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학사색#4.. 그래, 잠자기 실패해도 괜찮아.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런것 같은데, 20대 정도까지는 꽤나 야행성이었다. 당시 유희열의 음악도시 라디오를 듣고 그 이후에 나오는 영화음악 프로그램까지 듣고 나면 보통 새벽 2~3시 정도가 됐었다. 그 후에 아침 강의를 듣기 위해 일찍 일어나는 경우도 많았으니 지금 생각해보면 젊음이 알아서 에너지를 채워주는 시기였나보다.
그러던 것이 남들 보단 좀 더 늦은 나이에 군대에 가서 20대 후반에 제대를 한 후 부터는 잠이 고파졌다. 군부대 시절 동안의 하루 평균 취침 시간이 5시간 미만이었던 것 때문인지, 그 뒤로는 잠을 7시간 정도는 자줘야지만 심리적으로 안정이 됐다. 몸은 그다지 힘들지 않아도 잠이 부족했던 날은 머릿속에서 '더 잤어야 되는데~'라는 생각이 몸을 지배한다고나 할까.
이젠 나이가 들어서인지, 심리적인 것을 떠나서 몸에서 바로 반응이 온다. 어제만 해도 그 전날 잠을 잘 못 이뤄서 3시간 정도를 자고 일어났는데(방학임에도) 바로 약간의 몸살기가 있는 듯 전반적으로 몸이 처지기도 했었고, 지난 해에는 생애 처음으로 눈 혈관이 제대로 터져서 남들이 보고 놀라는 일이 두어 번 있었다.
이 글을 쓰는 지금도 침대에 누워서 가벼운 잠에 빠져 들었다가 순간 흠칫 하며 깨어난 이후 결국엔 거실 테이블에 앉아 창밖으로 선명하게 비춰보이는 나를 마주보고 있는 중이다. 이렇게 되면 또 다음 날의 몸은 어찌될지 걱정이다. 그제 3시간 잤던 여파가 아직도 남아있는데, 하루 걸러 또 이렇게 잠을 설치면 어쩌자는 건지.
한창 잠자리에 예민했던 시절도 있었지만, 지금의 난 나름 꽤 잘자는 사람으로 진화(?.. 나에겐 진화다.)를 했는데, 간혹 이럴 때는 참 당황스럽다. 침대에서 나오기 전까진 그럼 책이라도 읽어볼까 하는 생각에 전자책을 꺼내들었는데, 잠시 읽고 잠을 청하려던 애초에 계획과는 달리 90여 쪽을 읽고 나서 오늘은 아니구나 하는 생각에 이리 나오게 됐다.
이런 상황에서 글까지 이렇게 쓰다 보니 다음 날에 대한 걱정을 하는 나와는 반대로 또 정신은 또렷해진다. 연애를 할 때는 머리와 가슴이 서로 다른 생각을 하던 때가 있더니만, 지금은 머릿속에서 서로 다른 생각을 하고 있는 듯 하다. 하긴 뭐 뇌는 두 개로 나뉘어져 있으니깐. 머리와 가슴이 서로 다른 생각을 할 때엔 어느 한 쪽이라도 원망하면서 감성에 푹 잠겨 시간을 보낼텐데, 오늘 같은 날은 원망할 대상도 없어서 민망하다. 한 쪽은 자라고 하고, 한 쪽은 잘 수 없다고 하고..
그래도 이렇게 글 하나 쓰고 있으니 다행인건가. 방학 동안 많이 쉬고, 많이 읽고, 많이 보고, 많이 쓰자가 나름의 바램이었는데 최소한 오늘 하나는 실천한 셈이니까. 딱히 주제가 없다는 것과 나중에 다시 읽으면 오글 거리는 연애편지나 손발이 사라질 것 같은 지난 날의 허세 가득한 글 같은 부끄러움이 느껴질지 모르겠지만, 어찌됐든 어제와 오늘이 이어지는 시간에 뭐라도 하긴 했다는 것에 의미를 둬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