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로 또 같이] 학년교육과정.. 각자도생은 안 돼!!
지난 글에서 이야기 했듯이, 학년의 교육과정을 디자인 함에 있어서 큰 주제를 2가지 정도(마을과 민주시민)로 설정한 후 1년 동안 시기별로 필요한 교육활동을 운영하고, 나머지는 학급별로 교사의 특색에 맞추어서 학급별 교사교육과정이 잘 운영될 수 있도록 하기로 결정했다.
그렇게 지나가는 3월의 어느 날.. 3월 중에 마을교육과 민주시민 교육과정 디자인을 어떻게 할지 구체화 하기로 하고, 학급세우기 등으로 정신 없던 2~3주 정도가 지난 후, 동학년 협의 시간에 교육과정 디자인에 대해서 운을 뗐다.
“저희 이제 마을교육과정 연간 흐름을 잡아야 할 것 같아요. 말씀드린 아카이빙 작업이 최종 결과물로 나오겠지만, 그것이 목적은 아니고, 학생들이 살아가는 이 주변 공간인 마을을 어떻게 교육활동에 넣을지 좀 더 구체화 해보죠.”
그런데, 이야기를 조금 진행하다보니.. 동학년 선생님들 사이에서 고민되는 지점들이 그리고 바라보는 지점들이 서로 방향이 틀어져 있다는 것을 느끼게 됐다. 우리반만 해도 3월 부터 4월 초까지는 ‘거꾸로교실 학급세우기’라는 주제로 교육과정을 디자인 하여 주차별로 활동 흐름을 잡은후 학급 교육활동을 하고 있었고, 다른 선생님도 자기 나름의 학급에서 학생과 해보고 싶은 주제를 활용해 교육활동을 하고 있었는데, 몇몇 선생님들은 그런 자기 나름의 주제 보다는 교육과정 진도표상의 내용을 어떻게 가르쳐야 할지, 소위 가장 흔히 교사들이 하는 생각 중 하나인 “내일 수업 뭐하지?” 쪽에 치우쳐져 있었던 것이다.
학급의 학생들에게 무엇이 필요한지를 고민해보고 학급 교사의 강점이나 하고자 하는 방향을 살려서 학급별 교사교육과정을 실천해볼 수 있도록 학년 공동 교육과정은 좀 덜어내고 비워낸 것이었는데, 그 각자의 고민의 방향이 어떤 학급은 최초의 의도대로 나아가고 있었던 반면 어떤 학급은 나름의 특색있는 활동은 하지만, 학생을 중심에 두고 교육과정을 재구성하는 것에는 미치지 못하고, 당장의 수업을 어떻게 하면 좋을지의 고민으로 서로의 방향 자체가 갈라져 버린 것이다.
이 부분을 한 선생님이 정확하게 짚어냈고, 나 역시도 3월 1~2주의 학급 세우기 기간 이후 각 학급이 무엇을 계획하고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를 미처 함께 이야기 나누고 공유하지 못해서 이런 상황이 벌어졌다는 것에 대해 안타까움을 느꼈다.
각자의 강점을 살리는 것이 아니라 각자 도생이 되려고 하는 상황이었으니 말이다. 그래서, 4월을 앞두고 있는 시점에 다시 2월 초기 만남에서의 지점으로 돌아가 교육과정 디자인 방향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봤다. 학급에서 해오고있던 것들이 있던 학급은 3월에 어떤 흐름으로 교육과정을 하고 있는지 소개하고, 앞으로는 이런 계획이 있었다는 것을 공유한 후, 아직 이런 것들을 시도하지 못한 학급들도 있으니 최소한 1학기는 이전에 우리 학교 6학년이 해왔던 학년 공동 디자인을 크게 잡아서 함께 만들어가는 것이-같은 주제와 흐름안에서 방법은 학급별로 개성을 살리겠지만- 어떻겠냐는 의견으로 동학년 선생님들의 생각이 모여지게 됐다.
이 생각을 다시 모으는데에도 몇 번의 회의가 있었고, 회의의 초점은 자연스레 그렇다면, 어떤 주제로 공동의 교육과정을 만들어갈 것인가 였다. 내가 관심을 가지는 건 학생이 문제 설정부터 해결까지를 가져가는 프로젝트 학습이었는데, 이걸 일반화 시켜서 공동 디자인 하기엔 좀 무리가 있었고, 여러 선생님들이 각자가 관심이 가는 주제들을 던져주셨는데 국제사회와 연계된 민주시민교육, 사회적 경제, 기후위기 등을 가지고 좀 더 세부적인 이야기들을 나누었다.
그 주제들을 하게 된다면 어떤 것들을 해볼 수 있는지, 학생들에게 어떤 면에서 그런 배움이 필요한지, 그 주제에 대해 우리 교사들의 이해도가 부족한 부분들은 어떻게 보완해갈지 등등.. 이에 대한 몇 번의 논의 끝에 가장 크게 공감대를 형성하고 브레인스토밍 과정 중에서 다양한 아이디어들이 나왔던 주제는 ‘기후위기’였다. 그리고, 기후위기와 함께 한 가지 정도만 주제를 더 선정해 4월 초중순 부터 시작해 1학기 동안에는 2개의 큰 주제 학습 안에 최대한의 성취기준을 활용해 교육과정을 디자인해보기로 결정했다.
지난 글에서 언급했던 올해 학년 교육과정의 내 스스로 세운 방향이었던 ‘따로 또 같이’.. 그 말 속의 ‘따로’는 사실 나 혼자 해보고 싶은걸 실컷 해보자는 의미가 아닌 글 속에서도 언급했던 교사 각자의 강점을 살린, 그리고 학급 학생들의 특성을 살린 ‘따로’의 의미를 담은 교육과정을 펼치는 것이었는데, 사실 실패한 셈이다. 너무 욕심이 컸다고 해야 할까? 이전처럼 주제중심교육과정을 몇년 같이 운영했던 동학년이었다면 가능했을지 모르겠지만, 서로의 출발선과 경험이 달랐음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던 것 같다. 그래도 다행이다.
이런 이야기를 나중에 1학기 말에 우리끼리의 자체 성찰의 시간에 듣게 된 것이 아니라, 3월이 마무리 되어가는 시점에서 활발하게 논의가 됐으니 말이다. 그래서 4월을 앞둔 3월이었지만, ‘따로 또 같이’에서 이번엔 2월과는 달리 ‘같이’에 좀 더 집중한 학년 교육과정을 디자인 해가야겠다.
당연히 동학년 선생님들과 ‘같이’.. 그리고, 그 안에서 작지만 또 나름의 개성을 살린 ‘따로’ 교육과정이 실천될거라 믿는다. 같은 주제로 같은 활동을 구성했지만, 그 이전에도 서로 자신의 학급 상황에 맞게 조절 해왔으니 말이다.
더 많이 같이 고민하고, 그 안에서 자유롭게 활동하는 것으로..
예고.. 그나저나, 이제 곧 4월인데.. 기후위기 교육과정 언제 짜지? 이야기는 3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