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과서만 보는 선생님이신가요? 선생님의 영광의 시대는?
2019년.. 제가 교사로서 살아온 지 횟수로는 19년 차가 됐습니다. 시간이 흐른 만큼 주변을 돌아보면 후배 선생님들이 더 많아지더군요. 나이 차이가 크게 나는 후배 선생님들에게는 괜히 모임 자리를 권하는 것도 조심스러워지는 걸 몇 해 전부터는 느끼게 됐는데, 그러면서 경력이 쌓인 걸 더욱 실감하게 됩니다.
그렇지만, 지금까지 해온 교직경력보다 남아 있는 교직에서 보낼 시간이 더 길 것 이기에 아직도 한참 멀었구나 하는 생각도 합니다.
서론이 좀 길었네요. 교사로서 살아온 시간에 대해 이렇게 이야기를 한 이유는 바로 지금의 나는 어떤 교사이고, 앞으로의 나는 어떻게 변할지.. 그리고, 첫 교사로서 발을 디딜 때의 나는 어땠는지를 이야기해 보고 싶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이 글을 통해 제가 조금씩이라도 한 걸음씩 전진하는 모습을 읽으시면서 다른분들은 더욱더 큰 걸음을 내딛으시는 데 도움이 되길 바라봅니다.
이전의 전 교과서에 충실했던 교사였습니다. 좀 더 정확히는교과서와 교과서의 그 해당 페이지의 설명이 나와 있는 지도서에 충실했던 교사였죠. 교과서 진도를 주간학습 안내에 맞추어서 잘 나가면 일단 기본은 하는 교사라 생각했었고, 그걸 나름 재구성하면서 수업을 하는 횟수가 늘어나면서 우수한 교사라는 착각 속에 살았습니다. 실제로 매년 한두 번의 학년 대표 수업도 자청 혹은 타인의 추천으로 해왔었기에 더욱 그런 착각에 빠졌던것 같습니다.
승진에 대한 생각은 애초에 없었고, 난 이렇게 훌륭한 평교사로 교직 생활을 마무리할 거라며 자아도취에 빠져있던 시절이있었죠. 물론 자아도취라고 제 스스로를 비판하고 있지만, 그 시절의 전 어쨌든 나름대로 노력하며 살아가고 있었습니다.
웃긴 건, 교과서와 지도서에 충실했으면서 각종 대표 수업 시에는 교과서를 버리고 무조건 재구성해서 수업했다는 것이죠. 그리고 그렇게 해야지만, 실력 있는 교사라고 생각했습니다. 그 시절에 교과서를 잘 가르쳐야 좋은 교사라는 생각을 하면서도, 왜 수업 연구를 해서 공개수업을 할 때는 저뿐만이 아니라 대다수의 교사가 교과서를 안 쓰는 걸까 하는 생각에 괴리감을 느끼기도 했지만, 심각하게 생각하진 않았습니다. 그런 저에게 교육과정과 평가는 다른 세상의 이야기였습니다.
제 변명을 좀 하자면 2000년대 초중반까지는 많이들 그러셨던 것 같아요. 특히나 교육과정은 그냥 부장 교사 혹은 부장 교사가 찍은 같은 학년의 누군가가 알아서 진도표 짜놓는 것일 뿐이고, 평가는 나중에 모아서 한 번에 하면 되는 그런 시절이었죠. 중간, 기말고사 문제도 돌아가며 만들고 그걸로 아이들의 등수를 살펴봤던 때였으니까요.
그런데, 2014년 정도 때부터 저는 더 이상 교과서에 충실한 교사가 아니게 됐습니다. 교과서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게 된 거죠. 그러면서 진정으로 교육과정에 관심을 가지고, 교육과정이 중요하다는 것을 이해하게 됐습니다. 그래서 누군가가 저에게 교사로서 영광의 시대는 언제냐 물으신다면(슬램덩크에서 강백호가 부상의 위험 속에서 안 감독님에게 던졌던 질문을 차용했습니다. ^^) 전 바로 지금이라 말하고 싶습니다. 어떻게 해서 그렇게 됐을까요?
- 다음 편에 계속 -