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다. 교사로서.. #01 타일러의 '두 번 째 지구는 없다'
무슨 일 때문이였더라? 생각해보니 특정한 일이 아니라 요즘 주변에서 접하게 된 여러 일들 때문에 환경 문제에 좀 더 관심을 가지게 됐다. 넷플릭스의 '산호초를 따라서'를 보면서 온도가 올라가고 있는 대양의 심각성을 느끼기도 했고, 일상에서도 느껴지는 기후위기, 20년도부터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는 코로나로 대표되는 간염병 등 앞으로의 삶에 대해서 문득 문득 걱정을 하게 됐었고, 이에 관한 책을 읽고 싶었다.
전문적인 데이타를 바탕으로 상세하게 설명하는 책 보다는 그 안에 담긴 이야기를 들어보고 싶었고 그러던 중 비정상회담으로 친숙했고, 그 뒤에 여러 매체를 통해서 접하는 모습에 호감을 가지고 있던 '타일러'의 책이 보이길래 바로 구매해서 읽어보았다.
처음에 책을 받았을 때는 좀 실망했다. 일반적인 책 가격이긴 했지만, 어쨌든 책 가격에 비해서 책이 작고, 얇은데다가 표지 디자인도 굉장히 단순했기에 이게 뭐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그런 생각은 책을 읽기 시작하면서 얼마 안가서 눈 녹듯 사라져버렸다.
지속가능한 환경을 위한 인증을 받았다는 표시인 FSC인증 종이로 만들어졌고, 친환경 콩기름 잉크를 사용하며, 종이 낭비를 막기 위한 판형을 선택하는 등, 책 중간에도 소개가 되지만, 책을 내면서 환경에 부담을 덜 주고 산림파괴를 막는데 기여하고자 하는 의도가 담긴 책이라는 이야기를 보면서 자신이 할 수 있는 영역에서 나름의 노력을 하는 모습이 느껴졌다.
책의 2/3에 해당되는 1부에는 최근에 우리들의 생활 속에서 드러나고 있는 기후위기에 대한 다양한 사실들을 다루고, 그에 대한 타일러의 생각이나 실천하는 모습, 자신이 왜 이런 이야기를 하는지에 대한 내용들이 담겨있다. 나머지 1//3 분량인 2부에서는 자연과 가까운 삶을 살아왔던 타일러의 어린 시절 이야기와 함께 좀 더 개인적인 차원에서 그리고 그것이 지금의 이 책의 주제와 어떻게 연결되는지를 말하면서 좀 더 정서적인 공감대를 형성해간다.
다 읽고 나니, 지금 내가 딱 읽고 싶었던 정도의 수준과 내용을 담았던 책이라 생각된다. 왜 환경오염과 기후위기에 대한 경각심을 가지는 것이 필요한지, 그 안에서 생각을 전환하고, 한걸음씩 어떤 식으로든 실천하는 것이 어떤 의미가 있을지를 공감이 가도록 설명하면서도 행동해야겠다는 생각을 갖게끔 만들어준다.
지구에게 덜 미안하도록.. 타일러가 조카들의 미래를 생각하듯이.. 나 역시 우리 아이들의 미래를 생각하면서..
교사로서 더 생각해보기
- 최근에 기후 위기에 대해서 생각하는 시간이 조금 늘었다. 아주 경각심을 가지고 생활에 많은 변화를 준 건 아니지만, 변화해야겠구나 하는 의식은 좀 더 새겨진 셈이다.
- 얼마전에 집 근처 카페에 갔다가 이전에 그 카페에서 받은 휴대용 종이캐리어를 버리지 않고, 다시 가져가서 거기에 음료 2잔을 챙겨왔다. 사장님이 살짝 놀라신다. 캐리어를 재활용하신 분은 우리 카페에선 처음이라고.. 왠지 그 말이 좋았다. "그래, 이런 작은 것에서부터 실천하면 되겠구나"
- 우리 아이들과도 가정에서도 학교에서도 어떻게 생활 속의 작은 실천을 쌓아갈지 함께 이야기를 해봐야겠다. 학급에서 이런 변화를 만들어가는 운동을 시작하는 것도 의미도 있고 재미있을 듯 하다. 교육과정에도 녹여내볼까?
- 시작은 왜? 그리고 공감에서부터..
