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자가격리 일기1.. 다행이다. 심폐소생술 연수..
코로나 19가 길어지는 만큼, 언젠가는 무슨 일이 생길지 모른다고 머리 속 한 켠에 생각은 하고 있었는데 정말 어느날 갑자기 나에게도 무언가가 찾아왔다.
우리 아이가 다니는 학원에서 확진 학생이 나왔고, 마침 우리 아이도 같은 수업을 들었다는 사실을 학원을 통해서 알게 되었을 때, 일단 처음 든 생각은 아직 보건소 연락은 없었으니 괜찮을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현실 부정이었다. 현실 부정이 소용 없다는걸 알면서도 떠오르는 현실 부정..
마침, 또 그 날 평소와는 달리 첫째 아이를 학원에서 픽업하러 막내까지 데리고 와이프가 학원에 갔었다는 사실을 생각하니 허망했다.
가족에 대한 걱정과 더불어서 또한 현실을 받아들여만 했을 때 떠오르는 여러 생각들이 머리를 스치고 지나간다. 가족 중에 밀접접촉자가 생기면 교사는 어떻게 되는 거지? 당장 내일 등교 수업은 어떻게 할지에 대한 고민, 좀 더 나아가서 나까지 자가격리가 된다면 다음 주 수업은? 주간학습 안내 작성은? 긴급돌봄 아이들은? 아, 다음 주에 교육청, 지원청, 그외 기관 오프 회의까지 있었고 강의도 있었는데 하는 생각들.. 한가하다가 그 한 주에 여러 건의 일들이 몰려있었던 상황이었다. 게다가 주말에는 둘째 아이 생일 축하도 겸해서 정말 오랜만에 가족 캠핑을 예약해놓은 상황이였다. 이런 저런 생각들이 점멸하면서 '마침', '하필이면', '설상가상' 이런 단어들이 마구 떠올랐다.
이런 중요한 문제들이 머릿속에서 점멸하는 동안 소소하지만 나에겐 크게 다가왔던 것들이 있었는데.. 첫째는 교실에 있는 화분에 물 주는거 어떻하지라는 걱정, 둘째는 교내에서 하게 되는 심폐소생술 연수에 불참하게 되겠네 하는 짜증(주말에 적십자 가서 받아야 되는 상황이 될테니..) 이었다.
온갖 생각들과 함께 당장 학교에서 처리할 수 있는 일들을 몇 가지 처리하고 집으로 돌아오던 사이에 와이프를 통해서 공식적으로 보건소에서 우리 아이가 밀접접촉자가 되었음을 안내 받았다는 사실을 들었다. 그로 인해 첫째 아이는 2주간의 자가격리를 해야하는 상황이 됐고, 그 외 가족들은 일상생활이 가능하다고는 하지만, 교사인 나와 와이프는 방역지침에 따라 출근을 할 수 없게 됐다.
추가적으로 안내되는 보건소의 문자 메시지나 유선 연락 등을 통해 알게 된 정보를 다시 교감, 보건선생님에게 전달 하는 와중에 보건소에서 보내준 자가격리에 대한 안내 문서를 살펴보다보니..
'앗, 자가격리 기간이 예상 보다 짧았다.'
자가격리를 통보 받은 시점이 아닌 밀접접촉자로서 최초 접촉일이 2주 동안의 자가격리 시작일이 되는 셈이라, 나의 예상보다 빠르게 아이의 자가격리가 끝날 수도 있었고(물론 검사 결과가 음성이어야 겠지만..), 그로 인해, 나를 아주 짜증나게 했던 문제 중 하나였던 교내 심폐소생술 연수를 이틀 차이로 받을 수 있게 됐다는 사실이 그 날 나에겐 거의 유일한 위안이었다.
이런 걸로 위안 받아야 하는 현실이 웃프면서도 아주 오래전에 병무청의 실수로 군 입대를 원래 알고 있던 것 보다 반년이나 미루게 됐을 때 '와~ 스파이더맨2는 극장에서 보고 군대갈 수 있겠구나'하며 소소한 위안을 얻었던 때가 떠올랐다.
아직 감이 없는 자가격리 생활.(엄밀히는 첫째만 자가격리지만, 의리상 다섯 가족 자가격리..ㅜㅜ) 일단 다섯 가족이 마스크를 쓰고 첫째 아이와는 거리두기를 하면서 시작은 했는데, 앞으로 어떤 일들을 겪고 느끼게 될지 스스로도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