때문이다.
그냥 하시는 말씀일 수도 있지만, 이 부분에 있어서 만큼은 나름 앞서 적은 것처럼 온라인 수업으로 어쨌든 선생님과 연결되어 있었다는 것도 작용을 했을테고, 그 동안에 만들어왔던 학급생활에서의 각 루틴이 있었기 때문에 실제로 아이들이 잘 해줬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번 기회에 느낀 것.. 학급생활에서의 루틴을 만들어가는 것은 중요하다는 점.. 그리고, 언제 어떻게 자리를 비울지 모르니 내 교실(특히 내 자리) 정리는 깔끔하게 해놔야겠다는 점..
"자, 언제 어떻게 갈지 모릅니다. 자기 자리 정리는 평소에 부끄럽지 않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