18쪽 꿈이란 현실이 아니라서 꿈이다. 이루기 힘들어서 꿈이다. 어디에도 얽매이지 않아도 되고 현실성이 없어도 되는게 꿈이다. 거대해도 되고, 뜬금없어도 된다. 그래서 꿈이다. - 중 략 - 사람들에게는 의외로 타인을 반박할 이유도, 그만한 마음의 여력도 없는 것 같다. 더구나 꿈은 내세우는 게 아니고, 다른 사람에게 강요하는 것도 아니고, 단지 공유하는 것뿐이니까. 그날 청년의 질문 덕분에 환경 문제가 해결되었으면 하는 바람을 꿈이라고 해도 되는구나, 목소리를 조금 더 내도 되는구나 깨달았다.
27쪽 우리는 한 해 동안 지구가 생산할 수 있는 자원의 양보다 훨씬 많이 소비하고 있다. 지구가 줄 수 있는 양이 1이라면 매년 1.75를 사용한다. 그 부족분은 지구로부터 앞당겨 빌리고 있던 셈이다.
31쪽 지구의 평균온도가 1도시 쌍승하면 북극의 얼음이 녹는 속도가 빨라져 북극곰이 멸종 위기에 놓인다. 2도씨 올라가면 그린란드 전체가 녹아 마이매이, 맨해튼이 바다에 잠기고, 열사병으로 사망하는 환자들이 수십만 명으로 늘어난다. 3도씨 오르면 지구의 폐 아마존이 사라진다. 4도씨 오르면 높아진 해수면 상승으로 인해 뉴욕이 물에 잠긴다. 5도씨 이상 오르면 정글이 모두 불타고 가뭄과 홍수로 인해 거주 가능한 지역이 얼마 남지 않는다. 살아남은 사람들은 생존을 위한 전쟁을 벌이게 된다. 평균 온도가 6도씨 오르면 생물의 95%가 멸종한다.
35쪽 다시 말해 이산화탄소를 가장 많이 흡수하는 생태계적 장치는 물, 바다이다. 수면이 넓으면 넓을수록 이산화탄소를 스펀지처럼 흡수하는데, 바다는 지구 수면의 75%가량 차지하고 있어 가장 규모가 크고 흡수력이 대단하다. 그러니 기후변화가 속도를 더할수록 바다는 빠르게 산성화되는 것이다.
36쪽 내가 죽기 전에는 그 모습을 보지 못할 테니 결말이 두려운 게 아니라 그 결말로 떨어지도록 지구의 운명을 던져버리는 사건이 지금 내 눈앞에 펼쳐지고 있다는게 두렵다. 지구가 무너지는 순간에 눈을 뜨고 있는게 두렵다.
41쪽. 우리의 경제관은 고장 났다고 하기보다는 구각이라고 지적하는 게 더 맞다. 이전에는 몰라서 알 수 없던 것을 어쩔 수 없이 계산에 넣지 못하고 생각하지 않았다면, 이제는 알 수 있고 계산할 수 있는 것인데도 안 하는 식이다.
42쪽 이것이 환경 문제의 핵심이다. 경제 활동의 외부 효과를 전혀 고려하지 않는 것, 어떤 일이 유발하는 환경오염과 그것을 회복하는 데 드는 시간과 비용을 염두에 두지 않는 것 말이다.
63쪽 기후위기는 상대적인 문제가 아니라 절대적인 문제이다. 기후위기는 국경에 국한되지 않는다. 가해자, 동조자, 관찰자에 구분을 두지 않는다. 결과적으로 모두가 피해자가 될 뿐, 게다가 한국의 책임은 절대 작다고 할 수 없다. - 중 략 - 전 세계 모든 사람이 한국 사람들처럼 먹고, 입고, 에너지를 사용한다면 1년 동안 3.7개의 지구를 사용하게 되는 셈이다. 전 세계 평균이 1.75개로, 이것은 곧 한국에 사는 사람들이 세계 평균보다 2배 이상 환경 파괴에 참여하고 있다는 뜻이다.
74쪽 기업은 현재 생산 비용을 기준으로 "원자력이 더 좋아요"라고 할 수 있겠지만, 우리는 생산하는 사람이 아니라 쓰는 사람이다. 쓰는 사람에게는 가장 싼 게 필요한 게 아니다. 가장 좋은 게 필요하다.
78쪽 완벽할 수는 없다. 완벽한 것도 필요 없다. 다만 깨어 있고 그 방향으로 계속 가는 게 중요하다.
110쪽 이익에 관해서라면 강하게 요구해야 한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아는 사람들도 유독 환경 문제에 관해서 "정부가, 환경 단체가, 다른 사람들이 알아서 할 일"이라는 식으로 대처하려 한다. 화가 나서 요구해야 바꿀 수가 있다. 그렇게 해야만 우리가 오늘, 내일, 모레, 글피에 살아갈 곳이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