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겨우 2주..
지난 해와 비슷하지만, 좀 더 준비가 되어 있다고 믿고 시작한 21년..
알고는 있었고, 좀 더 준비가 된 부분들도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여전히 쉽지만은 않은 시간이다.
온라인 개학을 앞두고, 교직 인생 처음으로 2월 부터 예비 우리반 학생들과 가정에 여러 차례 연락을 돌리고, 그 과정에서도 작은 민원이 발생하기도 했다. 이전에 2월은 나에겐 배터리 충전 100% 완료를 목전에 둔 느낌이었던 적이 많았다. 겨울방학 동안의 쉼과 새로운 1년을 준비하기 위한 나름의 준비, 거기에 어찌됐든 새로운 한 해가 열린다는 것에 대한 설레임과 기대, 의욕 등으로 완전 충전된 상태로 3월을 맞이하는 느낌이었는데, 올해는 2월부터 소통에서의 단절, 비대면으로 인한 곡해와 오해로 꽤나 방전이 되버린 셈이다. 어디 멀리 외출을 나가는데 스마트폰 배터리가 50% 미만인 느낌이랄까.
그래도, 3월 2일을 앞두고는 다시 의욕을 가득 채워가면서 힘을 냈다.
그렇지만 얼마 되지도 않아 조금 전에 썼던 '그래도'라는 접속사가 무색하게, 교사도 사람인지라 의욕과는 별개로 새롭게 변화되어가는 주변 상황에 지쳐버렸다. 개인적으로는 우리 집엔 연령대가 다른 세 아이의 아침 등교, 등원길을 준비해야 하다보니 하루의 시작을 조금 더 이르게, 그리고 조금 더 분주하게 열고 있는데.. 며칠이 지날 때 즈음, 텅빈 교실에 앉아서 오늘 하루 할 일을 정리하다가 울컥해버렸다.
내 스스로 조금 놀랐다. 꽤나 무덤덤한 사람인지라 이런 경험이 거의 없는데.. 내가 의식하지 못하고 있는 힘듦과 버거움이 있었나보다. 추스리지 못했으면 울 뻔 할 정도의 울컥이었으니 말이다. 수업을 비롯한 여러 학교일과 외부의 일도 있었겠지만, 가장 크게 내 감정을 흔든건 가정일이었다. 세 아이를 챙기는 우리 부부.. 그 중에서도 어찌됐든 나 보다 많은 부분을 챙기고 있는 와이프에 대한 미안함, 작년 한 해 엄마, 아빠가 번갈아 육아휴직을 하면서 1년 내내 많은 시간을 우리와 함께 집에서 보냈던 아이들이었는데, 3월부터는 둘째를 항상 챙겨야 하는 아직 어린 첫째.. 그런 형의 돌봄을 받으며 유치원을 등원하는 둘째.. 처음으로 어린이집을 다니며 적응하는 막내 등 그냥 그런 상황이 나에겐 생각보다 버거웠나보다.
사람의 마음은 어찌됐든 표현하고 드러나면 시원해지긴 하는지, 잠시 그렇게 혼자만의 시간이 지나고 나니, 그 이후로 한결 마음은 편해졌다. 달라진건 없지만, 내가 어떠했는지를 좀 더 알게 된 느낌.. 그래서일까? 그 날 수업은 나름 잘 됐었다는 기억으로 남아있다. 마친 등교수업일이라 올해 맡은 아이들을 만나는 날이였는데, 온라인으로 만날 때에 비해서 얼굴을 마주하는 것 만으로도 그냥 이어지는 느낌이었다.
비디오를 켜달라, 오디오를 켜달라라고 할 필요 없이 그냥 눈길이 머무는대로 연결이 되면서, 함께라면 무엇이든 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그런데, 이렇게 등교 수업일이 지나고 다시 온라인 수업을 하게 되는 날이 되면 또 많은 것이 달라진다. 여전히 연락이 안되는 가정이 생기고, 서로 연결되어있다는 느낌이 희미해지면서 학생들을 채근하게 되는 부분들이 생긴다. 평소의 난 조금 방임형에 가까운 사람이다. 학력보다는 역량을 중시하는 편이고, 다른 점이 부족해도 무언가 학생이 스스로를 움직여가는 동력을 발견하고 그런 역량을 어느 면에서든 보여준다면, 학급 생활에서 많은 틈을 열어주려고 하는 편이다. 그런데, 온라인 학습에서는 그것이 안된다.
연결되어 있으나 일정 부분 단절되어 있고, 제대로 그 아이를 바라보기가 힘드니 아이가 스스로 뭔가를 해낸다는 것에 대해 신뢰감을 쌓기도 힘들 뿐더러, 실제로 온라인 수업에서 과제나 활동이 미흡한 친구들은 대체로 정말 방임이 아닌 방치되어버린 상태에서 자신이 어떻게 변해가고 있는지도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으니 말이다.
그래서 결국 난 학생들의 출석이나 과제 수행에 더 예민해지게 되고, 그런 부분이 학급에서 뿐만 아니라 개인생활에서도 영향을 주게 된다. 밥배, 간식배, 빵배가 따로있다는 농담도 있지만, 마음이란건 학급에서의 마음, 가정에서의 마음이 분리 될 수가 없기에 별것도 아닌 것에 너무 흔들리게 된다.
사실 이 글을 쓰기 조금 전 까지도 학생들의 전담 선생님 수업에서의 과제 확인을 하다가 꽤나 높은 과제 누락에 신경이 날카로워져서 흔들리고 있었다.
그러면서 이걸 어떻게 하면 좋을까, 아이들과 다모임을 해볼까, 그럼 내일은 첫 시작을 어떻게 열고 어떤 이야기를 나눌까를 고민하다가 문득 떠오르는 생각이 있었다.
그래, 이제 겨우 2주 지났을 뿐인데..
새 학기가 시작된지 겨우 2주인데.. 나 혼자 예민해져서, 지나치게 걱정되어서 너무 조급해져 있었나보다. 코로나 이전을 떠올려봐도 아이들의 학급에서의 습관을 만들어가는데 짧게 잡아야 한 달은 걸렸었는데, 이제 나는.. 우리는 겨우 2주가 지났을 뿐이다.
조금 더 여유를 갖고.. 내 생활을 돌아보고.. 아이들의 모습을 돌아보며 만들어가면 될것이라 현재는 믿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